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건강센터가 시설도 좋고 밥도 맛있지만...청도대남병원 언제 돌아가냐고 물으면 슬퍼”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시설도 좋고 밥도 맛있지만...청도대남병원 언제 돌아가냐고 물으면 슬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3.08 21: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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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신건강센터 협진의들과 기자의 한바탕 ‘수다’
대남병원에 갇혀 있던 이들이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타 질환과 달리 정신과는 집단 프로그램 많아..감염에 무방비
협진의들, “내과는 치료할 수 있는데 정신과는 사실 불안했다”
정신장애인 사망하면 증빙할 수 있는 자료 전무..그 자체로 잊혀져
협진의, “깨달은 것은 공포는 미지(未知)로부터 온다는 거”
언론이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있어...언론이 가장 나빠

전진용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지원과장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청도대남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된 환자들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다.

앞서 정부는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코로나19 감염병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를 실시했다. 이후 이들 중 일부를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를 거쳐 국립부곡병원으로 이송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날은 지난달 19일. 사망자는 조현병을 갖고 있었고 청도대남병원에 20년 이상 입원해 있던 정신과 환자였다.

이튿날인 지난달 20일 저녁,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을 비롯해 전국 5개 국립병원들 관계자들이 모여 음성이 확진된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입원 환자들을 국립부곡병원으로 다 보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에 따라 국립부곡병원 환자 150명을 나주병원, 춘천병원, 공주병원으로 다 소개(疏開)를 했다.

그렇지만 그날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입원환자들의 98%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급하게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를 포함한 국립병원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등 전문 인력들이 급하게 청도대남병원으로 이동했고 그 시간 동안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이전이 예정된 환자들을 위해 감염증 진료 예방에 필요한 음압병실을 29개 급설했다.

또 급하게 감염내과와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국립정신건강센터로 모였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5일 기자는 국립정신건강센터 9층의 센터장실을 방문했다. 여기에는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을 비롯해 협진을 나온 전준영 국립암센터 전문의, 중앙보훈병원 이기승 소화기내과 전문의, 전진용 의료지원과장, 김민아 대외협력팀장이 모여 앉아 있었다. 한 일간지 A 기자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전진용 과장은 A 기자의 “남은 입원환자가 23명인데 그 분들이 안타깝게도 가실 데가 없는 분이었다”는 질문에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보호자가 있으면 입원환자들을 민간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보호자가 데려갈 수 있는데 행정입원을 한 자체가 보호자가 없어서 시·군·구청장이 보호자가 되잖아요. 스물 몇 명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국공립병원이 그런 역할을 해 왔죠. 그런 것이 안타까워요.”

이야기는 협진 부분으로 넘어갔다. 전준영 국립암센터 전문의는 “청도대남병원에서 온 환자들 기록지를 보면 입원 기간이 놀랄 정도”라며 “어떤 분은 20년 이상 입원했는데 저희같이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도대남병원에 파견돼 있는 의료진들과 카톡을 주고받으면서 그분(환자)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사진을 보면 감염병에 정말 취약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준영 전문의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상황은 열악했다. 온돌로 구성된 방안에 10명 넘는 이들이 한 방에서 대소변을 보고 치우는 상황이 계속됐다고 한다. 오랜 병실 생활로 신체 기능이 퇴화해 버린 그들이 제대로 활동을 할 것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준영 전문의는 “그곳을 깨끗하게 돌볼 수 있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감염이 무섭게 전파될 수밖에 없었구나 생각했다”며 “수년 이상 병원 생활을 하면서 영양 상태나 기저질환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 입원환자들이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전원하면서 전 전문의와 의료진은 이들에게 깨끗한 음압병실에 깨끗한 환의를 입히고 식사하는 모습들을 (카톡으로) 찍었다. 이후 청도대남병원 의료진들에게 이 사진을 보냈다. 청도대남병원 의료진들은 그 사진을 보며 “막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고 한다.

기자는 청도대남병원 집단 감염은 폐쇄병동이 가진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전준영 전문의는 “충분히 그것도 일조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곳의 폐쇄병동이 일인 일실이 아니라 다인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한 사람이 감염되면 폐쇄된 공간에서 제대로 된 공조 시스템이나 음압병실이 없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폐쇄병동이 폭력적인데 거기다 침대도 아닌 온돌방이었다. 지금 대부분의 정신병원이 온돌방 형태로 되어 있는가?”

전진용 과장은 자신이 국공립병원과 종합병원에서 근무했지만 온돌방으로 돼 있는 정신병동을 많이 가보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병상은 통상 4~5인실로, 많을 경우 8인실로 돼 있다.

그렇다면 침대보다 온돌방에서 집단생활을 할 때 전염병 감염 가능성은 더 높은 것일까. 이에 대해 전준영 전문의는 “그렇게 말할 수는 없을 거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전진용 과장은 정형외과를 비유로 들었다. “그런 입원의 경우 1호실 환자와 2호실 환자가 섞일 일이 없어요. 그 안에서 밥도 먹고 주치의가 회진 돌 때 병실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손을 많이 씻잖아요. 그런데 정신과 환자들은 프로그램을 같이 할 수 있고 식사도 여러 사람이 같이 하잖아요. 모여 있을 확률이 높으니 감염에 더 노출돼지 않았을까. 일부 정신병원들은 8인실, 10인실이고 보니 한 명이 아프면 더 (감염병) 접촉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A 기자가 전준영·이기승 전문의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신장애인들을 치료한 적이 없었을 거 같은데 어떤 걱정이 있지 않았을까요?”

전준영 전문의는 “내과적 치료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있었다”며 “정신병원 장점이 항상 상주하는 정신과 선생님들이 계셔서 당직자 선생님들이 급하면 와서 같이 봐주시고 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걱정했던 것보다 환자들 의사소통이 원활했던 분들도 있었고 완전히 안 되지는 않더라”며 “최대한 맞춰서 잘 달래면서 여쭤보고 하면 어느 정도는 자기 상태를 말씀해 주고 얼굴을 보고 말하니까 말씀을 해 주더라”고 전했다.

인간은 죽으면서 누군가의 마음에 자신을 남긴다. 따라서 죽음은 또 하나의 삶을 이어주는 '이음'이 된다. 마치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밀란 쿤데라가 말한 것처럼 ‘나의 집에 아버지가 즐겨 가꾸시던 배나무가 있고 내가 그 배나무를 통해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아버지는 부재하는 현존으로 내 안에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신장애인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정신병원에서 수십 년을 보낸 후 역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장소에서 무(無)로 돌아가 버린다. 그는 그 자체로 실존적 잊혀짐의 존재가 돼 버리는 것이다.

이에 전진용 과장은 자신의 예를 들었다.

“제가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면 제가 보상 받을 때 제 월급 명세서를 갖고 기대연령을 80살로 해서 보상을 하잖아요. 그런데 조현병 환자들은 병원에서 10년, 20년 살아서 (월급 명세서) 평가도 안 되는 사람이니까 그런 분이 사망하면 이 사람에 대해 증빙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정말 있는 듯 없는 듯 계시는 분들이잖아요. 제가 (정신과) 트레이닝 받을 때도 그랬고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정신장애인은 살아서 비난을 받고 죽어서는 외면당하는 존재일까. 전진용 과장은 “그런 면이 있지만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탈원화가 이야기되고 있으니까 그나마 좀 나아지지 않겠나 싶다”고 답했다.

만성 정신장애인은 갑작스럽게 변화는 환경적 요인에도 고통을 받는다. 전진용 과장은 “청도대남병원이 이 분들이 원래 살던 곳이니까 거기로 가고 싶다고 한다”며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시설도 좋고 밥도 맛있지만 익숙하지 않으니 가려고 한다. 그게 되게 슬펐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가 더 안 좋은데 너무 거기 오래 있었다 보니까 거기가 더 좋으신 분들”이라며 “매일 면담하면 청도 보내달라고, 언제 가냐고 말하는데 그런 존재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야기는 종반을 향해서 나가고 있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재빠르게 음압병실을 설치하고 정신과 이외의 내외과 전문의들이 협업을 위해 왔을 때 혹 정신과 이외의 전문의들은 감염병이라는 질병과 정신질환이라는 정신적 질병에 대해 두려움은 없었을까.

이기승 전문의는 “실습도 했고 병원에서 환자를 접할 기회가 있어서 일반인보다는 덜하다고 할 수 있겠다”면서도 “그래도 여기 올 때 두려움이 있었고 증상이 심한 분들은 간혹 공격적이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워 치료 협조가 잘 안 된다든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밖에서는 사이코라는 극단적 표현을 하는데 이 병이 광견병 무서워하듯이 그렇게 할 병이 아닌데 정말 사회적인 낙인이 무섭구나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기자는 이기승 전문의에게 “인간은 모르는 부분에 대한 굉장한 두려움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기승 전문의는 “이번에 깨달은 것 중의 하나가 공포는 미지(未知)로부터 온다는 거였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떨까. 이 미지의 공포라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진원지는 언론이 아닐까.

전준영 전문의는 “저희가 지금 듣고 보고 하는 게 저희의 사고를 지배할 수밖에 없다”면서 “언론을 통하지 않으면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이 정신장애인들을 쉽게 접할 기회가 없다. 그런 언론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지고 비춰진다는 게 우리 판단을 내리게 하는 하나의 안경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A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신장애인은 탈원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설에 평생 입원시킬 수도 없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요.”

A 기자는 “우리 사회가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집단을 값싸게 한 곳에 모아놓은 구조가 결국 감염병에도 취약하게 만들었다”며 “중증 정신장애인들에 대해 그런 (모아두는) 정책으로 해왔고 결국 싼값에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게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요양원도 대부분 장기요양 수급자인데 건강보험에서 몇 프로 떼 가는 것”이라며 “인건비도 안 주는데 어떻게 깨끗하게 할 수 있나. 이건 고민해야 한다. 그게 청도대남병원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남긴 유언 같은 게 아닐까”라고 토로했다.

A 기자는 청도대남병원에 입원한 정신과 환자의 81%가 의료급여 환자였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더 슬픈 건 거기(병원) 가면 숙식까지 해결된다는 것”이라며 “밖에 있으면 밥 줄 사람도 없고 오히려 거기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자발적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장애인이) 제가 될 수 있다”며 “내가 만약 정신장애가 오고 치매에 걸리면 나는 사회에서 격리되는 건데 내가 버틸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A 기자는 “언론이 제일 나쁘다”며 “처음 맞는 재난인데 제가 뉴스를 보다 보면 이게 올림픽이야(라는 생각이 든다)”며 “어디 지역에서 몇 명. 이게 정신과적으로 불안과 공포에 영향을 분명히 미친다”고 비판했다.

진진용 과장은 “처음 (확진자들이) 중국 우한에서 왔을 때 투덜거리며 ‘네가 선택했다’(라고 비난했다)”라며 “언론이 자꾸 공포와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시간 가량의 ‘집단 토론’이 끝나가고 있었다. 인간은 죽음 이후에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 그렇지만 중증 정신장애인은 죽음으로써 불안한 죽음이 완성된다. 아무도 그의 사진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할 때, 무서워라, 비로소 우리는 영원한 죽음의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중증 정신장애인이 이 세계에 인간으로 와서 인간적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떠나고 그의 사진을 보며 그가 누구인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때, 그 부재의 현존을 생각할 때 우리는 지금의 정신보건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할 때가 온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 정신장애인의 죽음이 죽음 자체로 끝나지 않고 그를 우리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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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카 2020-03-10 08:59:09
좋은 기사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