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불편함이다, 그러므로 편견은 사라져야 한다"
"장애는 불편함이다, 그러므로 편견은 사라져야 한다"
  • 김소옥
  • 승인 2020.03.16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소옥 함출판사 대표 기고
장애가 불편함이 되는 건 그들의 편견 때문
비장애인보다 정신장애인의 상처가 강도 강해
정신장애인 상처의 유사성 많아..정신병동이라는 공동의 경험 때문
정신질환 발병 시점과 그 이후 생활의 유사성 보여
자기만의 경험과 이야기 필요..사회적 편견 사라져야
김소옥 함출판사 대표.
김소옥 함출판사 대표.

장애는 불편함이다.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해질녘 노을을 볼 수 없다는 것, 여름 저녁 깊은 숲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을 들을 수 없다는 것,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거쳐 어른의 목소리를 가지는 동안 자기만의 목소리가 정해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이인삼각(二人三脚) 달리기를 하며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할 수 없다는 것, 격정을 위험한 감정이라 하고 센티함을 위험한 감정이라 하고 정의를 향한 분노를 위험한 감정이라 치부하며 많은 감정을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없는 것.

이런 불편함을 우리는 장애라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 당연함이 편견이라는 걸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장애가 불편함이 되는 건 그들의 편견 때문인데도 말이다.

나는 비장애인과 정신장애인들 모두를 대상으로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비장애인과 정신 장애인들의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의 공통점은 이런 것이었다.

비장애인들도 상처가 있고 정신장애인도 상처가 있다. 그것을 치유하는 도구로 글쓰기 치료, 저널치료를 권하고 있다. 비장애인들의 상처 항목과 정신장애인들의 상처의 항목 또한 유사한 점이 있다.

그들 간의 상처에 대한 차이점을 살펴보면, 정신장애인들의 상처의 강도가 강하다는 점, 그 상처로 인해 정신병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 정신장애인으로서 사회생활이 원활치 못해 상처 항목의 종류가 한정적이라는 점이 있다.

이것은 삼단논법처럼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기도 했고 그러한 사연들에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나의 유사한 경험들과 함께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의문스럽게 여긴 것은 정신장애인들의 상처의 유사성이었다. 출생연대도 다르고 가정환경도 다르고 정신 병력마저 다른데 왜 그들은 비슷한 상처를 이야기하고 어떤 순간에는 마치 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흡사한 스토리를 꺼내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커다란 카테고리는 같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다른 상황을 찾고 다른 감정을 찾아서 자기만의 글을 쓰게 하려고 노력했다. 글쓰기의 방법보다 소재의 다양함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럼에도 상처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어떤 한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접목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잘 맞아떨어질 정도였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들은 왜 비슷한 상처를 이야기할까? 정신병동이라는 같은 환경을 경험했다는 점은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던 유대인들의 경험이 모두 유사한 점을 떠올리면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다.

또 환청이라는 경험, 조증과 울증이라는 경험 등의 유사성은 이들의 공통점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보인 부분은 정신병이 발병한 시점의 상황의 유사성과 정신병을 얻은 후의 생활의 유사성이었다.

분명 ‘왕따’(집단괴롭힙) 경험과 상관없이 정신병을 얻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글쓰기를 강의하면서 만난 분들은 왕따로 인해 즉, 피해자임에도 보호를 받지 못해 정신병을 얻게 된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또 정신병을 얻은 후에는 부모나 형제에게 돈을 받으며 생활을 단속받는 느낌이 강했다. 경제적 독립을 하고 싶어도 정신병력은 취업의 결격 사유가 되어 더욱 안으로 파고들게 했던 것이다.

왜 그들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같은 생활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다시 말한다. 장애는 불편함이다. 비장애인들의 편견이 만들어낸-또 다른 가해자의 얼굴을 숨긴 편견이 만들어낸 불편함이다. 생활이 비슷하니 생각도 비슷하고 이야기도 비슷해진다.

그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경험이 필요하고 그 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의 편견이 사라져야만 한다. 더없이 뛰어난 작가일지도 모르는 보석 같은 그들의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사회적인 편견은 사라져야만 한다.

 

김소옥 함출판사 대표는..

송파정신건강복지센터 한아름방송국 작가,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텐데시벨 활동가, 글쓰기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정신장애인 대상 글쓰기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