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통신] 브라질 정신병상수 8만에서 1만 병상으로…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로 눈 돌리면서 변화
[브라질 통신] 브라질 정신병상수 8만에서 1만 병상으로…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로 눈 돌리면서 변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2.10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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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기사에서 정신병원 입원자 급감 소개
상파울루 주 주쿠에리 정신병원 입원자 수 57명만 남아
모두 탈원화되면 정신병원 폐원 준비 중
일부 입원환자 입원기간 70년 넘는 이들도 존재해

한때 브라질은 정신병상수가 8만8000 병상이었지만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스템을 개혁하면서 현재 1만4500여 병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브라질 유력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지는 기획기사에서 브라질 정신보건이 있기 전 정신병원 내 폭력과 인권 유린이 심했지만 병원중심 모델에서 지역사회 모델로 바꾸면서 정신병원 입원 환자들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 상파울루 주 그란지 상파울루 시에 위치한 공립 주쿠에리(Juquery) 정신병원의 입원 환자수의 변화를 주목했다.

이 병원은 1970년대 말까지 1만5600명이 입원해 있었다. 이후 1978년부터 민간 정신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설립되고 환자들의 이동이 발생하면서 1980년대 말 42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변화는 1977년 브라질 연방정부가 국립의료지원기관을 만들면서부터다. 이 기관은 민간 정신병원 서비스에 공적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빈곤층 정신장애인은 노동면허증이 없다는 이유로 이 같은 서비스의 수혜를 받지 못한다. 결국 이들은 공립 정신병원으로 집단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정신과 전문의 아우구스투 세자르 코스타 씨는 “삶의 명확한 전망이 없이 떠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점점 정신병원에 과다수용하게 된다”며 “이런 긴장은 병원의 제도적 폭력을 낳고 인권을 훼손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브라질 정신병원들이 오줌 냄새와 대변 냄새는 만연했으며 독방에서 정신적 발작으로 소리지르는 건 일상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폭력적 구조는 연방정부가 정신건강 시스템을 개혁한 단일건강시스템을 만들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정신의학 개혁이 진보하면서 이 개혁안은 1980년대 힘을 얻었고 2001년 관련법으로 제정·시행된다. 이 같은 정부 조치는 정신병원 환자들의 지역사회 돌봄으로 눈길을 이동하게 만들었다.

주쿠에리 정신병원 역시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따랐다. 2001년 연방 법안이 시행되면서 입원환자는 1000명으로 줄었고 2010년 355명으로 다시 줄었다. 이후 123명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고 97명은 사망했으며 나머지 32명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현재 이 병원에는 57명만 남아 있다.

코스타 씨는 “주거공간으로 간 환자들은 병원에 있을 때 거의 치유 가망성이 없던 사람들이었다”며 “이들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그 돈으로 빵이나 옷을 사고 생활비에 보태 쓰면서 사회통합을 위한 기술교육도 받는다. 이는 자기결정권이 회복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주쿠에리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4년 전 주거시설로 옮긴 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실었다.

60세 남성인 루이즈 씨는 이 같은 논리가 옳았음을 보여준다. 그는 조현병으로 수십 년 간 주쿠에리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거주시설로 옮긴 이후 그는 “이제는 좋아졌다. 침대에 누워 라디오를 듣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회복된 상태다.

신문은 주쿠에리 정신병원이 획기적으로 정신장애인 탈원화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여전히 지역 사회 주거시설로 들어가기 위한 탈원화 계획은 단순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 병원 상당수 환자들이 지역사회 독립주거시설로 들어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상파울루시 정신건강과는 올해 12월까지 10개의 독립주거시설에 100명을 입소시킬 예정이며 이중 19명은 주쿠에리 정신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다. 이들은 입소를 기다리며 오랜 병원 생활로 잊어버린 일상 습관을 복원하는 행동에 참여한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옷을 고르는 등의 일상 훈련 기법을 배우고 있다.

이 병원 의사 글라우쿠 시리아쿠 씨는 “이 모든 활동은 환자의 육체적 건강과 의식을 촉진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각 개인의 욕구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 파울루 카르코스타 씨는 “사회는 정신병원이 더 이상 존재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는 공공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암묵적 합의로 인해 수십 년을 정신병원에서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잘못한 것이고, 그가 잘못한 것이고, 당신이 잘못한 것이다”며 “우리 모두는 버려져 있는 이들에 대해 공통의 묵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주쿠에리 정신병원 입소자 중 95세의 여성에 대해 보도했다. 버지니아 씨는 1920년대 출생으로 76년 전 조현병 증세로 처음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녀는 현재 걷지도 못하고 청력도 잃고 말 역시 잃었다. 그녀가 하는 건 사람이 가까이 오거나 자신을 건드리면 신음소리를 낼 뿐이다.

대다수의 입원환자들은 가족과의 관계가 모두 끊어진 상태다. 이 병원 입원환자 57명 중 23명(40.3%)는 가족의 방문이 아예 없으며 34명(59.7%)는 소원하지만 일 년에 한두 번 방문을 온다.

그러나 정신병원 관계자는 “이들이 드물게 찾아오는 이유도 애정 때문이 아니라 금전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파울루 카르코스타 씨는 “이곳 노인들을 찾는 이들의 일부는 유산 문제 때문에 찾는다”며 “법원이 행위무능력자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찾을 때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인들의 경우 가족관계가 모두 끊어져버리고 가족은 완전히 이사를 가 버린다”며 “이들의 평균 입원 기간은 33년이며 긴 경우 70년이 넘는다”고 밝혔다 .

신문은 또 이들 입원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재정 문제를 꼽았다. 가족이 재정 문제로 부양을 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신문은 가족들이 입원환자를 퇴원시켜 집으로 데리고 와도 고령자들이 조현병뿐만 아니라 청력과 시력이 떨어지고 당뇨와 고혈압 등 육체적 질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단조로운 일상의 이 정신병원은 시간이 멈추는 걸 느끼게 한다”며 “1895년 건축가가 지은 고전 건축물 양식과 마주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병원에서 가장 고령인 마리아(102) 씨의 발언을 실었다. 마리아 씨는 “내 인생에 엄마만 있었는데 내가 어릴 때 돌아가셨다”며 “그때부터 내 인생은 나쁜 부분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신문은 이어 일부 환자의 경우 주민등록상 이력이 남아 있지 않아 무연고자로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 병원의 정신과 의사 알리시 스카르도엘리 씨는 “입원환자 중에는 개인 정보가 하나도 없는 이들이 있다”며 “가족도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 부모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입원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상파울루 시는 장기적으로 주쿠에리 정신병원의 폐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신문은 이 병원 입원환자들이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정신병원의 폐원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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