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직장 괴롭힘 ‘태움’으로 ‘정신과 치료’…근로공단에 산재 보상 신청
간호사 직장 괴롭힘 ‘태움’으로 ‘정신과 치료’…근로공단에 산재 보상 신청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2.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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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영 씨 “병원 도움 요청했지만 방관…선임 폭언 이어져 퇴사”
행동하는 간호사회 “황씨 산재 인정하고 병원 시스템 바꿔야”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으로 병원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전직 간호사가 병원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행동하는 간호사회)는 20일 서울 중랑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간호사 황은영 씨의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황씨는 2018년 1월 서울의료원에 입사해 두 달 동안 교육을 받은 뒤 가장 중증도 높은 환자들이 있는 병동에 배치됐다. 이후 하루 18시간을 근무한 날도 있었고 선배 간호사들이 황씨에게 폭언을 하는 등 ‘태움’을 일삼았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황 간호사가 병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방관했고 황 간호사는 심각한 자살 충동에 결국 입사 100일을 조금 넘겨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입사한 동부제일병원에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선임에게서 폭언 등을 들어 결국 퇴사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반복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적응 장애 진단을 받은 후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사는 소모품이 아닌 사람”이라며 “황은영 간호사의 산재를 인정하고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괴로워하는 수많은 간호사를 위해 병원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들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표준화된 신규 간호사 교육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태움’은 간호사들의 개인 인성 문제가 아니라 병원 구조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며 “셀 수 없는 무임금 추가 노동과 선임의 언어적 폭력으로 피폐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죽지 않고 살아 고(故) 박선욱·서지윤 간호사의 억울함을 풀고 우리 현실을 알리기 위해 산재보상을 신청한다”며 “간호사들이 피눈물 흘리며 죽어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인권운동가 명숙 씨는 “고 박선욱·서지윤 간호사 등 태움으로 인한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태움’은 간호사들의 인력 부족을 방관하는 사회와 병원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들은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를 방문해 황씨의 산업재해보상 신청서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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