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박정자의 시] 봄비/사랑아
[당사자 박정자의 시] 봄비/사랑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3.02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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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

가련한 여인네를 살포시 달래어 주듯이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

봄비에 젖은 땅 속 깊은 곳엔 새 생명체의 발돋움을 힘차게 영차영차 리듬을 타고 오르며

누군가의 옅은 입김에선 연상 봄의 정겨움이 뽀얗게 묻어나오고

봄비조차도 또로록 또로록 흥에 겨워 우산이 건반에 매끄러운 멜로디를 두드리고

겨울에 한겹 두겹 쌓였던 잔해를 훌훌 털어버리련 듯

봄비에 녹인 깨끗한 물로 목욕 재배 새 단장하고

봄맞이하려 다소곳이 합장한 산촌초목과 새들의 지저귐의 향연을

그리고 봄비를 머금은 봄 처녀의 가슴엔 은은한 설레움이 모든 소생이 봄비를 맞고 쑥쑥 자라듯이

빼쭉빼쭉 웃으며 오색찬란한 빛 꿈꾸는 꽃순들 또한 능수버들 늘어진 가지마다 연두빛 물이 오르고

아아 봄비는 따뜻하고 영양이 듬뿍 담긴 어머님의 젖줄인가 봐요

 

<사랑아>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같은 첫사랑은 사르르 사르륵 다 녹아 버리고

한갖 물거품처럼 꺼져 소중한 한 방울의 눈물로 추억 속에 얼룩져 남을 때

허무하기가 그지없기를 말하고 싶다

아직도 그 첫사랑의 옛 사람은 가끔씩 꿈의 궁전에 아롱져 마음을 흔들어 놓곤 한다

하지만 눈을 뜨면 어느새 혼자만이 덩그러니 공허함만이 감돌며 그리움을 남긴 채 가물가물 멀어져 간다

그 사람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지낼까?

아마도 누군가의 남편, 아빠, 할아버지겠지!

아련히 떠올리는 그대의 모습

아직도 못다한 사랑이었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하리라

아낌없이 이 생명 다할 때까지 완숙한 사랑을 하리라

그래 그렇게 그렇게 사랑을 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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