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나의 가장 중요한 동료는 '나'”
“회복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나의 가장 중요한 동료는 '나'”
  • 권혜경 기자
  • 승인 2020.04.02 18:4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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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지원가이자 본지 시민기자 권혜경 씨의 편지
회복은 결과 아닌 과정이며 도착점 아닌 여정
완벽한 회복이란 없어...지루한 일상 쌓여야 회복 이뤄져
목소리를 낼 기회가 되면 목소리 낼 수 있어야

안녕하세요.

지난해 8월,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동료지원가 교육을 받고 현재 서울지역 자립생활주택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는 권혜경입니다.

먼저 인내하며 동료지원가 교육을 끝까지 마친 분들께 격려와 지지를 보냅니다. 저도 뜨거운 8월 한 달, 매일 4시간씩 교육을 받으면서 아주 좋았지만, 이 길이 나에게, 혹은 정신보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잘 보이질 않았어요. 그래서 인내가 참 필요했어요.

그래도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유용했던 것은 ‘회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먼저, 회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도착점이 아니라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완벽한 회복이란 없으며 오늘도 침대에서 내려와 센터로 가는 그 발걸음에 회복이 담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또 회복은 어떤 위대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전엔 병에 대한 보상으로 뭔가 기적이 일어나서 병이 낫고, 재기를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회복은 오히려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 쌓여서 이루어진다는 걸 알았어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마지막으로 아직 회복 중인 내가 -저는 지난해 12월에도 재발을 경험했어요- 다른 이를 도울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회복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가장 먼저 내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동료’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통찰(insight)을 다른 당사자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함께 걸어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앞으로 정신보건계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또 시대가 많이 변해서 들을 준비가 많이 되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어요. 그때, 목소리를 낼 기회가 주어질 때,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여러분의 스토리가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사회에서는 '편견을 넘어선 발견'이 됩니다. 정신보건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힘내시고 부디, 회복의 걸음을 멈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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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진 2020-04-03 17:18:34
공감가는 기사와 아버지의 삶을 대하는 자세에 깨달는 바 있어 지은 부족한 시입니다.

조유진 2020-04-03 17:17:09
나 자신의 친구는 내 자신이다.
내가 온통 회색빛의 생각으로 나 자신을 뭉게버릴 때에도
세상은 환하고 밝으며 재깍재깍 돌아간다
나 자신의 감옥에 갇혀 뱅뱅뱅
생각의 맴을 돌때도
꽃은 피고 지고
해는 뜨고 진다.
해뜸이 두려워
해가 뜨고 지는 무게를 온전히 짊어진 양
온 하루를 펄펄 끓는 열로 앓았다
70도 넘은 아버지의 삶도
비루하고 음울해 보이는데
아버지는 우울하지 않다고 했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삶의 의무라며 묵묵히 하루의 삶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건강한 정신의 아버지를 보니
회색빛 생각이 옅어진다
벚꽃이 무지개 동산을 이룬 길을
자전거로 달린다
문득 헛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무엇때문에 걱정했는지도 잊었다.
불투명한 걱정덩어리가
수욱 가라 앉는다.
봄빛 햇살 아래 오랜만에 가볍다.
몸도 마음도

이지연 2020-04-03 08:15:12
회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이 쌓여 시나브로 좀 더 강한 모습으로 거듭나는거겠죠
많이 공감가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