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불법 격리·강박 인권위 고발한 간호사..‘직장괴롭힘’에 전보까지
정신병원 불법 격리·강박 인권위 고발한 간호사..‘직장괴롭힘’에 전보까지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0.02.24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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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간호사 신분 비밀 안 지키고 병원 대표전화로 민원 확인
간호사, “해당 병원이 너무 심할 정도의 인권 침해 이뤄져”

정신병원 내 불법 강박과 격리에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폭로한 간호사가 병원 측으로부터 오히려 징계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서울신문과 뉴스1에 따르면 경기 지역의 한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지난달 22일 ‘병원 간호사가 복통을 호소하는 미성년 환자를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안정실(환자 격리 장소)에 격리해 1시간 이상 방치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병원 입원 환자를 의사 지시 없이 격리 또는 강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의 묵인 하에 간호사들이 임의로 환자를 격리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해당 매체들에 따르면 인권위는 A씨가 낸 민원과 관련해 A씨 개인 휴대폰 전화가 있음에도 A씨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병원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인권위 담당자가 민원 내용을 설명했지만 A씨가 민원을 넣은 지 몰랐던 피해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인권위 담당자는 ‘기억이 나면 다시 진정을 넣으라’고 말한 뒤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사건을 종결했다.

게다가 인권위는 A씨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온라인을 통한 민원답변 내용에 “민원인과 통화했다”고 적었다.

A씨는 피해자가 정신질환자에 미성년자임에도 인권위가 민원을 제기한 자신을 상대로 아무런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킨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A씨는 “사건이 접수됐다는 것은 문자를 통해 알림이 왔지만 종결에 대해서는 고지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인권위가 병원 대표전화로 민원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병원에서 부당한 징계와 인사이동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간호사들이 주치의에게 보고도 안 하고 ‘야, 저거 집어넣어’, ‘저 인간 눈 또 뒤집힐 것 같으니까 데려가’라며 환자를 안정실로 데려간다”며 “의사들도 담당 환자는 많은데 다 진료할 수 없으니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A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진정 이후 병원에서 그동안 간호사가 근무하지 않았던 외래 간호업무로 전보됐다”며 “전보 조치를 받아 간 자리에는 책상, 컴퓨터, 전화 등 아무런 집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간호사 경력이 있는 A씨에게 병원은 내원객의 혈압·체온을 재는 일을 지시했다. 이후 병원은 지난 11일 A씨를 징계위원회에 넘겼고 그 다음 날 3개월 정직을 통보했다.

A씨는 “지나가는 직원들이 절 보면서 피식 웃고, 제가 인사를 해도 모른 척한다”며 “맷돌에 갈리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병원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제가 다른 정신병원에도 근무해봤지만 이 병원처럼 심각한 곳은 없었다”며 “같은 의료인인 내가 봐도 너무 심할 정도의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병원의 인사발령과 징계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고 인권위에는 ‘불이익금지 위반에 따른 보호 요청’를 신청했다.

인권위는 불이익금지 위반과 관련해 병원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더불어 A씨가 처음 제기한 인권침해 사건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했다. 또 1차 민원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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