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통신] “존재하는 진실을 시와 노래로 번역해보고 싶었어요”
[브라질 통신] “존재하는 진실을 시와 노래로 번역해보고 싶었어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2.17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라질 조현병 당사자 알리송 마리아누 씨 조현병 치유기
“나 역시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리기 위해 시 창작해”

시를 쓰고 음악을 작곡하는 생활로 조현병을 치료하고 있는 브라질 남성이 화제다.

브라질 고이아나 주에 살고 있는 알리송 마리아누(34) 씨는 2012년 조현병, 우울증, 사회공포증을 진단받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다. 그는 4살 때 혼자 글자를 익혔고 이후 문학에 대한 열정은 그를 작가이자 가구, 작곡가로 이끌었다.

그는 “병과 싸우는 동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행복을 발견했다”며 “존재하는 진실을 시와 노래로 번역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역시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공포심은 일반적 현상이다.

알리송 씨는 “내가 정상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하면 할수록 그들은 내가 자신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며 “수없이 따돌림을 당했고 나는 책과 비디오 게임, 음악을 도피 장소로 찾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8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14살 때 처음으로 작곡을 했다. 알리송 씨는 국제 락밴드 하드플라우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를 지탱시킨 건 음악뿐이 아니다. 그는 문학에 도전했다.

그 도전 이후 올해 ‘그녀에 대한, 나에 대한’이라는 40여 편의 시가 담긴 시집을 준비했다.

그는 시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2011년 내가 알고 있던 여성에게 글을 썼지만 그녀는 나의 한계를 이유로 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내가 모든 난관을 이겨낼 수 있으며 나 역시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리기 위해 시를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집은 아직 출간되지 않고 있다. 출판사와 이야기는 됐지만 초판을 찍을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시의 일부를 보여주며서 자신에게 후원금 모금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알리송 씨는 자신의 삶의 궤적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고 토로한다. 가족을 비롯한 친한 이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편견어린 시선을 감당해야 했고 예술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왜냐하면 가족은 그에게 법학을 전공해 안정적 일자리를 얻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법학을 전공해 졸업에 필요한 8학기까지 공부를 했다”면서도 “그러나 사회공포증 때문에 강의실을 들어갈 수 없었고 결국 법학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알리송 씨는 약물의 영향으로 인해 하루에 17시간을 누워지낸다. 그는 “깨어있는 나머지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