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긴 복도
[당사자의 시] 긴 복도
  • 이인숙
  • 승인 2019.11.29 14: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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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c) doopedia
(c) doopedia

 

쓸 수가 없었다

손바닥을 두 대 맞고

복도에 무릎 꿇고 두 손을 들고

구원자를 기대하며

 

내 마음은 죄책감은 없었다

가난이 죄일 수는 없는데

이것은 선생의 부주의다

공납금을 내지 않았다고

눈물 흘리게 하는

선생의 분별 없는 처사다

 

나는 떳떳하지는 않으나

집에서 달려올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교실 밖에서 식구를 기다리며

아픈 팔을 선생님 몰래

내렸다 들었다를 반복했었지

 

아버지는 오시지 않았다

휑하니 흘린 눈물 속에

긴 복도가 보일 뿐입니다

 

 

 

*이인숙 님은...
2010년 '자유문예'로 등단. 2013년 장애인 창작집 발간지원 사업 선정. 2015년 경기도 장애인 문예공모전 입상. 시집으로 '새벽을 바라며', '달에 꽃피다', '상아를 훔친 사람'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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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11-30 05:58:45
아버지 공납금 육성회비 중식 비 갖다 내주세요. 팔이 아파요 들었다 내렸다. 까까머리 국민학교 꼬맹이가 한없이 창너머 운동장을 바라며 아버지 기다립니다.

모두가 가난했지만 모두가 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공부했어요. 오늘 커다란 대한민국 을 만든 사람들 입니다. 웃음이 있었고 행복이 있었어요.

팍팍한 경쟁 갈등 줄세우기 는 버려두고 어깨동무 옛시절로 돌아가봅시다. 좀더 사람다운 살가운 냄새를 나눕시다.

멋진 아름다운 시 써준 인숙 당사자 고맙고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 기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