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겨울이고 추워서
[당사자의 시] 겨울이고 추워서
  • 곽한나
  • 승인 2020.04.15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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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Barbara Strasen, Dog Mushrooms, 2016-2017. Acrylic, ink, and collage on Yupo mounted on museum board. (c) Barbara Strasen
Barbara Strasen, Dog Mushrooms, 2016-2017. Acrylic, ink, and collage on Yupo mounted on museum board. (c) Barbara Strasen

요즘 뭐하고 지내니? 목마르지 않니

언니를 많이 기다리니? 춥지 않니

너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멀리서 언니를 알아보고 달려와 안기는

너는 나의 천사.

너무 기다리다못해

너와 나 목석이 되겠구나

더이상 꿈적할 수 없는

못을 박아도 그렇게까지 단단할까

뿌리가 너무 깊이 박혀

입까지 바짝 타들어가고

두 눈은 휑해진 채 쓸쓸히

등을 대고 있는 서글픈 나무

봄이면 눈물꽃이라도 피면

사람들이 같이 슬퍼하기라도 할 것을

이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먼지와 잿더미로 없애버리기라도 한다면

저 세상 가서도 우리의 만남은

그냥 이별

아니 눈물샘만 남아서 비가 되어

밤새 퍼부으려나

겨울이고 추워서 서로 몸을 녹이려는 순간

메아리도 흔적도 남기지도 못하는 서글픔은

누구의 몫인가

내 잘못이냐 네 잘못이냐

우리는 서로 사랑한 죄로

죽어가면서도 아파했다

 

*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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