[미디어 살펴보기: 아름다운 당신 시즌2] "비만보다 차라리 정신질환자가 낫지!"
[미디어 살펴보기: 아름다운 당신 시즌2] "비만보다 차라리 정신질환자가 낫지!"
  • 배주희 기자
  • 승인 2019.10.17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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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자' 발화는 정신장애인 차별 언어
방송 프로그램은 청소년에도 영향...언어 순화해야
혐오 용어 필터링 필요...가이드라인 마련돼야

지난 [미디어 톺아보기] 코너에서는 외국 영화 속 왜곡된 대사나 오역인 자막을 다뤄봤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디어는 어떨까. 한국 미디어가 정신장애인을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다음은 사례자가 일명 '메이크오버쇼'(지원자를 성형이나 이미지 메이킹을 해서 외모를 바꿔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상생활을 공개하는 장면이다.

이 사례자는 심각한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며, 싱글맘으로 아이 셋을 키우며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친정어머니는 본인의 딸인 이 사례자를 걱정하는 마음 반 잔소리 반으로, 딸의 현실을 원망하고 타박하는 말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지원자가 본인의 심각한 고도비만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프로그램의 지원자가 본인의 심각한 고도비만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현재보다 더 심했던 비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현재보다 더 심했던 비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지원자의 친정어머니가 딸의 지지부진한 다이어트에 대해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지원자의 친정어머니가 딸의 지지부진한 다이어트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어머니의 심한 타박에 힘들어하는 지원자.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어머니의 심한 타박에 힘들어하는 지원자.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참을 수 없는 식욕 때문에 식사를 한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배달 음식을 시킨 지원자.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참을 수 없는 식욕 때문에 식사를 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배달 음식을 시킨 지원자.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체중 조절이 필요한 딸이 고칼로리의 음식들을 섭취하는 것을 보면서 지원자에게 탓을 하는 그녀의 어머니.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체중 조절이 필요한 딸이 고칼로리의 음식들을 섭취하는 것을 보면서 지원자에게 탓을 하는 그녀의 어머니.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자신을 탓하는 어머니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배달 음식을 먹고 있는 지원자.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자신을 탓하는 어머니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배달 음식을 먹고 있는 지원자.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다음 장면에서 나오는 말을 기자는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공인이 아닌 채로 방송에 나오는 지원자의 가족이더라도, 부적절한 표현이나 특정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가히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발언을 아무런 편집이 없이, 더욱더 자극적인 자막을 붙여서 시청자의 주목을 끄는 방송사 측에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식을 먹고 있는 지원자에게 "차라리 정신병자가 낫지!" 라는 말을 하며 화를 내고 있는 지원자의 가족.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음식을 먹고 있는 지원자에게 "차라리 정신병자가 낫지!"라는 부적절한 말을 하며 화를 내고 있는 지원자의 어머니. 사진=아름다운 당신 화면 갈무리

평소 정신장애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제각각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미디어, 특히 방송 프로그램은 최대한의 필터링을 거쳐 방영돼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성인들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치관이 형성되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 장면을 보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묘사를 보며 '아, 정신병자라고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디어가 철저한 필터링을 하고 올바른 어휘를 쓸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비록 실제 상황에서 '정신병자'라는 발화가 나왔어도 자막만큼은 '정신장애인'이라는 올바른 표현으로 고쳐서 방송을 내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발언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라는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가급적 이런 '문제의 대화'는 방송사 측이 편집해서 내보내지 않는 것이 맞다. 방송사 측 입장에서는 시청자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내보내야 한다',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보다는 '내보내더라도 어떻게 해서 내보내야 한다'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차라리' 정신병자가 낫지"라는 표현은 겉으로는 비만인 사례자가 정신장애인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정신장애인을 비꼬는 말이다.

이 표현을 곱씹어 봐야 한다. 정말로 비만인 사람보다 정신장애인이 더 우월하다는 의도로 말한 것일까. 아니다. '차라리'라는 말 때문에 이 발화는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을 대놓고 비난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최근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황교안 대표의 삭발식과 관련해 '정신병자'라는 말을 서슴없이 입 밖으로 외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마인드포스트」 박종언 편집국장은 "'정신병자'라는 용어는 비정신장애인들이 정신장애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할 때 사용되는 모욕적 단어"라고 밝혔다.

기자가 소개한 이 영상은 방송에서 한 차례 방영된 것이지만 아직도 유튜브나 TV 다시보기로 시청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특별한 제재를 거치지 않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러한 자극적 발화가 담긴 프로그램에 대해, 그리고 더욱더 자극적인 자막을 만들어 별도의 편집과 필터링 없이 이 프로그램을 방영했던 TV조선 방송국에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함과 동시에 모욕감을 느꼈을 정신장애인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촉구하는 바이다.

다음은 문제가 되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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