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곽한나의 시] 오늘은 스파게티 먹는 날
[당사자 곽한나의 시] 오늘은 스파게티 먹는 날
  • 마인드포스트 편집부
  • 승인 2020.01.0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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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James Rosenquist, Orange Field, 1964. (c) James Rosenquist
James Rosenquist, Orange Field, 1964. (c) James Rosenquist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살면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물론 수두룩 하지만

 

내가 스파게티를 처음 먹을 때

양송이와 피망 색색깔로 케찹 소스를

얹은 그 맛

놀란 혀에 신듯하면서도 걸죽하고

생소한 그때 그 맛

 

큰 접시에 포크로 돌돌 말아가며

먹는 신비로운 체험이라 생각했는데

 

한 접시에 혼자 먹다 둘이 먹다

다섯이 나눠 먹는 양까지 변하고

익숙해지는 새로움에 자신감은 잃어가고

 

그때 그 맛은 사라져 가고

그때 그 맛을 찾으러 되짚어 보고

그리고 입맛이 나이를 말해주듯

새로운 입맛으로 젊게 살자

스파게티 한 입 두 입 한 번 두 번

길들이고 속지 말자

그 고귀한 맛에. 세월에.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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