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정신장애인들,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 마련해야”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정신장애인들,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 마련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2.25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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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완 국제성모병원 교수, 쿠키뉴스에 칼럼
장기입원이 신체기능 약화 불러오고 감염에 취약해져
탈수용화와 지역사회 치료로 바뀌어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으로 25일 현재 9명이 사망하고 이중 6명이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들로 밝혀진 가운데 이 같은 정신장애인들의 사망 원인은 정부에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4일 기선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쿠키뉴스 칼럼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신체질환은 없고 멀쩡한 육신을 가진 분들이라고 짐작되는데 이들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이유를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입원은 신체 기능이 약화되는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는 폐쇄된 정신병동에서 오랜 기간 갇혀 살 경우 몸을 움직일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신체 기능 역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기 교수는 “멀쩡한 사람도 오래 가두어 두면 의욕을 잃고 자율적인 행동이 사라지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변한다”며 “정신장애에 의한 영향보다 오래 갇히는 것이 더 사람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수용화증후군(Institutional syndrome)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20년 폐쇄병동에서 살다 보면 주는 밥도 먹기 싫고 아무런 동기 부여도 없게 된다”며 “가지고 있던 좋은 기능도 다 상실한다. 자다 깨다 하는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일상에서 좀비처럼 변해간다”고 우려했다.

개인위생 관리 또한 되지 않아 충치가 생기면 식사를 못하게 되고 만성 정신장애인들이 외부로 나가 치과 치료를 받는 건 현실적 장애가 많다. 이는 신체질환 치료도 마찬가지다.

약물치료의 부작용도 이 같은 신체 면역 약화와 관련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 교수는 “(약물치료는) 망상과 환각, 그리고 혼란스런 생각에 도움이 되는 약이지만 약물치료에는 부작용이 따른다”며 “최근에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부작용이 덜한, 최신 약을 쓰기엔 제도적인 한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항콜린성 부작용으로 눈이 부시고 입이 마르며 위장관 운동 기능이 떨어져서 변비가 생기고 속이 더부룩하다”며 “낮에도 멍하니 졸리고 밤에는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낮에 신체 활동도 없고 종일 졸기만 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약물로 망상과 환각 증상을 줄여주지만 운동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몸이 더 무거워지고 떨리는 증상까지 이어진다는 게 기 교수의 설명이다.

장기적인 입원 생활로 가족관계가 끊어지는 부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 교수는 “연로하신 부모님마저 돌아가시면 병원이나 요양원에 그대로 방치된다”며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간식 한 번 먹을 수가 없고 관심을 주는 이가 없으니 자연스레 소외되고 사회에서 완전 고립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이런 폐쇄병동에서 장기 입원 환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흡연이다. 그렇지만 흡연은 잠시 쾌락을 주지만 흡연으로 입안은 더 마르게 되고 호흡기 계통을 병들은 간다. 현재의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 교수는 “본인 부담이 없고 정액제인 현재 의료급여 수가 제도는 구조적으로 장기입원을 조장하기 쉽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종 전염병이 전파되니 폐쇄병동에 삽시간에 퍼지고 몇 분이 사망하게 되는 비극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역과 전염병 관리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정신장애인들의 비극적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며 “근본적인 개혁을 더 이상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탈수용화했고 지역사회에서 치료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절규에 가까운 개선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며 “국가와 정부는 언제까지 이들을 무시하고 방치할 것인가? 제도와 구조가 소외와 배제를 방기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호트 격리 중인 청도 대남병원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들에게 대한 인권보장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사회적응을 위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국가와 정부는 바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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