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CCTV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정기간 보존 의무화하라
정신병원 CCTV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정기간 보존 의무화하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12.26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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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삼촌이 정신병원서 폭행당해 의식 불명”
“정신병원, 경찰 고소 취하하면 치료비 내주겠다” 회유

 

경북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환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폭행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청원글이 지난 24일 올라왔다. 해당 병원 측은 피해자 가족이 경찰에 고소하자 고소를 취하할 경우 치료비를 내주겠다는 등 회유를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청원인의 삼촌 A씨가 입원해 있던 경북의 B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지금 배에 가스가 차서 급히 응급실로 병원을 옮겨야 하는데 병원을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연락이 청원인의 이모에게 왔다. 청원인은 이모는 삼촌의 보호자였다.

당시만 해도 청원인은 이 전화가 삼촌이 있는 B정신병원에서 온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확인한 결과 정신병원이 아닌 대구 소재의 다른 C병원에서 온 연락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청원인의 이모가 본 A씨의 모습은 얼굴에 피멍이 심하게 들어있었고 온 얼굴이 피범벅이었다.

통상 정신장애인이 병원을 옮기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B정신병원은 동의도 받지 않고 C병원으로 옮긴 후 그날 오후 10시께 원무과 직원이 와서 “상황 파악 중”이라는 말만 남겼다.

청원인 측은 B정신병원에 CC(폐쇄회로)TV 제출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병실 내 다른 조현병 환자에게 맞아서 사고가 난 것 같다”며 “병원 내 보호사가 때리거나 병원 측 잘못은 없다”고 말했다.

청원인 측은 B정신병원 측에 사고가 났을 경우 바로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 보호자 동의 없이 타 병원으로 이송한 점, 왜 배가 아파서 병원을 옮긴다고 거짓말을 한 건지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결과를 확인 후에 보호자에게 알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청원인은 “삼촌이 얼굴 뼈가 함몰되고 골절될 만큼 오랜 시간 심하게 맞을 동안 왜 아무런 관리 감독이 없었냐고 항의했다”며 “(하지만) 병원 측은 오히려 정신이상자를 보살펴 주었더니 되게 큰 소리냐는 식으로 무시하듯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촌을 때린 조현병 환자에게 과실을 물으라고 발뺌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치료 비용에 대해서도 요구하지 그제서야 처음 MRI 검사비만 도의적으로 비용을 내주겠으니 아무런 책임도 병원에 묻지 말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삼촌인 A씨는 사고 당시 B정신병원 폐쇄병동인 309호실 독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가해자(조현병 환자)는 옆인 313호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A씨는 식사 시간에는 3층의 격리실(보호실)에서 혼자 밥을 먹어왔다. 통상 한 명이 들어가야 하는 보호실에 A씨가 먼저 들어간 후 병원 측은 가해자를 보호실에 보내 같이 식사를 하게 했다.

이어 식사 후 잠을 자려던 A씨가 ‘우우’ 소리를 내자 가해자가 A씨를 구타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 발생 3시간 후인 오후 8시 40분께 C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인은 “폭행이 가해진 후 어떤 이유로 환자를 바로 보호하지 않고 세 시간 정도 후에 조치가 취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폭력성이 있는 환자를 삼촌과 함께 안치시키고 제대로 밀착 감독하지 않아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청원인은 “B정신병원 측은 사건이 일어난 때가 약물 투여 시간이라고 했으나 경찰 조사 시에는 저녁식사 시간이었다고 말을 바꿨다”며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사실 파악이 안 된 태도를 보여 더욱 신뢰를 잃게 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삼촌 A씨는 정신지체 상태(발달장애로 추정됨)로 B정신병원에 지내는 동안 폭행 등 인권 침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보호자에게 알릴 수 없는 상태였다. 평소 청원인의 이모가 A씨를 면회 갔을 때 종종 담뱃불 자국이 있거나 미세한 폭행의 흔적이 있었지만 병원 측에 이의 제기를 할 경우 A씨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청원인은 “폐쇄병동의 특성상 보호자들도 출입제한이 돼 있어 (그 안의) 사건은 은폐되기 싶다”며 “C병원으로 멋대로 이송해 버리는 등 삼촌의 상태를 은폐하려고 했던 정황상 병원 내에서 삼촌에게 지속적인 인권 침해가 이뤄졌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정신병원 내 정신병 환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및 업무태만을 고발한다”며 “병원 내부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지 그 정황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실히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신병원 보호사와 관계자의 인권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라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또 “인권의 사각지대인 정신병원의 CCTV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개인정보보호법보다 상위법인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 따라 정신병동에서는 예외적으로 CCTV 자료를 일정기간 보존할 것을 의무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민원이나 진정이 들어오지 않아도 인권 관련 기관이 정기적으로 불시에 정신병원을 감사하는 체계를 구축해 달라는 요청도 내놓았다.

청원인은 “입원기관에서는 정신질환 보호자와 소통해 가족이 안심하고 위탁할 수 있는 사회를 보장해 달라”며 “환자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악독한 B정신병원에 대한 집중 조사와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현재까지 해당 청원글에 대한 동의는 59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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