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편견 기사를 규탄한다…왜 정신장애인은 늘 사건사고의 주체로만 구성되는가
정신장애인 편견 기사를 규탄한다…왜 정신장애인은 늘 사건사고의 주체로만 구성되는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1.14 18: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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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1 “정신질환자 사건”으로 추정적 보도
정신장애인 편견을 언론이 강화시키는 악순환
취재·보도 관행 바꿀 수 있어…사회적 약자 옹호해야

노여웠다. 언론이 늘 이런 방식으로 보도하는 게 관행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14일 KBS뉴스는 제주 시내 한 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장난감 권총을 들고 주민들을 위협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확인 결과 해경 소속 현직 경찰이었다.

KBS 측은 “해경은 이 직원이 소동을 벌인 이유를 자세히 알 순 없다”면서도 “평소 분노조절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뉴스1은 하룻밤 새 550여 건의 112 허위신고를 한 30대 여성을 잡았다는 사건을 기사화했다.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A(38) 씨가 “수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징글징글하다는 말이 이럴 때 사용돼야 하는 것일까. 이 기사를 쓴 KBS 박천수 기자, 뉴스1 박태성 기자에게 묻는다. 당신들을 조현병을 아는가, 조울증을 아는가, 공황장애를 아는가, 아니면 통칭적으로 정신질환이 무엇인지 아는가.

당신들을 모를 것이다. 그런데 기자인 내가 비판을 하면 당신들은 불쾌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보도 매뉴얼에 맞게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으며 저들이 사건사고를 일으킨 건 분명히 정신적 질환이 있는 것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 혹은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이가, 혹은 디스크 수술을 받은 이가, 아니면 고혈압 환자가 장난감 총을 들고 돌아다녔다면 이것도 기사화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같은 논리로 일반 외과 병원에서 잠시 이탈해 어느 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면 그 사람에 대해 어떤 기사를 쓸 수 있을까. 그런데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에서 걸어나오는 ‘일탈’이 발생한다면 당신들은 어떤 식으로 기사를 낼 것인가.

외과 병동에서 나온 환자가 시장에서 국수를 사먹으면 그가 병원을 탈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을 허락 없이 나오면 당신들은 거기에 ‘탈출’이라고 쓰는 게 일반적 보도관행이었다. 이 둘의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는 건지 묻고 싶다.

기사의 가치를 매길 때 비정신장애인보다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일탈적 사건에 대해서는 돋보기를 들이미는 당신들이 왜 동일한 논리로 비정신장애인이 저지르는 비슷한 일탈적 사건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있는 것인가. 그건 당신들도 알다시피 기사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사고를 저지르면 당신들은 하나의 ‘월척’을 낚은 듯 의기양양하게 속보로 기사를 내 보낼 것이다. 그 정신장애인이 마트에서 풍선껌을 훔쳤다고 하면서 말이다.

언론이 사회적 약자의 옹호보다는 라벨링(낙인)을 붙이고 주홍글씨를 더 진하게 만드는 것이 사회적 통합보다 분열에 더 일조한다는 건 당신들도 알 것이다. 그런데 왜 자꾸 정신장애인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면 이토록 물어뜯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일까.

언젠가 어떤 기자가 ‘정신질환 30대 여, 집에 불질러’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나는 그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신질환이라는 병명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기사를 쓸 수 있냐고. 그 기자는 나의 문제제기에 수긍할 수 없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자신은 기사 육하원칙에 맞게 썼으며 정신장애인을 비하하고 두려움을 증폭시키기 위해 기사를 쓴 게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대중은 언론을 통해서만 정신장애인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병원 등에서도 인식을 얻게 된다고. 그러면 그들도 정신장애인의 정체성을 왜곡하는 거냐고. 그리고 자신의 기사가 편견을 유발하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이에 나는 말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병원은 정신장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곳이지 편견을 얻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그리고 당신들이 쓴 정신장애인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사회가 얼마나 정신장애인의 삶과 정체성을 왜곡하는지 알고 있지 않냐고. 그러나 그 기자는 끝까지 수긍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혹시 이 기사들을 쓴 KBS 박천수 기자와 뉴스1 박태성 기자도 같은 인식을 하는 건지 묻고 싶다. 당신들도 저 기자가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동일한지, 아닌지.

인간은 모호한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또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는 육체적 장애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신이 망가졌다고 추정되는, 그래서 이성적으로 사유할 수 없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는 비정신장애인에 비해 월등이 강하다.

그래서 정신장애인으로 규정된 이가 사건사고를 일으키면 기자들은 기사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 일제히 관련 기사를 생산한다. 그 사건이 혹 살인이거나, 혹은 폭행이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것이라면 기자의 입맛에 너무나 잘 맞는다. 여기 정신병자가 있다. 이들이 사고를 쳤다. 우리는 정신장애인의 특성이, 그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정신질환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정체성을 소유한 정신장애인이 사고를 치면 ‘당연히’ 기사화해야 한다.

그 의식의 밑바닥에 혹시 정신장애인에 대한 깊은 공포가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모호한, 그러나 무언지 모르지만 두려움을 주는 인간군상 중의 한 유형인 정신장애인이 사고를 치면 공동체는 ‘범죄자’인 정신장애인을 정신병원에 넣고 내보내지 말라고 한다. 이 같은 전근대적 사유가 아직도 포털의 댓글에 아무런 고민 없이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기자가 정신장애인의 사건사고를 보도하면 시민은 공포의 대상인 정신장애인을 격리하고 배제하는 데 너무나 쉽게 동의해 버린다.

박천수 기자, 그리고 박태성 기자. 당신들은 항변할 수도 있다. 위의 기사를 써서 정신장애인을 낙인찍으려고 한 건 아니라고. 다만 그런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썼다고 말이다.

그러나 당신들의 그 작은 기사 한 꼭지로 정신장애인이 또 다시 편견과 낙인의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성찰은 해보지 않았는가. 그 편견과 낙인을 정신장애인이 만든 게 아니라 언론 자체가 생산해 낸 ‘보이지 않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사고이더라도 그가 정신장애라는 명확한 인과고리가 나타났을 때 이를 보도하도록 하는 것이 선진국의 보도 태도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정신장애인에 의한 사건사고가 나면 어떤 윤리적 보도태도에 대한 고민보다 일단은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찰의 보도자료에 의해 기사를 작성했다고 한다면, 그래서 정신질환을 언급한 경찰의 잘못이라고 해명하고 싶다면 그것도 인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기사를 써야지 받아쓰기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발생했고 언론은 이를 기사화했다. 솔직히 징글징글하다. 이제 그만, 정신장애인의 삶을 놓아주면 안 되겠는지 묻고 싶다. 그냥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편견과 왜곡된 낙인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고 치유되어 가면 안 되는지 요청하고 싶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라고 물을 수 있다. 나의 대답은 하나다. 정신장애인에 의한 사건사고더라도 정신장애인을 부각하지 말 것. 사건사고는 사건사고로만 보도할 것. 기사 중간에 어중간하게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라는 무책임한 기사쓰기는 멈출 것. 그것이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요청인가. 기자, 당신들의 한 꼭지 기사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정신장애인이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게 하는 것. 이로써 일반 시민이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완강한 장벽을 세우게 해서 지역사회로 나오지 못하게 가로막고 오랫동안 병원과 요양원에 가둬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언론이 나서서 끊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 징글징글한 ‘정신질환자 추정 보도’는 여기서 멈추길 바란다. 관행은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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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2022-05-21 11:08:53
누구보다 객관적이어야 하는 기자들이 편견의 시각으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장한탁 2020-01-15 19:06:08
강남역 사건과 안인득 사건, 특히 후자 이후에 기자들의 어그로 끄는 한 방식이 된 것 같아요. 하다보면 지들도 깨닫는 게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