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살펴보기:플랜맨] 헤어날 수 없는 반복의 굴레...강박장애(2)
[미디어 살펴보기:플랜맨] 헤어날 수 없는 반복의 굴레...강박장애(2)
  • 배주희 기자
  • 승인 2019.11.27 21: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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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은 실수로 인한 부정적 결과 예방하려는 욕구 내재
강박 심각하면 우울증과 무력감 느끼게 돼
영화 '플랜맨', 강박장애 주인공...유년의 상처가 강박 만들어
가족의 이해와 배려가 치료 성공률 높여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 새기고 격려받아야
강박장애를 잘 나타낸 이미지(c)ocdhealing.com
강박장애를 잘 나타낸 사진(c)ocdhealing.com

누구나 한 번쯤은 길을 걸으면서 보도블럭의 금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시험이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날 아침에는 미역국을 먹지 않고, 반복적으로 좋은 숫자를 생각하거나 기도문을 외운 적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례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이면에는 실패나 혹시 자신의 실수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결과를 미리 예방하고자 하는 욕구가 내재돼 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좋지 않은 결과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누구나 해 본 적이 있는 정상적인 행동들이다.

강박장애를 전문용어로는 OCD(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라고 부른다.(c)mindfullcom
강박장애를 전문용어로는 OCD(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라고 부른다.(c)mindfullcom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나 행동이 지나쳐서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마비시킬 때 이를 '강박장애(OCD)'라고 한다.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본인도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피곤하게 한다. 오염 공포로 인해 외부에서 식사할 때마다 미리 준비해 간 일회용 스푼을 사용하는 당사자도 있다.

또한 택시를 탈 때도 손으로 직접 차 문을 열지 못하고 장갑을 끼고 열거나, 전등을 켤 때나 문을 잠글 때도 같은 동작을 특정 횟수만큼 반복한다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이 들고 긴장의 연속일까?

아마도 끊임없이 침투하는 강박적인 생각과 행동에 매달리느라 살아가는 동안 즐거움을 느끼기가 어려울 것이다. 때론 강박 생각이나 행동을 도저히 통제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심한 무력감이나 우울감을 느낄 수도 있다.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은 일상의 기능을 저해하며 현저한 정서적 고통을 야기하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러한 증상을 없애는 것이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주된 목표가 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강박적인 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잠시 완화시키지만 '불유쾌'하며 '시간 소모적'인 침투사고와 강박행동에 대처해야 하는 지속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강박증의 증상.(c)마인드포스트
강박증의 종류와 증상(c)마인드포스트
강박증의 종류와 증상(c)마인드포스트
강박증의 종류와 증상(c)마인드포스트

영화 플랜맨(2013)에는 이러한 강박장애를 가진 주인공 한정석(39, 정재영 분)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알람을 맞춥니다. 그게 이상한가요? 성실한 거지”라는 말을 할 정도로 사소한 일상생활에도 알람을 맞추는 강박적인 사람이다. 이제 영화 속 그의 모습들을 살펴보겠다.

직장을 다닌 기간을 초단위로(8년 7개월 26일 13시간 26분 19초) 세고 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침구 정리는 한다. 사진= 영화 '플랜맨' 화면 갈무리
직장을 다닌 기간을 초단위로(8년 7개월 26일 13시간 26분 19초) 세고 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침구 정리를 한다. 사진= 영화 '플랜맨' 화면 갈무리

아침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체가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매일 6시 45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고 요일 별로 입을 옷을 정해두기도 하며 괴이한 모습으로 손톱을 깎는다. 사진=영화'플랜맨' 화면 갈무리
매일 6시 45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고 요일 별로 입을 옷을 정해두기도 하며 괴이한 모습으로 손톱을 깎는다. 사진=영화'플랜맨' 화면 갈무리

그는 줄이 삐뚤어진 것을 못 참으며 더러운 것을 맨손으로 못 만진다. 그 외에도 세심하고 깔끔한 완벽주의자로 타인과의 접촉을 하지 않고 항상 위생에 신경쓰면서 집을 나서기 전 가방에 청결제나 소독제를 챙겨다니는 강박적인 행동을 보인다.

한정석이 강박증상을 보이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8살이었을 때 ‘기억력 소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기억력이 좋은 아이로 유명해지며 한정석의 놀라운 능력을 촬영하러 미국 및 많은 방송사가 취재를 나왔다.

어린 시절 엄마의 강박 장애를 그대로 물려 받은 한정석. 사진=영화 '플랜맨' 화면 갈무리
어린 시절 엄마의 강박 장애를 그대로 물려 받은 한정석. 사진=영화 '플랜맨' 화면 갈무리

그의 엄마는 한정석에게 어릴 때부터 모든 시간을 빽빽하게 계획을 세워주었고 특히 손톱을 깔끔하게 자르도록 얘기하면서 직접 행동으로 보여줬다. 한정석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어머니는 생방송 전에 사회자와 몇 명의 방송국 사람들과 함께 말을 맞추기도 했다.

어린시절 엄마에게 손톱 때문에 많이 혼이 났던 한정석은 피가 날 정도로 소톱을 짧게 자르곤 했다. 사진=영화 '플랜맨' 화면 갈무리
어린시절 엄마에게 손톱 때문에 많이 혼이 났던 한정석은 피가 날 정도로 소톱을 짧게 자르곤 했다. 사진=영화 '플랜맨' 화면 갈무리

이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정석은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크게 불안을 느낀 나머지 생방송 중에 답을 알면서도 틀린 대답을 한다. 이로 인해 엄마는 크게 상심하게 되고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게 된다.

엄마와 함께 방송국을 빠져나가던 중에 엄마는 많은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 속에 발을 헛디뎌 난간으로 추락하며 사고를 당하게 된다.

한정석은 눈앞에서 엄마의 죽음을 목격했고 그 이후 그는 불안을 감소하기 위해 강박행동에 몰두하게 된다. 손톱을 피가 날 때까지 더 깔끔하게 자르고 엄마가 보여줬던 행동들처럼 모든 행동에 대해 일 분 일 초를 계획하며 계획적인 삶을 살게 된다.

미국에서도 OCD당사자가 상당히 많음을 알수 있다.
미국에서도 OCD당사자가 상당히 많음을 알수 있다.(c)ocdhelpcamp.com

강박장애는 평생 유병률은 2.5%이며, 성인 인구에서 1년간 유병률은 0.5~2.1%이다. 모든 연령의 사람에게 올 수 있으며 주된 발생 연령은 남성은 아동기에(약 6-15세), 여성은 20대(약 20-29세)에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대부분 서서히 발병하며 스트레스 상황 후 시작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경우 점검하는 의식이 흔하며 이런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완벽주의자다.

어린 환자들도 물건을 어떤 순서대로 두고 경직된 방식으로 활동을 하거나 완벽한 대칭을 이루도록 물건을 정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환자들은 물건이 대칭을 이루지 않거나 완벽하지 않을 때 불안보다 불만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상상 속의 재앙을 피하려고 강박적인 의식을 수행한다.

강박장애의 흔한 증상인 손씻기(c)healthcareclinic
강박장애의 흔한 증상인 손씻기(c)healthcareclinic

강박장애의 치료로는 질환이 화학적 불균형, 특히 세로토닌 조절 장애에 의하여 초래되는 것으로 밝혀져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및 가족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SSRI계통의 약물과 삼환계 우울제 중 클로미프라민이 가장 효과적이며 특히 행동치료와 병행했을 때 가장 큰 효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약물복용은 치료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주된 치료로는 우선 행동 치료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은 행동주의적 접근으로 강박적인 의례 행위를 점차 중단시키게 된다.

이어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수행되는 중화 행동을 차단하는 치료 방법인 노출 및 반응방지법(ERP)이 있다. 이는 강도가 아주 약한 불안자극에서 시작해 점점 자극의 강도를 높여 불안자극에 환자들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가족 치료의 경우 가족이 단합하여 강박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 있다. 당사자의 가족들은 이미 이 문제로 지칠대로 지쳐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족 치료에서는 먼저 강박장애가 어떠한 것인지 분명하게 배우고 환자가 강박장애로 인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가족들의 이해와 배려 없이는 치료가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다른 환자들의 치료 결과와 비교하여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흐트러짐이 없는 강박장애의 모습(c)madscape.com
흐트러짐이 없는 강박장애의 모습(c)madscape.com

만약 가족이나 지인 중에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당사자가 느끼는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

▲오염에 노출될 것 같은 불안감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 불안감▲ 비대칭 및 부조화에서 오는 불안감 등을 '스스로' 고찰한 뒤 이야기하게 만든다.

그 후 강박사고 및 강박행동을 스스로 통제할 때 느끼는 불안 수준을 1부터 10까지 중 어느 정도인지 물어보고 그것을 참고한다.

심리적인 문제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심계항진, 맥박 증가, 반복되는 움직임, 걸음걸이를 잘 살펴본다. 그리하여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불안한 생각과 느낌을 말로 표현하도록 격려한다.

강박 증상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믿도록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말을 마음 속 깊이 새기도록 격려한다. 또한 강박사고 및 강박행동으로 인한 불안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닌 일반적인 것임을 교육한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당사자가 직면하고 있는 강박장애에 대해 체계적인 계획 하에 의도적으로 불안 자극에 서서히 노출시켜야 한다.

이와 동시에 반복적으로 '근육이완 훈련'을 통해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이로써 불안 자극에 대한 과민 감성을 감소시키는 '체계적 둔감화 기법'을 사용해 강박장애를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플랜맨 장면들의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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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민 2019-11-29 01:10:55
배주희 기자님 글들은 딱딱한 뉴스기사 같지 않고 술술 잘 읽히고 흥미로운 것 같아요. 매 기사마다요~ 쓰신 기사들 하나도 빠짐 없이 잘 읽었습니다. 당사자로서 위로와 위안 받는 느낌이 들어서 감사드리고 싶어요. 기사를 통해서 재밌는 영상도 보고 유익한 정보도 얻고 가고요. 배기자님 팬이자 애독자 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장우석 2019-11-28 07:52:54
배주희선생님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20대초반까지 강박증이 심했었죠
정리정돈,확인, 반복성, 오염물질의 불안,강박사고 ,강박행동 등
기질과 가정속에서 어머니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플랜맨과 비슷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물건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안정이 되고
없으면 심히 불안했었던 기억이 많았었습니다
체계적 둔감법은 도움이 되고 자기 틀을 벗어나는 경험과
환경의 변화가 큰 도움이 되더군요~!
유익한 글과 좋은 영화까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