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요양원에서 온 편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면서
[정신요양원에서 온 편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면서
  • 곽한나
  • 승인 2019.12.13 19: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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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Janet LEDGER, Christmas Tree. Trafalgar Square (c) Janet LEDGER
Janet LEDGER, Christmas Tree. Trafalgar Square (c)Janet LEDGER

트리를 보노라면 보석상자 자물쇠 열쇠 열 듯 그 어릴 적 추억 속에 젖게 된다.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내려와 곤히 자던 착한 어린이의 베개 곁에 선물을 두고 가셨다던 이야기.

요즘 아이들이 들으면 콧방귀라도 뀔 듯 한,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렇지만 그땐 나는 정말로 신이 났다. 눈까지 내리는 이브 날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어 거리엔 오색 불빛들, 레코드 가게마다 성탄 노래, 교회나 성당엔 종소리와 함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가가 새벽부터 동네마다 울려 퍼졌다.

어린이 어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제일 기다려지던 1년 전의 꿈들.

어떤 선물을 달라고 조를까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때 그 시절, 크리스마스 날. 난 정말 지금 50이 넘어서도 크리스마스 날이 제일 기다려지고 좋다.

이날을 우리나라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 만들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하느님의 선물일까?

요즘엔 과학과 문화가 잘 발달되어 한 건물에 들어가면 먹거리부터 의복까지, 온갖 필수품, 영화, 여러 나라 민예품들, 예술까지 총집합되어 있다. 그 고층 건물에 하루 종일 들어가 푹 빠져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크리스마스 하루를 보낸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에 빠져 우리 그때 그 시절 크리스마스 얘기를 들으면 아이들은 '고작 그것밖에 안 돼'라고 말할까? 아니면 '나도 그때 태어나게 해 주지'라며 엄마를 원망할까.

요즘엔 아파트촌이 많아 산타 할아버지가 들어오실 굴뚝이 없다는데 어쩌나. 대궐 같은 집이라야 굴뚝이 있을 텐데 도둑놈 지키던 집주인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몰매나 맞는 건 아닐까? 이젠 나에게도 산타 할아버지를 지켜드려야 할 차례가 된 것 같다.

내가 곁에서 성가시게 했던 어른들 몫이 아닌, 트리 역시 내가 만들어야 하고 선물 포장도 내가 해야 한다.그렇게 크리스마스 준비를 바쁘게 하며 보낸다. 아무렴 어떠랴. 12월 25일은 메리 크리스마스 날인데.

트리를 보노라면 참 예쁘고 아름답고 즐겁고 기뻐서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 날이었으면 하고 욕심을 부려본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예수님, 어떤 선물이 갖고 싶으세요? 제가 대접해드리고 싶어서요.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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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12-17 16:46:32
소녀감성 그대로. 츄리를 보며 한나님의 마음이 그냥 비추입니다. 나도 어릴 적 양말 속에 담긴 사탕 쵸콜릿에 박수치고 기뻤지요. 형이 넣어둔 거였지만. ㅎ
이젠 형도 늙고 나도 주름 졌어요. 그래도 산타는 올 거구요. 예수님은 구유에 누워 곤히 잠잘거에요.

탄일 종이 울리는 밤. 이젠 교회에 예배드리고 달력 나누고 과자 양말 목도리 선물 나눕니다. 성탄 예배가 피크이지요. 마치면 솔솔 졸음도 오구요.

주님 오신밤 님들도 평화, 하늘의 영광, 누리고 즐기세요 ^^

장한탁 2019-12-14 08:18:58
예수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