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들..이웃에게서 성자(聖者)의 모습을 찾기
나의 아름다운 이웃들..이웃에게서 성자(聖者)의 모습을 찾기
  • 이지원
  • 승인 2020.03.29 20: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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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자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이지원 씨의 수필

입춘도 훨씬 지나고 정월 대보름 찰밥을 먹으며 친구와 전화를 했다. 내용인즉슨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요즘 사람들이 공공 장소 수영장, 탁구 교실, 도서관 들이 잠정적으로 쉬게 되는 사태를 이야기하며 얼른 코로나19 전염병이 수그러들기를 바랐다. 그러다가 내가 말했다. “정월 대보름이라 찰밥 먹어요. A 씨 내 더위 사세요.” 그렇게 기습적으로 더위들 팔았다. 친구는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하며 함께 웃었다.

이지원 作.
이지원 作.

A 씨는 나와 동갑이다 대학원을 같이 다녔는데 나는 동양화과였고 A씨는 서양화과였다. 가끔 서양화 실기실에 놀러 가 작업하는 모습도 보곤 하였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는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둘 다 그림을 놓지 않고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우리는 서로 존대(尊待)를 한다. 처음에 그렇게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존중하는 느낌이라서 좋아한다. 서로 익숙해 계속 존대를 하고 있다.

A 씨와 작업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전시도 보러 가 준다. 이젠 허심탄회하게 속 이야길 할 수 있는 친구다. 지내오면서 A 씨의 그림 활동 모습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그리고 할 수 있다는 격려로 다가온다. 함께 하면 밀린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그리고 헤어질 땐 아쉬움에 발걸음을 쉬이 떼지 못한다. A 씨는 싱그러운 햇살과 같은 마음 따뜻한 친구다.

다음으로 나와 행복을 나눈 사람은 나와 미술관에서 도슨트(Docent·전시 안내자)를 하는 이십대의 아이 B다. 우리는 그림도 함께 그리고 있다. B의 그림은 단순하고 심플하다. 그 속에 귀여움과 발랄함도 느껴진다.

어느 날 B는 바나나가 좋다고 바나나를 그렸다. “바나나가 좋아 나에게 반하나, 바나나”. 그 모습이 영락없는 이십대의 통통 튀는 생각 같았다. 가끔은 유머가 깃드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언니가 바나나 가지고 올게” 하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머니가 바나나와 귤을 챙겨 주셔서 가지고 갔다. 미술관 일 시작 전에 일찍 온 우리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즐겁게 바나나를 나누어 먹었다.

B가 좋아하는 모습이 선하다. “우와~바나나” 하며 박수 치며 좋아했다. 젊음이 있는 귀여운 분홍빛 유머와 노란 빛 바나나 그렇게 웃음 짓는 행복했던 일,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의사 선생님 이야길 들려주고 싶다

나를 도와주시고 치료를 위해 힘쓰신 분. 여러 좋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신 분이다 선생님을 알게 된 지 십구 년이 흘렀다 7년 간 선생님과 함께 치료했다. 그 분과 지내면서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그리고 상상 속의 거창한 미래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배웠다. 노환(老患)으로 선생님의 병원이 문을 닫을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며 지지해주셨다.

한번은 그림을 통해 봉사 활동하게끔 기회를 주시고 시집 삽화도 봉사 차원으로 하게 해 주셨는데 내가 “아이들이랑 함께 하니 유명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걸 했기 때문에 네가 유명해져야겠다가 아닌, 이걸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거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작은 일을 성실하게 바로 여기서부터 해 나가야 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선생님은 노환으로 시력도 안 좋으시고 몇 개의 병을 가지고 계시지만 컴퓨터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이모티콘을 나누기도 하며 공부도 하신다. 그리고 눈이 안 보이시자 손자·손녀들에게 용돈을 주시며 함께 집필을 하여 책을 내시기도 하신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노년(老年)을 병이 생긴 이후에도 여러 활동을 꾸준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 배워야겠다고 생각된다.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가끔 나의 노년도 생각해 보곤 한다.

지금까지 들려준 세 가지의 이야기는 나와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에세이의 주제가 참 사람 이야기인데 내가 생각하는 참 사람, 좋은 사람의 이미지는 따뜻하고 사려 깊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햇살 같은 사람이라고 말해 볼 수 있겠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 말이다.

그렇지만 세상에서 완벽한 사람을 찾긴 쉽지 않다. 성경에서는 사람들의 좋은 면을 봐 주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작게라도 좋은 점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예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면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면이 보인다. 그렇게 볼 때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서로 나누면서 작게 배울 점들 좋은 점들을 찾고 그러면서 나 스스로도 변화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사람으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여정을 걸어 나가는 것 같다.

이지원 作.
이지원 作.

톨스토이의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단편 이야기 중 어느 구둣방 사람이 낮에 일을 하면서 몇몇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저녁 때 하루 일과를 마치면 그날 만난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찾는 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이웃의 모습에서 성자(聖者)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아름답게 여겨지고 세상은 참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저절로 세상을 찬미하게 되리라. 나 역시 힘을 내어 선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할 것이고 선한 것에 길들이는 작은 실천을 실행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면 이웃과 함께 웃는 일도 많아질 것 같다. 오늘 내가 한 선한 일은 오늘 하루 중에서 작고 예쁘게 빛을 낸다. 내가 실천할 때도 있지만 도움을 받을 때도 많이 있다.

내 주변에서 작은 일들을 함께하고 지지와 응원을 해 주는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내며 글을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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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경 2020-03-30 13:16:20
정말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