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국가가 나서 정신질환 치료 홍보하는데 한국의 현실은?
선진국은 국가가 나서 정신질환 치료 홍보하는데 한국의 현실은?
  • 배주희 기자
  • 승인 2019.11.06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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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살률 높지만 치료 인구 비율 낮아
핀란드는 정신질환을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로 끌어올려
호주와 뉴질랜드도 정신장애의 인식 개선 위해 노력
선진국은 국가 주도의 대처로 극단적 선택 비율 감소 추세

최근 한 연예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토로하는 글들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우울증 당사자들은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대부분 치료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은 모두 1만3000여 명. 하루 평균 36명 꼴로 10년 이상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우울증'이 꼽힌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걸릴 수 있는 정신질환이지만 감기처럼 놔둔다고 저절로 낫는 병은 절대 아니다.

우울증은 아주 심각한 일이 없어도 계속 우울해지고 울적해진다. 이 감정이 반복되면 증상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이는 일이나 사람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치료가 꼭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우울증을 대하는 태도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 중 항우울제 처방과 심리상담 등 적절한 치료를 받은 비중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인은 우울증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정신과 치료, 상담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는 국가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선진국에서는 우울증을 전 사회적인 이슈로 끌어올리고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한다. 한때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을 얻은 바 있는 북유럽 핀란드는 1990년대 초반 우울증 조기 발견ㆍ치료 같은 전방위적 대책을 시행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핀란드 공영방송 YLE에 따르면 해마다 핀란드 국민 550만 명 중 7.4%가 우울증을 겪는다. 연 40만 명 이상이 항우울제 처방을 받는다. 약 사용자의 50~70%는 우울증 환자이고, 나머지는 불안장애나 불면증 등이다. 중요한 건 핀란드 국민은 정신과 진료에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1990년 인구 10만 명 당 30명까지 치솟았던 핀란드 자살률은 2016년 13.8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핀란드 정부는 자살자 감소를 위해 디지털 공간도 적극 활용했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환자 등을 고려해 '멘탈 허브' 포털을 운영해 오고 있다. 여기에서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설문지와 가까운 의료 서비스 기관 정보, 심지어 온라인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호주의 경우 역시 정신질환에 대한 적대적 편견이 없다. 박종익 강원대 교수팀은 호주의 정신건강 프로그램 ‘비욘드블루’(Beyondblue)가 대국민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호주는 2000년 정부 재정 지원을 받아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자 이 프로그램을 처음 제작했다. 프로그램에는 공익 광고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유명인들이 우울증을 경험했던 사례를 소개한다. 임산부와 노인,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 소수자를 위한 맞춤형 정보도 제공한다.

호주 정부는 2016~2017년 정신 건강 분야에만 91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를 쏟아부었다. 2017~2018년 2년간 정신질환 관련 처방을 받은 사람들이 420만 명에 이른다.

뉴질랜드는 ‘라이크 마인즈, 라이크 마인’(Like Minds, Like Mine) 정신질환의 의식 개선 프로그램이 23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신질환을 경험한 유명인과 일반인이 자신의 삶에 관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TV 골든타임에 내보내는 공익 광고도 유명하다. 이 가운데 잘 알려진 메시지는 이렇다. "5명 중 1명이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는데 그들이 얼마나 힘든가는 바로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어떻게 할지 결정하셨나요?"

영국에서는 정부와 자선단체가 손을 잡고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비정신장애인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또한 국민건강서비스(NHS)는 특별히 당사자들의 연령과 정신질환의 다양한 종류에 따라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이뤄 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신과를 바라보는 높은 문턱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추세다. 이대목동병원 김의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건강검진 받듯 정신과에 들러 큰 부담없이 체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돼야 한다”면서, 소소한 것부터 정확한 정보 제공은 물론 정신과에 대한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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