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조현병 당사자가 행복할 수 있는 10가지 원리 (1)
[이관형 기자의 변론] 조현병 당사자가 행복할 수 있는 10가지 원리 (1)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0.03.11 19: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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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타인 신뢰가 리커버리의 제1 원칙
주변에 소중한 이들 있으면 조현병 두렵지 않아
회복될 거라는 희망 가져야..더 건강해질 것
사람과 정서적으로 깊게 관계 맺어야

저는 행복합니다. 17년차 조현병 당사자지만 진짜 행복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습니다. 조현병을 안고 어떻게 행복할 수 있냐고 의심합니다.

제가 조현병에 특성화된 병원과 전문의, 효능이 좋은 약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왜 제가 행복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책 <바울의 가시(나는 조현병 환자다)>의 외부 원고에 재은심리상담센터 배정규 원장님께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써 주셨습니다.

“저는 이관형님의 삶을 대니얼 피셔 박사가 제안한 10가지 리커버리 원리와 대조해 보았습니다. 리커버리란 재기, 회복, 극복 등으로 번역되며, ‘역경을 통한 성장’이라는 의미를 지닌 용어입니다. 10가지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은 배정규 원장님께서 소개해 주신 10가지 원리에 제 삶을 직접 대조해 보고자 합니다.

 

  1. 자기 자신과 타인들을 신뢰하라.

저는 폭력을 휘두른 아버지와 절 괴롭혔던 학교 아이들을 믿지 않았습니다. 심한 왕따를 당할 때조차 함께 웃고 즐기던 선생님을 보며 더더욱 사람을 믿지 않았습니다. 자의로 타의로 친구가 없던 저는 급식실에서 늘 혼자 밥을 먹었고, 늘 혼자 집에 가야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 조현병이 시작되고 캠퍼스 활동에 소망을 잃었을 때, 한 선배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밥을 사 주신 것을 계기로 기독교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동아리 선배들은 말 없고 어두운 표정의 저를 하숙집까지 초대해 고기를 먹이고 운동도 함께 하며 어울려 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전 천천히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현병 당사자란 이유로 절 삐딱하게 보고 이상하게 여겨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면 제 곁에는 저를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1. 자기 결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라.

제 자서전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 위해 1인 출판사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말렸습니다. 누군가는 “네 나이에 벌써 자서전을 써? 그건 대단한 사람들이 쓰는 거잖아?”라며 미심쩍어 했고, 누군가는 “네가 조현병을 가진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데 괜찮겠어?”라며 걱정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어떻게 보든 저는 책을 내는 것을 인생의 사명으로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첫 전자책을 내고 수년 뒤  개정 증보판을 낼 때까지, 제 결정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첫 번째로 인쇄한 1천300권의 책이 화재로 불탔을 때도, 두 번째 인쇄한 책이 발간되고 바로 코로나19 사태로 판매가 저조한 지금도, 제 선택을 의심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전 이 책을 완성지을 때까지 "죽을 수도 없고 죽어서도 안 된다”는 일념으로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1. 당신이 회복될 거라고 믿고 희망을 가져라.

대학교 신입생 때 동아리 선배가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밤마다 졸려서 스르르 잠드는 거요..”

전 일주일에 하루 이틀을 심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기 때문입니다. 2018년 1월, 교회 사람들에게 새해 기도 제목을 나누었습니다.

“날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밤을 지새우지 않고 잠자고 싶어요”

그리고 조현병이 시작된 뒤 15년 만인 2018년부터 제 소원과 기도 제목이 이루어졌습니다. 약에 취해서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잠들었고, 그때부터 하루도 밤을 지새우지 않게 된 것입니다.

조현병 발병 초인, 스무 살때부터 지금까지 늘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관형이 예전보다 많이 건강해 진거 같애.”

저의 건강 상태는 스무 살때부터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호전되어 왔습니다. 조금 느리고 많은 세월이 걸렸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1. 사람들과 그들이 가진 풍부한 잠재력을 믿어라.

출판사 대표로서 제 책을 출판하고 나서, 다른 당사자의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작업 중에 있습니다. 이제는 제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세상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대기업을 다니는 조울증 여성의 일기 에세이. 남편과 아이를 키우는 당사자 주부의 시와 수필집, 한때 빠졌던 이단을 나와 진정한 하나님을 만난 청년의 이야기, 조울증이 있지만 신학과 상담학을 공부하고 다른 이들을 돕는 청년의 자서전 등등.

전 ‘옥탑방프로덕션’이라는 1인 출판사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책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1. 깊은 정서적 수준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라.

전 사람을 대할 때, 표정의 가면을 쓰거나 마음의 문을 닫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보여주기를 좋아합니다.

비록 발이 넓거나 인맥이 '빵빵'한 건 아니지만, 제 주위에는 소중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끔 함께 목욕탕에 가면 응원의 말을 해주는 시골 초등학교 교사 형, 카페에서 많은 대화 없이 각자의 노트북 작업만 해도 마음이 통하는 대학 후배,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해도 부담 없이 반갑게 받아 주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 주말에 집에 놀러 가면 늦은 시간까지 머물다 가기를 원하는 교회 동생 등등.

조현병을 비롯해 제 모든 걸 털어 놓아도 절 지지해주는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과 깊은 정서적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 행복할 수 있는 10가지 조건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조현병을 갖고 있어도, 로또에 당첨되지 않아도, 잘 생긴 외모에 몸짱이 아니라도, 전 이 10가지를 조건을 통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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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2020-03-13 20:29:30
실천적인 귀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