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기도
[당사자의 시] 기도
  • 곽한나
  • 승인 2020.04.15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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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Dongwook Suh, Hospital Room - An Orange and Iris, 2017. Oil on canvas. (c) Dongwook Suh
Dongwook Suh, Hospital Room - An Orange and Iris, 2017. Oil on canvas. (c) Dongwook Suh

지난 날

언니는 항상 나의 다정한 말벗이며

동생을 향한 언니의 몸짓에

많이도 행복했지

오늘 병원에 입원하여 있다하니

가장 먼저

언니에게 잘하지 못한 미안함이 앞서고

하느님께 인간의 부족함을

회개하고 뉘우치는 신앙인으로서의 성숙한

모습을 언니를 통해 배워가는 중인지

언니는 지금 병실 침대에 홀로 누워있고

침묵 중 고통 중에 하느님과 많은 나눔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로 빌어줄 수 있다는 감사함

언니는 앉으나 서나

누워있거나 깨어있거나

식사 전이나 후나

말 한 마디조차

기도로서 감사로서

보냈던 어제까지의 하루하루의 삶

하느님께 불평을 동생이 감히 할 수 없도록

언니는 잘 지냈지

함께 예전처럼

빨리 나아서 기도하고 생활하고픈

나의 바람

식탁에서 떨어진 빵 부스러기라도 원했던

여인처럼

언니의 믿음을 시험하는 지금 이 순간을

믿음으로 잘 견뎌 내리라

이렇게 방에 누워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움을 누리는 나는

아무 도움이 못되어

미안한 마음

그렇지만 한 가지

우리 서로 아프지 말자

 

*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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