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곽한나의 시] 이럴까 저럴까
[당사자 곽한나의 시] 이럴까 저럴까
  • 곽한나
  • 승인 2020.02.18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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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Robert Suermondt, Wallpainting in situ 2008 (detail), BkSM, Strombeek, Maline
Robert Suermondt, Wallpainting in situ 2008 (detail), BkSM, Strombeek, Maline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계단으로 올라갈까 엘리베이터를 탈까

커피를 원샷으로 마실까 라떼로 마실까

보리차를 마실까 냉수를 마실까

이것을 먹을까 다른 것을 먹을까

 

숨 한 번 몰아 쉬고

 

너를 좋아해야 할까 무관심해야 할까

이 말을 해야 할까 다른 말을 해야 할까

그냥 모른 척 해야 할까 다가갈까

 

쉴 틈 없이 숨이 차 오르고

 

이 생각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언제부터

어릴적 이런 생각을 한 적 없어

사춘기 때 조금 신경 쓰였지

성인이 되서 젊음 하나로 밀고 나갔지

오십이 넘어 눈치만 늘었지

 

딱 한 가지 변한 건

너를 만났다는 사실 그것은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마음을

다 너한테 들켰다는 사실이야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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