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곽한나의 시] 이렇게 좋은 날
[당사자 곽한나의 시] 이렇게 좋은 날
  • 곽한나
  • 승인 2020.01.07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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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Robert Suermondt, Moon, 2016. 35x35cm. oil on canvas. (c) Robert Suermondt
Robert Suermondt, Moon, 2016. 35x35cm. oil on canvas. (c) Robert Suermondt

둥글레차 1잔에 귤 4개 까먹고

쉴까 누울까 하는데

그리운 친구 둘이 찾아왔다

 

수정과에 찐 밤 한접시 차려놓고

뭐가 이리도 바쁜지 계속 주방으로

방으로 분주하니

이게 무슨 심보야

그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괜시리 바뻐

미한한 맘에

TV 리모컨을 쥐어주며 보고픈 프로

보고 있어 하며

모처럼 온 반가운 두 친구 남겨두고

또 통장 들고 가까운 은행으로

이러면 미안한 맘 가시겠지

헐레벌떡 다녀와 보니

다행인지 TV에 푹 빠져 있다

 

내 마음만 내가 들볶았구나

지폐 3장 다시 내 주머니로 접어놓고

이젠 갈 길 바쁘지 않아?

아무 일 없던 양 두 친구 돌아가네

마중나가며 조심해서 가 하며 바이바이

하는데 눈이라도 내릴 성 싶은 잔뜩

찌푸린 하늘

 

출입문 닫고 계단 타고 올라가는 내 마음

왜 이리 바쁘게 살까 혼자 다 큰 양

오늘이 수요일 1월 1일 신정 설날

점심으로 떡국 먹은 것도 벌써 잊고

이렇게 좋은 날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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