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증상 있고 음주자면 노숙인 쉼터 입소 못 해..입소 절차 간소화해야
정신과 증상 있고 음주자면 노숙인 쉼터 입소 못 해..입소 절차 간소화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2.02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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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청원게시판에 현직 경찰관 고충 토로
노숙인들 인적사항 말하기 꺼려해…정신질환 앓는 경우 많아
복지 예산 증액됐는데…지자체와 쉼터가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노숙인이 쉼터에 입소시키는 과정을 간소하게 하고 시청 등 기관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해 달라는 요청이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지난달 28일 올라왔다.

자신을 30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청원인은 설 연휴였던 지난달 24일 경기 부천 관내 주택 보일러실에서 노숙인이 잠을 자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청원인은 40~50대로 보이는 노숙인을 해당 보일러실에서 발견해 지구대로 데려와 보호조치했다.

노숙인 A씨는 자신의 인적 사항을 말하지 않았고 횡설수설하는 상황이었다. 경찰이 관내 노숙인 쉼터에 인계하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노숙인처리매뉴얼에 따라 부천시청으로 노숙자를 인도하려고 했지만 막상 시청 당직자는 “나 혼자 있는데 데려오면 어떡하느냐”는 항의성 발언을 했다. 청원인은 공문을 지참해 다시 시청으로 향했다.

시청 직원은 경찰관인 청원인에게 ‘노숙인이란 근거가 무엇이냐’, ‘인적사항도 없고 타인 주거지에 있었으니 범죄자’라며 신병 인수를 거부했다. 청원인은 다시 노숙인을 데리고 지구대로 돌아와 형사입건을 위해 신고자와 통화했으나 신고자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렵게 A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노숙인 쉼터에 재차 연락해 그를 입소시키기 위해 방문했다. 그렇지만 노숙인 쉼터 측은 “A씨가 정신이상자로 보이니 정신병원으로 가보라”며 입소를 막았다. 그때 A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고시텔 주소를 이야기했고 청원인과 함께 고시텔로 향했다.

고시텔에 A씨를 내려주고 지구대로 돌아온 청원인은 고시텔 주인에게서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A씨가 기물을 파손해 쫓아낸 사람인데 왜 데려왔느냐”는 불평이었다.

청원인은 “기관 간 연계는 인적사항이 확인돼야 하고 주취 상태면 안 되고 정신이상자면 안 된다(고 한다)”며 “대부분의 노숙인은 인적사항을 말하지 않으려고 하고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해 술을 마신 상태이며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경찰 내부망에 이런 내용을 올리면 의외로 많은 경찰관들이 노숙인과 정신질환자를 인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인은 “복지 예산이 대폭 증액되었음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업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지자체와 쉼터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을 촉구한다”며 “자치경찰(제)이 시행되면 이런 업무가 모두 이관될 텐데 해당기관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업무 태도도 반성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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