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상처
[당사자의 시] 상처
  • 곽한나
  • 승인 2019.11.29 14: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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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George Mauersberger, Bay Sky 1, Pastel, 99.1x149.9cm. (c) George Mauersberger
George Mauersberger, Bay Sky 1, Pastel, 99.1x149.9cm. (c) George Mauersberger

햇살은 따사롭고 공기는 맑다

몸이 움츠러드니 나이 탓이다

갈수록 굽어가는 허리춤을 펴며

간밤에 편히 못 잔 것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순서 없이 더듬는 하루가 길기도 하구나

 

여러 증상들이 뒤섞인 조현병 환우들과

한 방에서 뒤척거린 오늘도

옆 친구가 걸리적 거려도 나는 침묵 가운데

잠시 밖으로 나와 긴 숨을 몰아 쉬자니

살아있는 개미떼 굴을 파헤쳐보듯

뻔한 뒷모습

가릴 것 없는 맨몸이 부끄러웠나

하늘 향해서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얼굴

 

비라도 내려 준다면...

 

미움 없는 오늘이고 싶은 하루하루

하느님! 맙소사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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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11-30 06:12:52
맙소사? 이를 우째?? 우리 곽한나님 마니 아프신가? 상처마다 증상마다 힘들어요??

하나님이 님을 나를 우리를 도우시네요. 고통이 있어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해주네요. 우울 환청 망상 강박이 괴롭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 이겨낼 상처 고통 시련을 주시며 역경마다 피할 길 열어주십니다. 그분 아시죠? 한나님께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빚어낼 달란트를 주신 분이죠.

상처는 딱지 앉아 아뭅니다. 고통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미움 없는 오늘 자비 긍휼로 삽시다. 내힘들다 말고 다들힘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