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정신건강정책의 선진국이라 하지만…세계에서 한참 앞서가는 건 아냐”
“호주가 정신건강정책의 선진국이라 하지만…세계에서 한참 앞서가는 건 아냐”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1.14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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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통합돌봄 국제 심포지엄 화성시에서 열려
커뮤니티케어는 보건과 복지가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 못 해
파편화되고 분절적인 사회복지서비스 통합이 커뮤니티케어
질환 중심이 아닌 삶의 힘든 부분 지원하는 시스템 돼야
정신의료모델에서 회복지향적 사회통합모델로 가야
당사자 중심의 동료지원가, 절차보조사업 성공시켜야
‘유엔 원칙’에 정신보건 케어 개선은 ‘베스트 프랙시스’ 하나
시민적 권리 등 정신장애 재활의 세계 기준 지켜야
정신보건 프레임의 반성과 성찰, 사과 전제돼야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13일 경기 화성 푸르미르 호텔에서 열렸다. 토론에서는 커뮤니티 케어 사업에 있어 보건과 복지의 협력, 당사자 자기결정권의 강화 등의 주장들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화성시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6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중 정신질환자 부문을 출범시킨 화성시의 사업 진행 과정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의 미래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기조강연을 맡은 홍선미 한신대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장애인 사업, 노인 사업, 정신장애인 사업, 아동 사업을 다 따로 해 분산됐고 파편화됐다”며 “그 문제들이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보자는 것이 커뮤니티 케어”라고 말했다.

홍선미 한신대학교 교수 (c)마인드포스트.

특히 “정신질환자의 서비스의 경우 지역과 의료기관, 병원과 시설 등에서 분리돼 진행됐다”며 “시설 격리 문제를 얼마나 해소했는지, 삶에 필요한 자원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됐는지, 욕구와 권리가 충분히 수용됐는지의 문제는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뮤니티 케어의 경우 그간 주거와 관련한 정신건강사업이 주목을 받지 않았는데 이 사업을 하면서 주거의 확충 부분이 관심의 대상을 떠오른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국토부와 행정안전부와 협력(MOU)을 하게 된다. 커뮤니티 케어의 진행을 위해서는 행안부의 읍면동 창구가 필요했고 주거 인프라를 위해 국토부와 협의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커뮤니티 케어는 병원과 지역사회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하다. 공공병원 한복판에 커뮤니티 케어 팀원들이 일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다. 지역과 병원이 팀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우리는 병원과 지역사회가 분절적이고 분리돼 있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의 박사 논문은 정신장애인과 전문가들의 인식의 차이에 관한 것이었다. 정신질환을 가진 홈리스 여성들의 경우 현재의 가장 고통스러운 삶의 부분을 도움을 요청하지만 전문가 집단은 이 사람에게 본인이 해 줄 수 있는 도움의 ‘아이템’으로만 해석한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정신장애인도 살아가는 데 삶의 힘든 부분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장애와 질환이 있어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보는 것이지 추가적인 질환을 보기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불리의 대상자이자 사회적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대표적 장애 그룹”이라며 “사회적 장애들을 줄여나가는 것은 커뮤니티케어가 지켜가야 할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커뮤니티케어는 ‘투 트랙’으로 가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 안에서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정책과 더불어 선도 지역의 모델을 중심으로 대상별 사업들의 진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홍 교수는 “보건과 복지가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고 지역과 시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지역 안에서도 영리와 비영리, 의료기관과 복지기관,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게 커뮤니티 케어”라고 주장했다.

다나카 히데키 전 와세다대학교 교수 (c)마인드포스트.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전략들, 즉 조기 발견, 조기 개입, 장기입원자의 지역사회 전환, 재입원을 어떻게 방지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정말 이들이 삶의 회복지향적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느냐의 부분에서 정신의료적 모델에서 사회통합적 모델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용자들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어떻게 채울까는 정신보건 전문가의 시각이 아니라 당사자의 삶에 필요한 부분을 보는 시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주거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게 홍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주거가 취약하거나 불안정하거나 살 만한 조건이 안 되거나 이런 부분을 보고 커뮤니티 케어가 주거 문제를 중요한 요소로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사회 서비스의 스펙트럼 또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 교수는 “기존 센터에서는 회원들, 방문사례 관리, 주간재활 이용자들 중심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병원의 사회적 입원자들을 지역으로 안내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센터 회원이 아닌 미등록 정신장애인들도 커뮤니티 케어의 대상자로 산입되기 때문에 서비스의 스펙트럼은 무한정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이 스펙트럼을 무한정 키울 수는 없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에서 선도사업 일차년도는 이런 시스템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사자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도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 이념이 돼야 한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홍 교수는 “정신건강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일차적 지원”이라며 “우리가 놓쳤던 당사자 중심의 대안적 서비스를 통해 일차적으로 동료지원, 절차보조사업을 성공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커뮤니티 케어에서 제일 힘든 게 보건과 복지의 연계”라며 “읍면동 동주민센터 케어안내창구에서 커뮤니티 케어 플랫홈을 만들어야 지역 안에 우리가 찾지 못했던 정신장애인들을 센터로 이끌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를 맡은 다나카 히데키 전 와세다대학교 인간과학학술원 교수는 일본의 정신장애인 지원의 실천 모델을 설명했다. 그는 정신건강 지역 실천사례에서 모범사례의 국제적 기준을 언급했다.

이 같은 ‘베스트 프랙티스’의 배경에는 세계인권선언 이후 장애인 권리선언이나 권리조약 등의 형태로 장애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점이 부상한다. 또 1991년 유엔 원칙에서 정신병자의 보호 및 정신보건 케어 개선을 위한 원칙도 베스트 프랙시트 기준에 들어간다. 증거를 중시하는 지원기술과 실천, 스티그마의 인식 개선 역시 이 기준에 포섭될 수 있다.

세계심리사회적재활학회는 정신장애 재활의 세계 기준으로 중증의 정신장애인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 생활 능력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활동,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하는 활동, 타 서비스와 사회 자원 네트워크에 통합하는 활동, 의료가 이용하기 쉬운 활동 등 5대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역시 국가적 기준을 발표했다.

다나카 전 교수는 “우선 정신장애로 인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실천의 초점은 생활능력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참여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머린 루이스 호주 국가정신보건 최고책임자 (c)마인드포스트

이어 “당사자도 환자가 아닌 사회 일원으로서 대두되고 시민권의 회복과 권리옹호로 이어지는 활동이어야 한다”며 “개별 지원의 실천은 이용자의 희망에 관련된 사회자원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 자원을 포함한 통합된 지원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천의 기반은 폐쇄적인 자기완결형이 아니라 지역과의 관계 결속을 넓히는 활동이어야 한다”며 “이용자와 전문가를 육성하고 실천은 역사적으로 축적되고 검증된 것이며 현재도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념에 부응하는 사례들을 그는 베스트 프랙티스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 중 일본의 우수 실천사례 중에는 사회복지법인 우라카와 베델의 집이 꼽힌다. 홋카이도의 작은 어촌 마을인 이곳에는 그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공동생활을 하고 일자리를 개척하는 당사자들의 삶이 있다. 시민들의 생활에 파고들어 지역 주민들과 섞여서 생활하고 있어 세계적 모범사례로 인식된다. 오키나와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후레아이 센터는 정신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함께 일하는데 사장도, 이사도 모두 장애인이다.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는 이를 베스트 프랙티스의 사례로 소개했다.

호주 국가정신보건 최고책임자 머린 루이스 박사는 “국가정신보건 조직은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모니터링하고 정신건강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앞으로 얼마나 비용이 발생하는가를 연구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호주는 한국 인구의 2배가 되지만 땅 넓이는 8배 많다. 의료보건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머린 박사는 “호주를 정신건강 서비스와 관련해 굉장히 선진국으로 쳐준다”며 “그렇지만 호주의 당사자와 보호자들에게 물어보면 아직 서비스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저희도 이런 분절된 시스템을 갖고 있어 호주랑 다른 국가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거주와 관련해서 비용 문제 때문에 좋지 않은 시설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많고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갈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가 많다.”

머린 박사는 “이는 의료체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며 “예산이 굉장히 국한돼 있어서 정신보건 예산의 확보 없이는 서비스 체계를 종합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예방사업에 할애하는 예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머린 박사는 “호주가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바로 보호자들과 이용자들이 같이 뭔가를 진행한다는 것”이라며 “그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과 같이 진행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호주 역시 전국적으로 통합된 서비스를 원한다고 하지만 지역사회 기반의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중요한 건 당사자들이 예방이나 시민사회적 지지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 (c)마인드포스트.

그러면서 “기여하는 삶을 사는 것은 중요하다”며 “우리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가 있고 쉼터에서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이유가 필요하다. 기여하는 삶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호주가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게 우리가 한참 앞서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저희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정신장애로부터의 회복은 인간성의 회복”이라며 “정신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시민권을 가지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우리가 빼앗겼던 것은 자기 운명의 결정권이었다”고 비판했다.

“당사자들에게 물어본다. 나의 천부적 권리를 가족에게 이양한 분들 있는지. 그런데 아무도 없다, 당사자는 준 적이 없는데 국가가 그런 법을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가족 관계가 원수지간이 돼 버린다. 결과적으로 당사자에게서 뺏은 게 뭐냐면 내 운명이었다.”

이 대표는 “정신보건이라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은 당사자주의와 굉장히 부딪힌다”며 “정신장애인의 시민권을 논하고 가능성과 성공에 대해 논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전반적 의식은 저 뒤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은 사건만 터지면 우리를 소환한다. 당사자의 상처와 트라우마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다”며 “당사자를 억눌러왔던 프레임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성찰, 사과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스토리텔링이 왜 중요하냐면 (개인의) 긴 스토리를 들는다는 건 그게 당사자의 세계가 되고 그의 양상이 이해가 되는 것”이라며 “듣다 보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긴다. 정신질환의 치료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진일 화성시 정신장애인 가족대표 (c)마인드포스트.

김진일 화성시 정신장애인가족 대표는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중 입원이 불필요한 환자는 34.8%에 달한다”며 “인구 10만 명 당 거주 서비스 정원은 3.6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정신질환자 치료 서비스의 궁극적 목표는 사회적응기술을 습득해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약물의 치료가 됐다 하더라도 자기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고립 격리된다면 치료의 당위성과 정의의 부분은 상당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의료 치료의 정신건강복지 서비스는 재활과 사회적 자립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는 정신건강 정책 정부 관여자와 당사자 가족들이 포함된 지역사회정신건강서비스 촉진위원회를 구성해 정신건강 복지서비스 네트워크 망을 조직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본질은 돌봄을 서로 분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시설 서비스가 가지는 한계들을 지적했다. 우선 개별적 의사보다 규칙에 의해 진행되는 집단성의 문제다. 또 심리사회적 폐쇄의 문제, 권력의 불균형이 그렇다.

문 관장은 “자기결정권을 옹호하고 선택권이 강화되는 면에서는 기존 시설 서비스의 장점도 있지만 이런 한계성이 있다”며 “대안적 서비스 중에 대표적인 것이 커뮤니티케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커뮤니티 케어의 실천적 측면과 관련해 “자율성을 가진 내가 거주할 공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주거약자의 경우 장애인만 돼 있어서 등록하지 않은 장애인은 배제된다. 주거취약 계층은 쪽방, 여인숙 등에 있다 보니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안 들어가게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속적 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 관장의 요청이다.

그는 “사회적 장애나 불이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식적 자원과 함께 비공식적 자원을 돌봄의 자원들로 제공해야 한다”며 “케어를 못 받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발견하고 통합적이고 조정적 사업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5%로, 일본 7.5%, OECD 15%다. 유엔은 20%를 권고하고 있다”며 “부양의무제가 폐지되면 수급자들이 더 늘어날 것인데 이런 것에 대한 케어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자들 (c)마인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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