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정신과 환자'라는 낙인 끊고 아픔의 '경험 전문가'로 치료 패러다임 변해야”
“아픈 '정신과 환자'라는 낙인 끊고 아픔의 '경험 전문가'로 치료 패러다임 변해야”
  • 권혜경 기자
  • 승인 2020.02.07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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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강원 소셜이노베이터 테이블 토론회 열려
청소년 정신건강 빨간 불…치료기관 찾는 청소년 7% 불과
멘탈헬스코리아, ‘사회적 처방’ 커뮤니티 구축 사업 진행
‘사회적 처방’은 비약물적 도움 제공해 삶의 질 개선

강원 소셜이노베이터 테이블 토론회가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교 산학협력관에서 열렸다. 강원 소셜이노베이터 테이블은 강원도 내 사회 혁신가, 사회혁신 추진 조직, 지원 조직 등이 참여해 사회혁신의 주제를 토론하고 네트워킹하는 자리다.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이번 테이블의 주제는 ‘정신건강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사회혁신적 접근에 대하여’였다.

장은하 멘탈헬스코리아 부대표는 정신장애인이 단순히 ‘아픈 정신과 환자’가 아닌 ‘아픔의 경험 전문가’로 치료 패러다임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장 부대표가 속한 멘탈헬스코리아는 정신건강 서비스 소비자의 권리 향상과 소비자 중심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다. 이 단체는 정신질환의 조기 예방과 개입, 인식개선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집중적 개입을 주도해 왔다. 정신장애는 청소년 시기에 42%, 25세 미만에서 75%가 첫 발병한다. 연령적으로 낮은 시기에 정신장애가 찾아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기치료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과 민간의 서비스는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에 집중되면서 10명 중 9명이 정신질환 조기치료에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신과적 증상으로 정신과 전문치료 기관을 찾는 청소년의 비율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장 부대표는 기존 정신치료 패러다임의 전면적 해체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장 부대표는 “‘아픈 정신과 환자’라는 낙인이 아니라 ‘아픔의 경험 전문가’로서 조기 발견과 개입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다시 세우는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편견과 낙인의 정신질환 문제를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장 부대표에 따르면 멘탈헬스코리아는 주요 사업으로 정신질환 조기개입을 위한 생태계 구축 일환으로 임파워드 컨슈머와 피어스페셜리스트 육성 사업을 해 오고 있다. 또 피어스페셜리스트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회적 처방’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멘탈헬스코리아 청소년들의 사회적 활동 또한 눈에 띈다.

이들은 국내 최초로 정신의학회 학술대회에 주요 발표자로 참여했다. 또 유튜브에 180여 개의 자살 예방과 조기개입 컨텐츠를 만드는 한편 자살과 자해 등 다양한 주제로 피어서포트 그룹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형성해 현재 총 720여 명의 청소년들에게 조기 개입 활동을 수행해 오고 있다.

장 부대표는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한 인식 개선 캠페인, 글로벌 청원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동료지원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온라인에서도 사회적 처방 커뮤니티를 운영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아웃리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널로 참여한 강예원 씨(서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는 비약물 치료에 대한 연구와 의지가 전무한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처방’에 대한 담론이 활발해지기를 요청했다.

강씨는 “사회적 처방이란 넓은 의미에서 신체·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운동, 취미 생활, 자원봉사, 지역 커뮤니티 모임 참여와 같은 비약물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처방이 제도화돼 있는 영국의 경우 동네 의원이나 지역 보건소 의사들이 사회적 처방이 필요한 환자에게 약물 처방 대신 사회적 처방 활동가를 소개하는 연결 프로세스로 이해하기도 한다.

위험에 처한 환자에게 사회적 처방 활동가를 소개시켜 주고 이들을 통해 자원봉사 기관이나 지역의 사회적 커뮤니티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비약물적 개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강씨는 “사회적 처방은 사람들을 지역 커뮤니티에 많이 참여시키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게 해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처방의 정치적 의의와 관련해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고립돼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접근할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자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자본은 한 개인에게는 없지만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 간 신뢰가 형성되고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경제활동의 거래 비용을 감소시키고 개인의 이기주의적 속성을 제어하는 도덕과 규범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강씨는 “국가의 건강 관련 행정기구의 지원이나 의료 전문가의 권위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공동체 내에서 시민 주도의 지지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시민사회의 협력과 상호 신뢰의 층을 두텁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킬 수 있는 계기”라며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소속감과 책임감을 증대시킬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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