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박정자의 시] 어머니 / 종이접기는 내 친구 / 종이 장미
[당사자 박정자의 시] 어머니 / 종이접기는 내 친구 / 종이 장미
  • 박정자
  • 승인 2020.02.0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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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그리운 우리 어머니

흰 머리카락 곱게 쪽지어 올리시고

낭랑한 목소리로 금방이라도 다가설 것 같으며

세월의 주름진 얼굴로 자상하신 우리 어머니

연 보라색 치마저고리에 하얀 앞치마

두르시고 땀방울로 얼룩지셨네

푸른 하늘 뭉게구름 마차에 올라타

실바람에 이끌려 두둥실 홀로 떠가네

이 내 맘 모른 채 날 두고 가시려나

노을빛 홍조를 띄우시며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아

까치발 뛰고 발돋움을 해봐도

허무함만이 맴도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인 것을

어머님에 인연의 끈을 놓고 명복을 빌어야지

만남의 끝자락은 이별이라고

이별의 시작은 만남이라 되새기며

종이접기는 내 친구

폐쇄병동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유일한 친구 중

하나는 종이접기이다

오늘은 책상 한 모둠 위

색종이가 하나 가득히

가로세로 손을 꼭꼭 눌러

가며 접고 또 접는다

장미꽃, 백합꽃, 봉오리 장미꽃,

해바라기, 거북이, 학, 하트 등등

오늘은 재일교포이신 할머니에게

해바라기를

앞으로의 계획을 꽃잎에 적으라 하시고

또 같은 방에 있는 할머니에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복주머니를

그 다음엔 아무개 문병 오신 어머니

화장대 위에 놓을 장미꽃과 케이스를

이렇게 하나 둘 접다보면

어느새 검지와 엄지는

지문도 달고 손가락이

얼얼 덜덜

그러나 어느새 얼굴은

히죽히죽 웃어댄다

내 마음을 다해 열심히, 정성껏 전해줬으니까

그들의 마음에 꽃과 같이 아름답게

불로장생의 마음으로 내가 만든 거북이들

하트를 건네주며 서로 사랑을 나누며

비록 종이선물이었지만 난 뿌듯하고 매우 기뻤었다

종이 장미

한 송이 종이 장미여

내 마음의 손길로 부드럽게

접고 또 접어서 그대에게 드리고저

가시에 찔린 듯 여민 손끝에

어느새 물들어진 장밋 빛깔

마지마디 접히는 순간에

놀아나는 장미의 아름다운 모양새

투명한 상자 가득하게 옮겨져

차곡히 차곡히 제자리에 앉히면

쓰라린 상처와 잊지 못할 추억이었기에

그대에게 그윽한 향기로 남기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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