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정신병원 종사자들 대상 보건교육 하루에 두 번씩’은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요양·정신병원 종사자들 대상 보건교육 하루에 두 번씩’은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4.03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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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행정명령 있는데 일부 지자체들 더 강력한 조치 내려
집단적으로 모이지 말라는 방역 조치 있는데 모여서 교육 받으라고?
지침 어겨서 코로나19 발생할 시 구상권 청구는 가혹한 처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정신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일부 지자체가 하루에 2번 직원과 입원환자 대상 보건교육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보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3일 의협신문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가 요양병원 등에 공문을 보내 “1일 2회 보건교육을 실시한 후 매일 점검 결과를 보고토록 하고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에 대해 외래진료를 금지토록 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자체는 감염병 관리 소홀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요양병원에 법적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내려 보낸 지침보다 강력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해 ▲방역 관리자 지정 ▲외부인 출입 제한 ▲종사자 매일 증상 기록 ▲유증상자 업무 배제 ▲종사자 마스크 착용 등을 시행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과 행정지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를 어긴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재정적 지원을 제한하고 추가 방역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요양시설도 정부의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손실 보상이나 재정 지원을 제한키로 했다.

충북도 보건정책과는 정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이같은 지침에 더해 일반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을 대상으로 그간 주 1회 하던 보건교육을 1일 2회 실시하고 점검 결과를 매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충북도는 지침에서 “기존 일반 요양병원 일일 점검 외 정신병원에 대한 점검 및 모니터링을 확대한다”며 “보건교육을 주 1회에서 1일 2회 실시하고 점검 결과를 서식에 따라 매일 오후 4시까지 제출해 주기 바란다”고 규정했다.

이어 “준수 사항 위반으로 요양병원에 코로나19 감염이 발생 또는 확산할 경우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 근거해 손실보상이나 재정적 지원이 제한될 수 있고 추가 방역 조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남 합천군보건소 역시 이와 비슷한 지침을 병원과 시설에 내려보냈다. 합천군보건소는 지침에서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외래진료를 전면 중단하고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에 코로나19검사 실시, 신규 입원 금지 등의 조치를 내렸다. 정신장애인이 긴급 입원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는 코로나19 진단 검사 후 음성으로 판명될 경우에만 입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합천군보건소는 “요양병원 종사자는 퇴근 후 외출 자제(외출 시 마스크 필히 착용), 고위험 지역 방문 시 병원과 협의해 업무 배제 조치해야 한다”며 “직원 복장은 병원용과 출·퇴근용 구분, 1일 2회 발열 체크 및 매일 시간을 정해 코로나19 대응 교육 실시, 요양병원 1일 1회 소독”을 하도록 했다.

의협신문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행정명령·행정지도보다 더 강력한 방침을 일부 지자체에서 내려보내자 정신병원과 요양병원 측에서 “현실을 모르는 지침”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 지역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1일 2회 보건교육을 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지침”이라며 “정부는 여럿이 모이는 행사 등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오히려 하루에 2번씩 직원을 모아놓고 보건교육을 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해 외래진료를 전면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지침을 내놓지 않으면 요양병원들의 분노가 어느 순간 폭발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보건교육의 1일 2회 실시 지침과 관련해 “매일 지자체에 보고하게 하는 것은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요양병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이는 불필요한 행정 낭비이며, 지자체의 보여주기식 행정이고 실적만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매일 보건교육 이행 결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손실보상이나 재정적 지원을 제한할 수 있고 추가 방역 조치에 따른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것ㄹ은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의 행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구상권 범위를 초과한 권한 남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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