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편지] 글을 조금 쉬려고 합니다...'상처입은 치유자'의 소명을 잊지 않을게요
[장우석의 편지] 글을 조금 쉬려고 합니다...'상처입은 치유자'의 소명을 잊지 않을게요
  • 장우석 기자
  • 승인 2020.01.15 21: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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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발병...이후 긴 시간 회복의 길 걸어와
스스로 '커밍아웃'하면서 오히려 생활이 더 힘들어져
환자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구직 모두 낙방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낙인 없는 공동체 꿈꿔

<마인드포스트> 기고글을 거의 일 년간 써 오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정신건강 에세이 작가로 지난 일 년간 책을 쓴 후 방송과 강연 35군데,  마인드포스트신문 기고글 25회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제는 조금 쉬어가려고 합니다.

생활하다보니 현재의 생활과 꿈의 갭(gap)이 있더군요. 저는 기초생활수급권자도 아니고 장애인 복지카드도 없습니다. 단지 스스로의 아팠던 과거를 고백했고 사회복지사로 치료진의 위치에 서 있기도 했지만 저를 세상에 오픈하면서 느꼈던 건 현실의 높은 벽이었습니다.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스티그마(stigma.낙인)는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현실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일반 직장에 들어가서 일해야 현실적 생활이 보장됐습니다. 당사자임을 고백하고 동료지원가나 강연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려웠습니다. 그건 일종의 생활의 보조적인 영역으로만 작동했다는 걸 직시하게 됐습니다.

물론 너무나 의미있고 가치가 있었지만 그 같은 보조적 영역에서의 '돈벌이'만으로 저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일 년간 열심히 살았지만 정신장애를 세상에 밝히면서 일반 직장에 취직은 꿈으로만 그쳤습니다. 아무도 저를 뽑지 않았습니다.

저는 2018년까지 일반 직장에서 일을 잘 하다가 그해 시월, 나를 커밍아웃하고 책을 쓰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저를 오픈하고 다가온 세상의 편견은 너무도 강했습니다. 저의 정신장애인 정체성을 이야기하면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저는 지방 직장에 서른 군데가 넘게 이력서를 넣었지만 아무도 저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서른 차례나 낙방한 겁니다.

그 후, 일반 직장에 도전할 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책을 쓴 기록을 안 남기니 신기하게도 취업만 잘 되더군요. 너무 슬픈 부분입니다.

재작년까지 8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사회복지사라는 치료진으로 일했고 사회복지 영역에서 인정받다가 정신장애인 당사자라고 고백했을 때 느꼈던 주변의 싸늘한 눈빛들. 그 후 당사자라는 고백은 도리어 저의 사회복지사로서의 자부심에 손상을 주었습니다. 저를 환자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저를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맞을까요? 정신장애인임을 고백하지 않으면 유능하고 열정에 불타는 사회복지사였지만 고백 이후 저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저의 자부심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래도 지난 한 해 쓰고 싶은 책을 쓰고, 하고 싶은 강연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정신질환의 인식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저는 다시 저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지금껏 해왔듯이 충북에서 '회복의 등대모임'에 사회복지사로서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또 당사자와 가족을 돕는 일은 소그룹으로 계속할 예정입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관련 기관, 협회 등에서 강연 제안이 들어오면 의미 있는 일이기에 계속 하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직장 동료들에게 저의 정체성이 알려지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죠.

이십대 초반에 정신적 질병의 고통으로 바닥을 쳤고 이후 2년간 정신병원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이후 다행히 재기해 이십대 중반부터 정신건강 영역에서 20년간 봉사했습니다. 또 8년 동안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사회복지사의 전문가로 일했죠. 그 경험들은 제가 살아가면서 응당 해야 할 삶의 의무였으며 삶이 제게 보내는 명령이었습니다. 그것은 신이 저를 '상처입은 치유자'로 불러주신 소명에 보답하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아니라도 이런 일에 함께 할 분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부디 한국 정신건강 관련 분야가 발전되고 국가적 지원과 협력으로 당사자와 가족의 짐이 덜어지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사회적 스티그마도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그런 사회 역시 꿈꿔봅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관심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풍성한 내용으로 찾아뵐게요. <마인드포스트> 박종언 편집국장님과 김근영 편집부장님께 참 감사합니다!

장우석
장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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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2020-01-16 00:32:05
참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생계를 책임져야하는 분들은 더 고민이 깊었을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과 자기관리에 좋은 글을 써주신 장우석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장한탁 2020-01-15 22:43:47
고생하셨습니다. 그게 저희들의 현실일겁니다. 양자택일이지요. 사실을 숨긴 채 정상적인 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병밍아웃하고 활동가로 전념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