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사건, 막을 수 있었다...국가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
“안인득 사건, 막을 수 있었다...국가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1.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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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법정신의학회, ‘안인득’ 재판 성명서
관공서의 무책임한 대응이 사건 발생에 일조해
적절한 치료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장치 바꿔야

진주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 안인득에게 법원을 사형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 29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신정)와 대한법정신의학회가 정신장애인의 범죄를 다루는 사회적 방식을 우려하는 성명서를 각각 발표했다.

진주아파트 사건은 피의자 안인득이 지난 4월 경남 진주시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흉기로 불을 피해 대피하던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대신정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엄중한 처벌이 아니라 재판부가 밝힌 앞부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다’는 부분”이라며 “이 말은 사법기관에서도 위 사건이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한계와 관공서들의 무책임한 대응이 사건 발생에 일조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결론은 적절한 조치를 위해 변화돼야 할 예방 시스템 없이 안인득 개인에게 범죄의 책임을 물어 사건을 종결지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대신정은 ▲사건 발생 전에 안인득의 형이 동생을 입원시키기 위해 병원, 동사무소, 검찰, 법률공단 등에 찾아가 강제입원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어느 관공서에서도 도와주지 않은 점 ▲아파트 주민들의 수차례에 걸친 경찰의 신고 등이 있었지만 공적 기관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제기했다.

대신정은 “어느 한 지점에서라도 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면 이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일어난 사실에 대해 저희 학회는 ‘도대체 국가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예방책이 없이는 제2, 제3의 안인득은 반드시 나온다”며 “정신질환으로 인한 중대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우들을 치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를 적기에 치료할 수 있게 정신보건법이 제대로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묻지마 범죄’, ‘혐오 범죄’ 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정신질환자들이 일으키는 범죄가 치료받지 못하는 병에서 비롯됨을 알아야 한다”며 “제대로 된 치료를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장치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법정신의학회 역시 성명을 내고 “본 사건의 본질은 정신질환 치료 체계의 문제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그저 한 사람을 죄인을 만들고 그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고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학회는 “정신질환은 그 자체가 범죄를 정당화하는 수단은 아니”라며 “치료받아야 하는 정신질환이 있다면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범죄를 줄이고 제2, 제3의 안인득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질환이 무죄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게 적절한 정신의학적 치료의 기회를 사법체계 안에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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