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 월 60만 원 준다고 모든 문제 해결 안 되겠지만…덜 타락한 사회 만들 수 있어”
용혜인 “기본소득 월 60만 원 준다고 모든 문제 해결 안 되겠지만…덜 타락한 사회 만들 수 있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2.11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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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인터뷰
노동 근본주의 시각은 우파와 좌파가 동일해
노동의 신성함이 아니라 노동하는 인간의 존엄이 우선돼야
노동이 강요되지 않을 때 인간은 더 창발적이고 자기실현적 삶 살아
기본소득이 게으름뱅이 만든다는 우파 사유는 동의 못해
안정적 소득 배분이 포퓰리즘이라면 굳이 대꾸할 필요 없어
청년에 3000만 원 일시적 지불보다 지속가능한 소득 보장돼야
빈곤의 책임을 사회가 아닌 개인의 게으름으로만 비난해
기존 사회복지 제도 축소 않고 기본소득 실현돼야
인류 모두는 공통의 부에 대한 권리 있어…평등하게 나눠야
기본소득당, 21대 총선에 경기 고양과 서울 은평에 출마
기본소득은 돈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조건 마련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어르신의 굽은 등을 볼 때, 혹은 고시원에서 밥과 김치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이들, 또 새벽 4시 구로구 인력사무소 앞에서 팔려나가길 기다리는 소처럼 당일 막노동 일거리를 찾는 이들을 생각할 때 그들에게 국가가 풍요롭지는 않지만 얼마 정도의 ‘생존비’를 지급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生)이 악다구니의 영토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고리가 그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급여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많은 이들은 말한다. 일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왜 국가가 퍼다주기 식으로 무조건적인 돈을 지급해야 하냐고. 그건 인간의 본성을 타락시켜 게으름뱅이로 만들고 그들은 국가의 발전에 해만 될 뿐이라고. 정말 그럴까.

지금 정신장애인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구조 안에 놓여 있다. 노동을 하느냐, 그냥 기초생활수급비에 만족하느냐 질문을 던지면 100%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들은 다달이 나오는 그 급여로 돈을 아껴 현금으로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을 것이다. 통장에 저축을 하게 될 경우, 일정 액수가 넘게 되면 어김없이 국가의 공적부조체계는 그 정신장애인이 저축한 만큼의 돈을 ‘부정수급’이라는 이유를 들어 깎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책장이나 옷장에 그 돈을 조금씩 모으고 있을 것이다. 만약을 위해서 말이다.

노동을 할 수 있고, 노동을 통해 돈을 더 모으고 싶은 정신장애인의 실존적 고통에 대해 국가는 외면하고 있다. 오직 ‘열등처우의 원칙’과 같은 열등한 존재가 일을 하는 이들보다 많은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너무나 냉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일을 하게 해 달라. 이는 정신장애인이 현물지급의 대상으로 수동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고 자아실현을 해 나갈 수 있는 물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 국가가 좀 더 보살펴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로다. 국가는 이를 부정했고 정신장애인의 일부는 자신의 존재가 무화되는 공간에서 숨어서 일을 한다. 물론 그렇게 일하다가 ‘걸리면’ 그만큼의 급여가 깎이거나 급여비를 국가에 돌려주어야 한다.

기자는 길거리 폐지 줍는 어르신에게는 노동이 생존이 아니라 ‘소일거리’가 되는 사회, 막노동을 며칠째 못하고 ‘공치더라도’ 긍정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 국가가 퍼다주는 선심용 수혜라는 관점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로서 급여가 지급되는 사회, 노동을 무조건적인 선(善)으로 바라보는 보수주의자들과 노동 근본주의자들의 철학적 빈곤이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하는 사회, 정신장애인도 원하는 경우 노동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꿈꾸고 있다.

그 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현재의 기본소득당에 눈길을 머물게 했다. 기본소득당은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로’를 정치적 슬로건으로 하는 신생 정당이다.

지난 1월 19일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고 서울, 경기, 인천, 광주, 부산에 지역당을 건설했다. 기본소득당에 대해 ‘기본소득’이라는 원 이슈 정당이라고 하지만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기본소득에는 사회의 모순과 빈곤, 차별과 배제, 계급적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의 중심고리가 놓여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아가 기본소득당이 내건 ‘모든 국민에게 월 60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은 차라리 19세기 노예해방과 같은 혁명적이고 코페르니쿠스적 사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자는 만나고 싶었다. 이 당을 이끄는 용혜인(29) 상임대표를 만나기 위해 중앙당에 전화를 걸었고 몇 번의 연결 끝에 용 대표는 기자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용 대표는 보수 신문의 이데올로기를 학습하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대학에서는 공무원 준비생이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그는 공부를 잠시 거두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가만히 있으라’는 침묵시위를 주동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경력이 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후 그는 공무원 시험의 뜻을 접고 노동당에 들어가 2016년 총선에 출마한 전력도 있다. 이후 기본소득이라는 당명 개정 문제로 사상투쟁이 발생하면서 그는 노동당을 떠나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당원은 2만여 명. 학생, 알바생, 취업준비생, 간호조무사, 백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류를 이룬 정당으로 당원의 80%가 20대다. 용 대표는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에 모든 소득에 15%의 소득세 부과하기, 토지세 실시, 기업의 탄소배출량에 1톤 당 10만 원의 탄소세 부과하기, 데이터 기반 산업에 대한 데이터세 적용 등을 제시했다.

그에게 가능한, 그리고 실현되어야 할 기본소득의 가치를 묻기 위해 서울 마포구의 기본소득당 중앙당사를 10일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c)마인드포스트

-기본소득은 사지가 멀쩡하면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노동 근본주의자들에게는 하나의 ‘죄악’처럼 비쳐질 수 있겠네요.

“맞아요. 노동이 신성하다는 관점은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사회에 퍼져 있어요. 일을 안 하는데 왜 돈을 주느냐라는 말이 보수진영에서 나올 것 같지만 사실은 좌파 진영에서도 그런 비판들이 많더라고요.

노동이 신성한 것이 아니라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이 존엄한 건데 말이죠. 좌파 진영에서도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주느냐라거나 이것은 노동자 중심주의를 폐기하는 것이라고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노동을 선(善)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동을 신성시하는 이데올로기가 완성됐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았잖아요. 일은 노예가 하고 자신들은 정치적 폴리스에 참여하는 정치적 인간의 삶이라 생각했어요. 성경에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구절이 나오잖아요.

근대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하는 과정에 그런 노동 윤리들이 굉장히 강화됐어요. 사실 좌파나 우파나 할 것 없이 노동윤리는 그대로 둔 채 권력을 누가 쥘 것이냐를 두고 싸웠던 거 같아요. 기본소득이나 불안정 노동에 대한 문제 제기는 기존의 노동 윤리들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기본소득이 게으름뱅이를 만들고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질식시킨다는 반발도 있습니다.

“저는 게으름뱅이가 될 정도의 기본소득이면 참 좋겠어요(웃음). 현재 한국에서 기본소득 모델을 이야기하는 정치세력들 중에 저희가 가장 높은 금액 모델을 갖고 있어요. 60만 원 모델인데 이 60만 원을 갖고 누가 게으르게 살 수 있겠어요?

한 달 식비 정도밖에 안 될 텐데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죠. 소득이라는 건 노동자가 일을 해서 얻는 것 외에 다른 원천이 없잖아요. 자아실현의 노동이라기보다 강요된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게 창발적(創發的)이고 자기실현의 과정이냐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12시간 바코드만 찍는다거나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매연을 마시면서 한 자리에서 잔돈을 거슬러주고 성희롱을 당하거나 폭언을 당하는 노동이 인간의 자기실현의 노동인가요? 창발적이고 자기실현적인 노동은 강요되지 않는 인간의 활동일 때 가능하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좀 더 게을러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기본소독을 기존 복지에 현금을 더 얹어주는 것처럼 묘사해 표심을 유혹하는 포퓰리즘 정치 풍토라고 비난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포퓰리즘을 떠나서 정치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되는 것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소득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봐요. 가장 필요한 것을 주장하고 제공하는 걸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대고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경기도가 시행한 ‘청년기본소득’을 받은 청년 60.3%가 기본소득으로 자신의 삶과 사회인식이 바뀌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희 청년들은 사회의 복지 제도, 사회적 안정망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청년들이 사회에 새로 진입해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던 세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등장한 거죠. 복지 혜택이 필요한 세대가 된 거예요. 사회와 관계 맺어 본 적이 없는 청년들이 (청년기본소득 등을 통해서) 내가 사회에 속해 있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소득이라는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혜택을 처음 받게 된 거죠. 청년기본소득을 받아본 사람들은 (해당 연령인) 만 24세를 지나서 앞으로 못 받게 되더라도 이 정책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청년에게 기본소득이 아닌 3000만 원의 목돈을 일시불로 주자는 주장은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왜 그런가요.

“3000만 원을 준다면 당장은 큰 힘이 되겠지만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나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금수저’ 청년들도 자기가 돈 모아서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 안 해요. 부모 도움 받아서 집 사고, 차 사고 할 수 있는 거지. 자수성가(自手成家) 하는 게 불가능한 세대가 돼 버린 거예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봤자 결혼도 못 하고, 집도 못 사고, 차도 못 사고, 애도 못 낳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절망이 청년 세대의 가장 큰 문제예요. 3000만 원이라는 일시적 지원은 청년들에게 미래를 알 수 없는 일확천금을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3000만 원 주는 건 청년들에게 치킨집 차리라는 정책이죠. 한국에서는 5년 이내 문 닫는 신규 가게들이 80%가 넘어요.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3000만 원을 줄 테니 그 경쟁에 뛰어들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무책임한) 방식인 거예요. 사회적 책임을 면피하는 거죠.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3000만 원으로 알아서 살아라가 아니라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삶의 안정성이에요. 그런 면에서 청년 기초자산제만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보다 청년기본소득과 같이 안정적인 소득 보장의 방안이 같이 논의돼야 해요.”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c)마인드포스트.

-최근 신문에 36세의 노숙자 청년이 양말도 안 신은 슬리퍼를 끌고 무료급식소를 드나드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급식소가 문을 닫아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했어요. 댓글을 읽어 보니 사지 멀쩡해서 일을 하지 않는 그 청년을 꾸짖는 게 다수였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홈리스(homeless) 말고도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지 멀쩡한 청년들도 노량진 무료급식소에 많이 가요. 한국 경제가 세계 11위 규모가 됐고 배곯아 죽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그런 사례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잖아요.

일가족 자살 사건이나 최근에 발생한 관악구 새터민 모자(母子) 아사 사건 등 빈곤 문제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반복되는 심각한 문제예요. 빈곤의 책임을 사회가 아닌 개인의 게으름으로 비난하는 방식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사회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담론들이 많이 필요해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앤드류 양은 18세 이상의 미국인들에게 월 1000달러를 기본소득으로 주겠다고 공약했어요. 한국의 기본소득당은 유아 때부터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일정 연령에 이른 이들부터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겁니까.

“저희는 영(0)세부터 지급하는 걸로 계획하고 있고요. 영세부터 사망 신고할 때까지로 보고 있고 다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느 범주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할 거냐, 아니면 보편적으로 함께 시작할 것이냐는 입장 차이들이 있는 거 같아요.”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서 가진 자가 더 많이 세금을 내야 합니까.

“결과적으로는 그래요. 기초생활수급비, 청년기본소득, 청년구직활동 수당,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의 예산을 합치고 여기에 토지 보유세와 (기업에 매기는) 탄소세, 또 모든 소득에 15%의 일률적 과세를 하는 것이 재원 마련의 한 방식이에요.

소득에 15%를 똑같이 낸다고 했을 때 가진 자들이 많이 낼 수밖에 없는 구조긴 하거든요. 저희의 모델로도 상위 25% 정도까지는 내는 돈이 받는 돈보다 더 많고 75%의 국민들은 자신이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게 되는 구상을 해요.”

-고위 공직자로 퇴직해 연금을 월 400만 원씩 받는 이는 기본소득에 어떻게 포섭될 수 있습니까. 연금에 기본소득을 더 얹어주는 겁니까.

“연금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되는 측면에 있어요. 공무원의 경우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연금을 퇴직금의 보상 개념으로 많이 생각하시더라고요. 공무원 연금을 많이 받는 이들은 퇴직금이 안 나오니까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기본소득과 별도로 논의해야 할 사안으로 봐요. 연금을 400만 원 받는 사람도 기본소득 60만 원을 받게 되는 거죠.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든, 부동산 수입이 많아서 월수입이 400만 원이 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맞고요.

다만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별도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금 문제는 건드리기 어려운 문제죠. 이미 받은 사람들이 받고 있고 지금 그 돈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문제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아요.

기존 정치세력과 정당들도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희 역시 사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으로써 연금 문제나 다양한 문제들을 확장시켜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기존 기초생활수급, 노인연금, 아동수당이 기본소득에 편입된다고 했는데 정신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기본소득 60만 원에 20만 원을 더 주자, 이건 현실성이 없을까요.

“저희는 장애수당처럼 필요에 따라 지급되는 사회수당들은 통합하지 않는 예산 모델을 갖고 있고요. 장애수당이나 장애연금의 부분은 통합하지 않고 별도로 지급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 60만원에 따로 그 사회수당들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 수당이 얼마 정도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구체적인 액수보다는 기존의 사회복지를 축소하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기본소득을 기존의 복지예산 다 통합해서 n분의 1로 나눠주자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기존 사회복지 제도를 축소하지 않고 또 사회서비스를 후퇴시키지 않고 기본소득이 실현돼야 한다는 게 저희 당이 내부적으로 합의한 원칙입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c)마인드포스트

-장애인들, 특히 정신장애인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은 노동을 하면 수급비가 끊기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기본소득이 전면화되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기초생활수급제는 일을 한 만큼 차감해서 사람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하고 계속 빈곤한 상태에 머무르게 해요. 일을 해도 4대보험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월급도 친구나 지인의 통장으로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가 월급을 떼이면 그 월급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통로들이 막히잖아요.

그러다보니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리죠. 단순히 일을 못하는 것도 있지만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노동 체계 속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열악하고 최저임금에도 미달되고 4대보험이 안 되는 기본적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일자리로 내몰려요.

기본소득은 노동 여부나 자산을 심사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갖고 일한 만큼 소득이 보장돼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게 되죠.”

-기본소득이 현실화되면 공무원 지원자들이 급격히 줄어들 것 같습니다. 공무원이 가지는 장점이 신분과 급여의 안정인데 개인의 급여가 안정화되면 공무원 지원자들이 절반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청소년들이 공무원을 가장 선호한대요. 취업 준비생들도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월급이 대기업보다 적지만 안정적으로 평생직장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기 때문이에요. 자기실현이 아닌 안정성을 놓고 공무원을 하고자 하는 거죠. 기본소득으로 소득의 원천이 보장되면 좀 더 자유롭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줄 수 있죠.”

-대표님도 60만 원 받으면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 포기할 겁니까.

“아, 저는 포기한 지 꽤 됐는데요. 이제는 전과도 생기고 해서(웃음).”

-기본소득당이 기본소득이라는 원 이슈 정당이라고 하는데 기자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 기본소득에는 사회적 불평등, 복지행정의 관료주의, 노동에 대한 사유, 자유로움과 인간의 창조성에 대한 지지 등 무수한 사회적 가치 혹은 모순과 연결돼 있어요. 이 모순을 해결하는 핵심 고리가 기본소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노동을 전제로 한 복지국가 모델이었고 이를 사회계약으로 합의한 사회 시스템이었죠. 이제는 그런 근로연계형 복지국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사각지대가 굉장히 많고 사람들을 계속 빈곤의 덫에 머무르게 하는 문제도 많고요.

결국 저희는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 혹은 사회계약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하는 겁니다. 기본소득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는데 이런 사회적 모습을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당명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한국의 정치는 굉장히 경직돼 있고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폐쇄적으로 짜여져 있어요. 그래서 국민들에게 좀 더 간결하고 확실하게 저희가 주장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알려내기 위해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을 선택했어요. 기본소득이 가장 핵심적인 저희의 주장이자 정책인 건 맞는데 단순히 돈을 몇 푼 주는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계약의 모델로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기본소득을 월 60만 원으로 정한 게 정부의 최저생계비가 60만 원 미만인 점을 고려했다고 했습니다. 정부의 최저생계비가 오르면 기본소득도 해마다 오르는 겁니까.

“고정된 건 아니고 60만원으로 시작하자라는 것이죠. 기본소득이 만약에 2020년에 시행이 된다면 국가기본소득위원회를 통해 매년 최저임금 결정하듯이 하자는 거죠. 국회에서나 기본소득위원회에서나 내년도 기본소득 금액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물가나 생활수준에 맞춰 당연히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0만 원은 인간이 자유를 누리는 데 충분한 돈은 아닙니다. 기본소득이 있어도 사람은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자기를 계발하려고 할 겁니다. 이는 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돈으로 매일 놀고먹으려고 한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은 허황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에게 60만 원으로 펑펑 놀고 먹어보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웃음). 60만 원이면 사실 하루에 2만 원이거든요. 집 월세 빼고 핸드폰 요금 빼 봐요. 서울에서 밥 한 끼를 먹어도 7000~8000원인데 정말 딱 하루 밥 두 번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정도의 금액밖에 되지 않거든요.

놀고먹거나 게을러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또 게으름이 왜 나쁜 것이냐에 대한 질문도 던져봐야 돼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고 이는 진보 세력뿐만 아니라 IMF(국제통화기금)이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서 예상하고 있는 문제예요.

인공지능과 기계가 인간 대신 일하고 돈을 번다면 그 부(富)는 소수의 자본들이 독점하겠죠. 그런데 이 인공지능과 기계가 인류의 지적 자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인류 모두가 공통의 부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경우 인공지능과 기계가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를 평등하고 나눠가질 수 있고 일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사회가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의 포인트는 단순히 자본 회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노동에서 해방될 가능성이라고 봐요.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놀고먹는 것이, 게을러지려고 하는 것이 꼭 나쁜 일이냐라는 질문을 오히려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c)마인드포스트

-민간 싱크탱크 ‘LAB2050’은 한국도 따로 세금 신설 없이 국민에게 당장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저는 기본소득의 실현이라는 것이 정치적 의지, 결단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지난 3년 동안 117조 원 정도의 예산이 늘었는데 이는 일인당 17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시행할 수 있는 예산이거든요.

제가 2016년 총선 출마했을 때 국가 예산이 1년에 270조 원 정도였어요. 지금은 500조 원이 넘잖아요. 230조 원 정도 늘어난 건데 이 230조 원 늘어나 예산으로 뭘 하고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르죠. 230조 원이면 30만 원 이상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거든요. 30만 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180조 원 정도니까.

예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 예산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요. 기본소득은 결국 정치적 결정과 결단에 따라 시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제의 완성을 위해서 정치인을 설득해야 합니까, 아니면 대중을 설득해야 합니까.

“저는 국민들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사회세력의 힘이 커졌을 때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국민을 설득해나가는 게 일차적 과제인 거 같고요.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요구하는 정치세력을 저희가 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2020년 총선은 그 출발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근대 복지철학의 원칙이 ‘열등처우의 원칙’입니다. 가난을 증명한 자가 국가의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그 최고 금액이 일을 하는 이가 받는 가장 적은 임금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는 거죠. 왜 이 철학이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는데 우선 그 열등처우의 원칙이 실제 빈곤을 퇴치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사회적으로도 입증이 된 사실이고요. 그래서 사람들을 끊임없이 빈곤 상태에 머물게 하는 문제가 있고요.

두 번째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 있는 몸은 노동할 수 있는 몸으로만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할 수 없는 몸, 임금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회가 차별하고 배제하는 문제들을 낳게 되죠.”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세상 교훈도 있습니다. 또 젊은 날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인간의 고생을 당연한 명제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취업하는 것이 물고기를 잡는 법임을 알려주는 거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취업하는 과정을 돕는 정책들이 한국에도 이미 많이 있어요. 그런데 취업의 바늘구멍이 너무 좁고 수많은 청년들이 이 때문에 고통 받는다면 정치가 해야 할 역할로 바늘구멍에 기름을 칠해 주거나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는 사람에게 기름칠을 해 주는 방식으로만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걸 정말 자발적으로 고생을 하겠다는 건데 저는 미래가 보장된다면 지금 조금 힘든 걸 감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청년들은 미래가 없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거죠. 미래가 있고 그래서 고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일 거 같아요.”

-기본소득당이 지역구로 경기 고양과 서울 은평 두 곳만 선택해 출마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국의 선거 제도가 원외(院外)의 소수 정당들에게 굉장히 어렵게 돼 있어요. 특히 정치 신인들에게 더 어렵게 정치 제도가 짜여져 있고 선거에 나가려면 비용도 많이 들어요. 지역구 출마 시 청탁금이 1500만 원이에요.

평범한 경쟁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구조죠. 1500만 원 내야 하고 여기에 선거 운동원, 방송 차량, 공보물 이런 데 다 돈이 들어가는데 기본소득당은 당원의 80%가 20대고 무직, 알바생, 주부, 간호조무사, 백수 이런 사람들이거든요. 이들이 만 원 정도 당비를 내서 운영되고 있는데 물량 경쟁에서 (기성 정당과) 승부를 볼 수 없죠.

비례대표 공보물을 A4 용지 앞뒤로 출력해서 전국 가구들에 보내는 걸 계산하면 2억 원이 넘게 들어요. 거대 정당들은 36페이지나 만드는데 말이죠. 선거 때는 종이 가격도 막 올라요. 공보물을 만들 거면 지금 사 놓아야 해요. 그 돈 2억 원이면 저희는 다른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른 방식의 선거운동을 고민했고 오프라인에서 다른 정당들처럼 물량 중심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개개인 유권자들에게 직접 가서 닿을 수 있는 기획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은평과 고양을 선택한 이유가 뭡니까.

“첫 번째는 (지역구 출마) 두 후보가 그 지역에서 계속해서 활동해왔고 또 지금 살고 있는 공간들이고요. 신지혜 후보(기본소득당 경기도 상임위원장) 같은 경우는 지난 총선에서도 고양에서 출마했었어요.

은평 같은 경우는 서울에서 일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에요. 젊은이들도 많지만 노인 가구도 굉장히 많잖아요. 일인 가구가 600만 가구 넘어가고 있고. 그랬을 때 기본소득과 매칭돼서 특별한 기획들을 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죠.”

-기본소득당원은 백수, 알바생, 여성, 비정규직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이중 장애인은 어느 정도 됩니까.

“저희가 장애 여부를 당원 가입할 때 받거나 하지 않아서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지역에서 당원 모임이나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 장애인 당원들이 있고 특히 충북이나 대구 이런 지역에서 조금 계세요.”

-정신장애인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글쎄요.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웃음). 주변에서 폐쇄병동에 입원했던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많이 알게 됐어요.”

-정신장애인은 전체 장애 범주에서 가장 천대받아온 존재들입니다. 격리되고 배제돼야 할 무가치한 존재로 사회가 인식합니다. 이 같은 사회적 최약자를 위해 기본소득당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기본소득당의 강점은 파편화돼 있는 시대에 끊임없이 각자의 정체성을 범주화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범주화하는 작업들은 사회에서 가려져 있고 배제당하고 있는 이들을 드러내는 긍정적 역할이 있어요. 동시에 다양한 개별적 범주의 정체성들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기본소득은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농민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가지는 공통의 정치적 경험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책이라 생각해요. 각자의 조건에서 다양한 억압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다른 세상과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죠.

기본소득 60만 원을 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가능성을 제공하고 그 시작점을 열고 공동체화 사회적 연대에 대해 감각을 함께 형성해 나가자는 측면에서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c)마인드포스트

-기본소득이 보편화되면 인간은 정말 타락해버린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웃음). 오히려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삶을 꾸려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활동을 해야 하는 사회라면 기본소득은 돈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덜 타락한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있죠.”

-용 대표님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요.

“어려워요. 저는 인간은 가능성의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 가능성을 어떻게 구현하려 했는지가 인간의 정치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요. 기본소득당이 하려는 건 파편화되고 원자화된 개인들을 다시 사회 공동체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로 엮어내려는 시도라고 봐요.

기본소득이 인간이 돈 때문에 억압받고 배제받는 사회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기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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