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정신과 용어들, 어디까지 알고 있나..."의사선생님 말을 못 알아듣겠어요"(1)
어려운 정신과 용어들, 어디까지 알고 있나..."의사선생님 말을 못 알아듣겠어요"(1)
  • 배주희 기자
  • 승인 2020.02.04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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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사용하는 정신과 용어와 정보를 잘 알아야 올바른 병식 키울 수 있어
이해가 안되는 말들은 의사에게 즉시 질문해야
기록하는 습관 만들고 모르는 단어는 검색
'약학정보원'에 수시로 방문해 본인이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 등에 대해 잘 인지
트리거가 될 만한 요인들을 발견해내고 재발방지에 힘써야
보호자에게도 정보를 나눠줘 함께 병식 키우기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만한 질문이 있다.

"과연 조현병의 '조' 자와 조울병의 '조' 자가 같을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일반적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거나 다른 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 본인의 정확한 정신과 진단명과 먹는 약들의 이름을 자세히 숙지하고 있고 의료진에게 그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가 어려운 전문용어를 가지고 병에 대해 설명할 때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아도 되묻지 않는 경우 역시 흔한 현실이다. 당사자가 자신감이 없어서라기 보다 진료시간도 너무나 짧고 처방약 위주의 상담이 돼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앞서 질문한 조현병과 조울병에 대해 알아보자.

조현병의 사전적 정의(c)mentalshcizo.net
조현병의 사전적 정의 (c)mentalshcizo.net

조현병(Schizophrenia)

조현병은 한문으로 쓰면 [調絃病] 이다.여기서 '조' 자와 '현'자는 '현악기를 '조율'한다'는 의미가 있다. 바이올린 줄을 조율해 좋은 소리를 내듯, 마음의 조화롭지 못한 부분을 '조현'하면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좋은 뜻을 품고 있다.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조현병의 DSM-5에 등록되어 있는 정확한 진단명은 'Schizophrenia'다. 참고로 여기서 'DSM-5'는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메뉴얼의 다섯번째 개정판이라는 뜻이다.

이 메뉴얼에는 정신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이 자세히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 정신과에서도 DSM-5를 사용한다. 일례로 당사자들이 진단서를 떼어서 보면 그곳에 적혀 있는 진단명들은 모두 이 메뉴얼을 따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DSM 의 다섯번째 개정판(c)dsmphoto-5.com
DSM 의 다섯번째 개정판 (c)dsmphoto-5.com

조현병으로 돌아가자면 'Schizophrenia'를 한국어로 읽으면 대부분 [스키조프레니아]라고 발음할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스킷써프리니어]에 가까운 영어 발음이 된다. schizo는 분열, 쪼개짐(splitting)을, phrenia는 마음(mind)을 뜻한다. 그래서 조현병의 예전 병명이 '정신분열증'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이다.

조울병(Bipolar Disorder)

한편 '조울병'을 한자로 나타내면 [躁鬱症]가 된다. 조울병의 '조' 자는 조급할 조, '울' 자는 답답할 울을 쓰고 있다. 조증에 걸린 사람을 보면 생각도 말도 빨라지고 무언가 조급함을 느끼게 된다. 또 우울기에 접어들면 말도 잘 나오지 않고 마음 속이 답답하며 꽉 막힌 기분이 들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현병의 '조' 자와 조울병의 '조' 자는 완전 다른 글자이고 다른 의미다.

DSM-5 에 등록되어 있는 영어 진단명을 살펴보면 조울증은 'Bipolar Disorder'이다. 여기서 'bi'는 숫자 두 개를 의미하는 접두어다. 양성애자(bisexual), 2개 언어 능통자(bilingual) 등의 예시가 있다. 조증과 우울증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조울병 환자를 잘 나타낸 진단명이다.

조증삽화의 DSM-5 진단기준(c)verywellmind.com
조증삽화의 진단기준 (c)정신보건사회복지협회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항우울증약의 대부분은 이 SSRI 를 사용한다. SSRI의 한국어 명칭은 조금 길지만 알아두면 복용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SSRI 는 선택적세로토닌흡수억제제 로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우울한 환자에게 기분이 고조될 수 있도록 흥분감을 느끼게 되는 호르몬인 이 세로토닌을 투여하여 치료가 이루어 진다. 또다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도 비슷한 작용을 하지만 도파민은 흥분감 보다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 두 물질은 우울증뿐만 아니라 공황장애 및 불안장애에도 도움이 된다.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를 잘 나타낸 뇌구조(c)webmd.com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를 잘 나타낸 뇌구조(c)webmd.com

트리거(Trigger)

트리거는 정신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단어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하는 심리적인 자극이다. 정신건강의학에서 트리거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병의 '초기 대응'을 잘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트리거를 잘 파악하고 있으면 트리거를 유발하는 행동을 피하면서 재발 방지에 힘쓸 수 있다. 트리거는 원래 총의 일부분으로 '방아쇠'라는 의미이지만 정신질환을 얻게 되는 촉발장치 및 발병 요인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울병 당사자는 언제, 어떻게 조와 울이 시작되는 지를 발견해 내면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조증이 오기 전에 항상 가족이나 친구와 갈등이 있었던 이력이 있다면 주변이들과의 잦은 언쟁이 당사자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그때 이 트리거가 정말 '당겨지기 전'에 주치의와 상담을 하는 등 빠른 조치를 취해야 병이 악화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원래 트리거는 총의 일부분을 가리키는 단어로 정신과에서는 촉발제, 발병요인으로 해석한다(c)talkspace.com
원래 트리거는 총의 일부분을 가리키는 단어로 정신과에서는 촉발제, 발병요인으로 해석한다 (c)talkspace.com

병식(insight into disease)

병식은 병에 대한 통찰을 말한다. 단어 'insight'는 무엇을 이해나 간파하고 있는 것으로, 정신장애인에게는 필수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 이 통찰력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 또는 자기의 질환 등의 문제를 잘 이해하는 행위로 '자기인식'이라고도 불린다.

정신분석에서는 '병식'을 '병에 대한 중요한 요소들을 이해'함으로써 갈등의 해결에 기여하는 '깨달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신과적 치료와 변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병식이 있고 없고의 여부가 치료에 있어서 천지차이가 될 수 있다. 약물을 복용하는 당사자라면, 병식이 있으면서 의료진과 상의해서 감약과 단약을 진행하는 경우와 병식이 없고 본인의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아 임의로 단약을 하는 경우는 180도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당사자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배워나가고 스스로의 증상에 귀를 기울이며 보호자에게도 자신의 병식을 이용해 꾸준히 가르쳐주며 살아간다면 성공적인 치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병식의 6단계(c)마인드포스트​병식의 6단계(c)마인드포스트
병식의 6단계 (c)마인드포스트​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 및 신체적인 증상들로 이루어진 증후군이다. 그러므로 PTSD는 마음과 몸을 함께 치료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 질환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 고문, 강간 등 큰 사건부터 성격장애나 집단 따돌림, 혹은 심리적 상처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잔인한 현장을 많이 접하게 되는 119 구급대원이나 군인들이 많이 걸리게 되는 정신질환이다.

PTSD를 유발하는 요인들(c)everydayhealth.com
PTSD를 유발하는 요인들 (c)everydayhealth.com

성적불쾌감(Gender Dysphoria)

성적불쾌감 일명 '젠더 디스포리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이지만 최근 많이 등장하는 화제의 단어다. 젠더 디스포리아는 DSM-5에 있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자신의 성별이나 성 역할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 의학용어다.

기존의 '성 정체성 장애 및 성 역할 장애'라는 명칭에서 '장애'라는 표현을 고치라는 성소수자들의 요구에 따라 '성적불쾌감'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젠더 디스포리아는 그 자체로도 편견과 선입견으로 힘든 삶이 이어질 수 있지만 이 질환으로 인해 견딜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우울증을 겪기 때문에 정신과적인 치료가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휴가 중에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군대에 복귀하고 싶다는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젠더 디스포리아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해 공무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우울감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래서 매일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견뎌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당국에서는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젠더 디스포리아의 개념이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다. 까다롭지만 알아두면 유용한 정신과 용어나 정보에 대해 잘 파악해 놓아 '상대'를 알고, 병식을 키워 '나 자신'을 알아두면 아픔을 극복해내는 데에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의료진에게 정신과의 어려운 진단명과 복용약에 대해 주저않고 물어보는 자세도 꼭 필요하다. 의사나 간호사는 이미 의학 전문용어들에 익숙해져 있어서 환우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과 단어들을 무의식 중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에는 즉석에서 질문하거나 따로 기록을 해 두어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본다.

거의 모든 약물들의 정보가 있는 '약학정보원'(c)약학정보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거의 모든 약물들의 정보가 있는 '약학정보원' (c)약학정보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리고 '약을 복용하는 환우'는 특히 본인의 약에 관심을 가지고, 약의 정보에 대해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의사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고 무관심으로 약물을 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처방약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약학정보원'에 들어가서 새로 처방된 약을 찾아보아 약의 효능이나 적절한 용량, 그리고 부작용 등에 대해 알아보는 것 또한 병식을 키우게 돼 치유의 길로 인도하는 아주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약의 이름이나 모양으로 검색이 가능한 약학정보원 홈페이지(c) 약학정보원
약의 이름이나 모양으로 검색이 가능한 약학정보원 홈페이지(c) 약학정보원

다음은 '종류도 다양하고 이름도 복잡한 여러가지 신경정신과 약'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세히 설명한 영상이다. 정신과 약에 대해 아직 생소하신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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