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의 심리 상태... "왜 꼭 '두루마리 휴지' 를 쟁여놓아야 마음이 편할까?"
세계인들의 심리 상태... "왜 꼭 '두루마리 휴지' 를 쟁여놓아야 마음이 편할까?"
  • 배주희 기자
  • 승인 2020.03.26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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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화장지 사재기 열풍
여러 나라들에서 두루마리 휴지 재고가 바닥나 몸살
휴지 사재기는 종말 상태에 대비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심리에 기인해
격리 상태의 사람들이 유통 기한이 없는 물건인 화장지를 사재기 하고 있어
휴지 사재기에는 군중심리도 작용해
화장지 재고 부족으로 사재기를 못했던 사람들에게 피해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사람들의 숨은 심리와 그 이유를 분석한 CNN. 사진=CNN 뉴스 화면 갈무리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사람들의 숨은 심리와 그 이유를 분석한 CNN. 사진=CNN 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 9일(현지시간) CNN은 점점 심각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는 세계인들의 심리 상태를 전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감염과 직접 관련돼 있으므로 사재기를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만 왜 하필 두루마리 화장지를 쟁여 놓는지에 대해 5가지 이유를 들어서 분석한 것이다.

방송은 "미국과 캐나다의 소매업체가 고객이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화장지 팩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며 "영국의 일부 슈퍼마켓은 화장지가 매진됐고 호주의 식료품점은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고객을 막기 위해 순찰하는 경비원까지 고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호주의 한 언론사가 화장지 사재기에 대해 분석하는 여덟 장 여분의 페이지를 발행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뿐만 아니라 그리스, 사이프러스, 독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마켓에 가면 두루마리 휴지는 항상 재고가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마트마다 모두 동이 나버린 두루마리 화장지(c)CNN
마트마다 모두 동이 나버린 두루마리 화장지(c)CNN

왜일까?

화장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특별한 보호 기능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유나 빵과 같은 중요한 비상 사태의 필수 요소도 아닌데 왜 이렇게 화장지에 집착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재입고를 기다리기 전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많이 구매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도대체 무슨 심리일까.

CNN은 5가지 이유들을 3가지로 함축했다.  

첫 번째 이유는 지금 바이러스에 대한 별의별 정보라든지 괴담 같은 것이 들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뭐라도 대비해 놓으려는 심리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방송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정체도 잘 모르겠고 독감과 다르게 신종이고 규명도 안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생수, 휴지 등 일단 가장 필수품들을 구비를 해놓고 쟁여놓고(stockpiling) 있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휴지 사재기는 종말 상태, 일명 아포칼립스(Apocalypse) 상태에 대비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심리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휴지 사재기는 본능적으로 종말상태를 대비하려는 인간의 본능(c)LaviaNc
휴지 사재기는 본능적으로 종말상태를 대비하려는 인간의 본능(c)LaviaNc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것은 '휴지가 제일 많이 팔린다' 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가정용품들이 휴지뿐만 아니라 싹 다 털리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CNN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바이러스 때문만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런 재난 사태가 벌어지면 인류의 공통적 특징이라고 해석될 수 있으며 재난 상태가 되었을 때 인류가 취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람들이 궁금해 할 질문이 있다. 왜 '한국'은 휴지 사재기를 하지 않았을까. 중국과 가까이에 있고 많은 감염자들과 사망자들이 생긴 한국은 왜 동요하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허리케인, 토네이도와 같은 재난 사태를 매번 겪는 미국이나 전염병을 많이 겪은 유럽 지역들에 비해 한국은 국가 비상사태나 재난 상태를 겪어 보지 않아서 한국인들이 비교적 불안해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 이유는 몇몇의 나라들이 이미 격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가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휴지를 많이 사 놓는다는 의미다.

방송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까, 예를 들어 최소 2주, 혹은 한 달, 두 달까지 사람들이 집안에서 자가격리된다면 그만큼의 필수품을 사야 한다"며 "그 중의 하나가 사실상 유통 기한도 없는 휴지이기 때문에 일단은 많이 쟁여놓고 보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 이유로는 공포심에 동요된 사재기가 또 다른 사재기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옆의 이 사람, 저 사람이 휴지를 너도 나도 사고 있는 것을 보면 웬지 본인도 휴지를 사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군중 심리가 작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휴지를 사재기하는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서로의 눈치를 보게 된다. 특히 안전한 것, 위험한 것에 대한 단서를 위해 서로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이런 군중심리가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방송은 "이런 역병이 도는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이 두루마리 휴지를 사는 것을 보고 마음이 동요돼 덩달아 휴지 구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재기 열풍에 대한 가짜 뉴스도 횡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는 원료가 휴지이기 때문에 그 소문을 들은 서구권 사람들이 휴지를 사서 마스크를 만들어 쓰려고 한다는 증명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방송은 "그러므로 재난 상태, 인간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심리적 처신과 태도 같은 부분에서 보았을 때는 앞서 언급한 3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화장지 사재기가 심각한 외국의 상황(c)CNN
화장지 사재기가 심각한 외국의 상황(c)CNN

아울러 방송은 안타까운 현실도 전했다. 사람들이 휴지를 막 사다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휴지를 많이 쟁여놓았고 어떤 사람들은 휴지가 아예 없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또 다른 사회적, 환경적 이슈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은 "화장실 휴지가 부족한 것이 사람들을 휴지의 대체품(alternative)을 찾도록 하고 있다"며 "그 대안품으로 부드러운 종이를 비벼서 사용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적절한 곳에 사용해서 닦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그 사용한 종이를 마치 휴지처럼 그대로 변기에 넣고 버리면서 배수관을 막아버리는 부작용까지 겪고 있다는 우려도 내보냈다.   

프랭크 팰리 템플대 교수(전 미국정신학회 회장)는 "사람들이 휴지를 사놓는 일을 하면서 재난 상황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화장지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화장지 사재기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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