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류원용의 시] 생(生)
[당사자 류원용의 시] 생(生)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1.07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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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Team Lab, Enso-Gold Light, 2019. Digital Work, Single channel, Continuous Loop. (c) TeamLab
Team Lab, Enso-Gold Light, 2019. Digital Work, Single channel, Continuous Loop. (c) TeamLab

아~ 생(生)은 무엇인가?

생은 가벼운가? 무거운가?

생은 흐르는 고뇌이며, 찰나의 행복이어라!

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 있다고 그녀는 말하더라마는

이리 큰 말 한 번 하려면 꺾어지고, 꺾어지게 살아봐야 하는 것이고,

나는 내 어린 경험에 비춰보니 나 죽고 싶지 않은 게 생이더라

내 보기에 나 죽고 싶지 않으면서도

위험한 서커스 곡예 즐기는 게 생이더라

때론 팔이 부러지기도, 때론 허파에 구멍 뚫리기도 하고,

어떨 땐 위를 잘라내는 등 서커스하다 결국엔 호사수구(狐死首丘)하더라

생의 정답이란 애초에 없으니, 지극히 주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죽고 싶어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게 옳으니,

언젠간 죽어야하는 생의 비극 앞에

저마다 한 마디씩은 하고 싶은 말 있으리라

 

*호사수구(狐死首丘): 여우는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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