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선거권 준다고 선거할 수 있겠어’라는 질문은 반민주적…피성년후견인도 선거할 권리 있어”
[긴급 인터뷰] “‘선거권 준다고 선거할 수 있겠어’라는 질문은 반민주적…피성년후견인도 선거할 권리 있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3.23 1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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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인터뷰
서울시 선관위에 피성년후견인 선거권 유권해석 요청..‘가능하다’는 답변 받아
금치산제도에서 성년후견제도로 변하면서 선거권 가능해져
선거라는 보편적 기본권 행사돼야..자기결정권 보장

지난 3월 11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피성년후견인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거권이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이로써 성년후견 대상자들의 선거권이 한국 역사상 최초로 부여됐다.

이번 선거권 유권 해석을 요청한 기관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다. 기존 민법은 성년후견인 제도의 전신인 금치산 제도를 인용해 금치산자의 선거권을 박탈해왔다. 피성년후견인의 많은 구성원들이 장애인임을 감안할 때 민주주의 사회 내에서 금치산자인 장애인들은 선거를 할 수 있는 기본권을 갖지 못했다.

2013년 민법이 개정되면서 금치산자는 성년후견인제도로 옷을 바꾼다. 그러면서 1만5천여 명의 피성년후견인들이 투표권을 확보하게 됐다. 성년후견제도는 삶을 구성해 가는 잔존 능력을 최대한 보장하고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오롯이 지원한다는 철학적 개념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이 자기결정권에 의거해 비밀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선거권은 박탈돼 왔다.

이번 피성년후견인들의 선거권 보장은 그런 의미에서 진일보한 해석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권의 유권 해석을 신청했던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변호사)을 만난 건 이런 상황에 대한 해석을 듣기 위해서였다. 지난 20일 김 센터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마포구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를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c)마인드포스트.

-지난 11일에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이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그 전까지는 이런 유권 해석 논의가 없었나.

“내가 알기로는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법원이 아닌 서울시 선관위로 직접 유권 해석을 요청한 이유는 뭘까.

“일단은 소송을 하게 되면 시간이랑 비용이 문제가 된다. 청구인을 찾아야 하는데 절차가 길다. 그래서 일단 한 번 받아보자(싶었다). 만약 선관위에서 투표를 할 수 없다고 하면 그때 다른 방법을 강구할 생각이었다.”

-법원에 신청하려면 청구권자가 있어야 하나.

“그렇다. 소송을 하려면 원고가 있듯이.”

-서울시 선관위의 유권 해석이라면 이는 전국적으로 보편적으로 적용받게 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있고 각 시도별 선관위가 있다. 서울시공익법센터는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보니 서울시 선관위에 요청을 하게 됐다. 그렇다고 이게(피성년후견인 선거권이) 서울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고 전국적으로 영향력이 있다.”

-피성년후견인은 금치산자의 연장이기 때문에 선거권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 2013년에 민법에서 금치산자 제도가 없어지고 성년후견인제가 들어왔다. 단순히 명칭만 바꾼 게 아니다. 예전 금치산자 제도에서 금치산 선고를 받은 사람은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박탈하는 식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 있으니까 인권적으로 타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잔존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살리면서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으로 성년후견인제도가 들어왔다. 피성년자가 금치산자라는 등치(等値)는 법적으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민법에서 2013년 바꾸면서 경과 규정을 두었다. 기존에 금치산 선고를 받은 사람은 5년 동안 그 효력을 유지하게 돼 있다. 5년이 지나면 금치산 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효력이 없어진다. 다른 법들은 금치산 제도를 성년후견인제로 실무적으로 개정했는데 공직선거법은 안 했다. 2013년 7월 민법이 개정됐는데 5년의 경과 규정을 두고 있으니 2018년 7월부터는 금치산자는 더 이상 효력이 유지되지 않는다.

선거권이 생긴 거다. 만약 선거권 제한을 하려 했으면 금치산자는 피성년후견인으로 개정했어야 한다. 그걸 안 했기 때문에 피성년후견인도 당연히 선거를 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은 자기결정권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오랜 시간 자기결정권이 존중받지 못했다.

“일반 법들에 들어가는 (차별의) 전형적인 문구가 성년후견 개시가 된 사람, 파산하고 복권이 안 된 사람,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정신질환자들이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 기본권을 생각도 안 했다.

이 사람들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느냐, 면허를 딸 수 있느냐를 고민하지 않은 채 그냥 법에 당연한 듯이 있으니까 (다른 법들에서) 따라 쓰고 하는 게 너무나 당연했던 거다. 이러한 측면을 찔러주고 싶었다.

우리가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권리들이 누군가에게는 제약이 되고 법으로 공고하게 돼 온 거다. 그것을 깨보는 시도를 해 보고 싶었던 거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c)마인드포스트.

-성년후견인 제도가 여전히 지원의사결정 제도가 아닌 대체의사결정 제도라는 틀 안에 묶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부분이 가장 우려스럽다. 그래서 성년후견 제도를 폐지하고 지원의사결정 제도로 가자라는 논의도 있는데 사실 나는 (그 가능성에 대해) 반반이다. 성년후견 제도가 한국에 도입될 때도 우려됐던 부분이고 실제 어느 정도는 현실적으로 가시화돼 있기도 하다.

민법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후견 제도도 다양화 돼 있지 않나. 성년후견만 있는 게 아니고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이 있다. 이것을 최대한 잘 살려야 한다. 특히 임의후견과 특정후견제를 잘 살리고 대체가 아닌 지원의사결정 제도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 법원이다. 법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으로 보는 게 있다. 균질되고 일정한 기준을 갖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판사마다 성향이 달라 판단도 달라진다. 개선돼야 한다. 이 제도를 단기적으로 다른 제도로 바꾼다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면 법원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결정권과 잔존 능력의 보장 측면에서 접근했으면 좋겠다. 교육이나 인식 개선 역시 그렇다.”

-현재 피성년후견인이 1만5천여 명이다. 실제 성년후견 제도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이들이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 예를 들어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당장 병원비가 없거나 돈을 많이 써서 파산하게 됐다. 그러면 누워 있는 분이 할 수 없고 그걸 누가 대신해야 한다. 그렇게 방법을 찾다가 후견인 제도를 알게 된다. 그런 경우들이 꽤 많다.

사고가 나고 사후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그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후견 제도의 명칭은 다르지만 활발하게 그런 제도가 이뤄지는 나라는 홍보가 잘 돼 있고 가족들의 후견이 활성화돼 있다. 그리고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고 그래서 이용률이 높다.”

-이 중에 정신장애인 후견인 제도 이용률은 얼마나 될까.

“사법연감에 성년후견 몇 건, 한정후견 몇 건으로 나오지 그 원인을 분석한 통계는 확인이 어렵다. 제일 많은 건 한정후견이다.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다가 2017년 공공후견 법인을 통해 500여 명이 피한정후견이 된 적이 있다. 정신보건법 시절에는 시·군·구청장이 보호의무자로서 보호입소를 시킬 수 있었다.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오면서 그 규정이 없어졌다. 당시 요양시설에 입소한 대부분의 분들이 보호입소 시스템으로 입소를 했는데 그 법적 규정이 사라지면서 다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당장 지역사회로 갈 데가 없고 케어가 안 되고 준비도 안 됐으니까.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공공후견 법인 네 군데를 선정해서 그 분들을 다 한정후견으로 지정했다. 500여 분이 한정후견인이 선임된 거다. 그러면서 대부분이 자의입소를 하게 됐다. 정신장애인에게 제일 많은 건 아마 한정후견인일 거다.”

-그래도 한정후견인이 너무 적지 않나. 입소해 있는 분들이 1만 명이나 되는데.

“그렇게는 한데.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 줄어들 가능성 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노인요양원의 치매 노인들도 투표권이 있는데 요양원 원장의 의지에 따라 거소투표(居所投票)를 한다고 한다. 이런 점을 이용해 (국회의원) 후보들이 시설을 찾아다니며 원장과 거래를 한다고 하더라. 정신요양시설도 그런 의심이 든다.

“요양시설뿐만 아니라 선거철마다 나오는 얘기들이다. 노인요양시설, 장애인 집단거주시설에서 매번 제기되고 기사화되고 있다. 거소투표가 문제가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거소투표를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다. 거소투표의 경우 참관을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 투표를 하는 부분이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악용될 수 있는 소지들이 방치되고 있는 거다. 저희도 이번 선거에 거소투표를 신청한 몇몇 곳에 가서 참관하거나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

-정신요양시설을 말하는 건가.

“정신요양시설뿐만이 아니고 병원이라든지 요양시설, 생활시설 등.”

-거소투표는 선거일보다 앞당겨서 할 수 있는 건가.

“그렇다. 앞서서 할 수 있다.”

-정신요양시설 입소자들은 선거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도 모를 거 같다.

“그렇다. 2018년 금치산자 제도의 효력이 상실되면서 처음으로 선거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의미가 있다. 저희가 이 투표와 관련해 카드뉴스를 제작했다. 선거를 어떻게 해야 하고 거소투표를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카드뉴스에 담았다. 그걸 후견법인들과 시설·협회 등에 보냈다. 듣기로는 선관위 측에서도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1만5천여 명의 피성년후견인들이 선거에 누락되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 (c)마인드포스트.

-우리나라 등록 정신장애인이 10만 명이 넘는데 이들의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는 뭘까.

“모르니까 할 수 없는 거다. 1만5천여 명에게 선거권을 준들 이분들이 투표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런 질문이 가장 안타깝다. 누구나 일인 일표를 행사할 권리가 있고 자기 의사에 따라 비밀로 투표를 할 수 있는데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선거권을 박탈해버리는 건 다른 얘기다.

선택이나 상황에 의해서 선거를 안 하는 것과 처음부터 ‘무슨 투표야’라며 선거권을 박탈하는 문제는 너무나 다른 얘기다. ‘선거권 준다고 선거를 할 수 있겠어?’라는 질문은 반민주적이다.

일단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은 되돌릴 수 없을 거다. 공직선거법이 갑자기 바뀌어서 피성년후견인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것도 어렵다. 이제는 선거권이 확보된 만큼 이를 알려야 한다. 실제 후견법인이나 협회 등에 홍보를 하려고 한다.”

-이번 총선에서 정신장애인 운동 진영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뭘 준비하기에는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에서 정신장애인 공약 정책을 만들었다. 그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관계자들과 만나 직접 전달했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도 작년에 보냈다. 유력 정당들에 정책을 설명하고 반영해 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장애인 정책 공약집에 그 내용이 다 반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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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2020-03-27 06:11:36
그분들에게도 투뵤권주는것 반대하지않고 찬성합니다.

다만 그분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투표를 권해도 그걸 행사하는 분들의 비율은 높지않을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