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주인공 맬빈이 겪는 강박
실패의 두려움과 무시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불안 불러일으켜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 받아들여야 치료 가능
이번 미디어 톺아보기는 심한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정신장애인에 관한 영화를 다룬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원제: As Good As It Gets, 1997)'의 내용에는 그 증상들이 잘 표현돼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 진단통계 편람(DSM-IV-TR)에 따르면 강박장애는 불안장애의 하나로 반복적이고 원치않는 강박적 사고(obsession)와 강박적 행동(compulsion)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이다.
잦은 손 씻기, 숫자 세기, 확인하기, 청소하기 등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강박적 사고를 막거나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려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일시적인 편안함을 제공할 뿐 결과적으로 불안을 증폭시킨다.
이제 강박장애 질환자인 영화의 주인공을 살펴보자.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맬빈 유달(잭 니콜슨)은 강박장애를 겪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다.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그의 강박장애 증상은 이 사람이 어떻게 그 나이까지 살아왔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심각하다. 그는 비누와 장갑을 한 번 쓰고 버리고, 문을 잠글 때도 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고 수를 세면서 문을 다섯 번이나 잠근다.
외출해서 길을 걸을 때 보도블럭의 틈을 밟지 않고, 사람들하고 닿지 않기 위해서 매우 괴상하게 걸어 다닌다. 또 식당에서도 매번 똑같은 테이블에 앉고 다른 손님이 그 테이블을 이용하고 있으면 험한 말을 해서 쫒아낼 정도다.
심지어 식당에서 식기를 사용할 때도 가져온 플라스틱 식기를 사용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괴팍한 성격의 그를 꺼려하고 싫어한다.
하지만 맬빈은 우연히 이웃의 강아지를 맡아서 키워주면서 마음에 병이 조금씩 낫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게 웨이터를 하고 있는 캐롤(헬렌 헌트)을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더 마음의 병을 고쳐간다.
맬빈은 '완벽하지 못한 자신'도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강박장애가 서서히 치유되는 과정을 겪는다.
살면서 적당한 수준의 강박은 공부나 일을 꼼꼼하게 함으로써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강박이 지나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헤어나올 수 없는 굴레'에 갇혀 버리게 된다.
이러한 강박장애의 심리에는 여러 가지 두려움들이 숨어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거나 비난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모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등이 극도의 '불안'을 불러 일으킨다.
시시각각 변하는 요즘 시대에 강박은 이러한 불안을 잠시나마 가라앉혀 주고,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도록 자신을 채찍질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안정감을 가져다 주지 않기에 강박장애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강박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도 효과가 있지만 누구든 100%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타인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살아가도록 노력하면 강박장애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은 해당 장면들의 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