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과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무 일 없는 것 같은데
어쩐지 불편하다
매일 듣는 음악소리
멀리 산속 나무숲에서 떨어지는 이슬방울 소리
촉각을 곤두세우고
오늘도 또 머리 쥐어짜며
더우면 선풍기 틀고
추우면 창문 꼬옥 닫고
그것보다
배고파도 굶고
졸리면 이불 뒤집어
쓰고 자는
그것도 아닌
시간 되기 전에 일어나 정리정돈 하고
더러워지기 전에 깨끗이 씻고
돈 없으면 벌 궁리하는 것이
차라리
나한테 어울리지 않을까
달력 날짜에 동그라미 메모하고
시계의 분, 초에 잘 길들여진
나의 목표는
같은 하루하루를 계속 평행하게
유지하기
항구함을 잃지 않는 삶이다
지금 이대로
눈 감고도 그릇 깨뜨리지 않기
밤길 넘어지지 않기
점자책 한눈에 들어오기
또 너의 진실한 마음 훔쳐볼 줄 알기
오늘 바로 지금
왜 무엇 때문에
좋아도 쉿! 해야 하고
싫으면 잠깐! 살펴봐야 하고
옮게 깊게 넓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
나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도
한 번 두드려보고 돌아보기
당신을 위해서도 배려할 줄 알기
잠 욕심, 밥 욕심, 돈 욕심 모두
내어주기
어려운 것들 내어줄 줄 알기
쉽게 내려놓을 수 있도록
잘 익숙해지도록
나 자신을 적당히 다스릴 줄 알기
그렇다고 마음 아파하지 말기
그리고 후회하지 말기
마지막으로 감사할 줄 알기
습관
전화속 너의 속삭임은
두 눈을 감을 수 없다
긴 밤이
기다림이었구나
뒤척거리는 이불의 사각거림에
날밤 새던 이유가
널 향한 그리움이었구나
너와 헤어지고 나서
자꾸 기다림, 그리움이
한밤중마다
습관으로 젖어들고
너의 목소리에 이젠
밤에 못잤던 피곤도 가시고
명절 후의 인사에서
건강히 잘 지낸다는 너의
안부를 듣고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네가 옛날처럼
곁에 있듯 행복을 느끼며
네가 떠날 수 밖에 없던
그 이유들, 그 수수께끼가
너의 전화 속 목소리에 쉽게 풀린다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