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아가나이다…정신은 아팠으나 공직 생활을 무사히 끝냈으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정신은 아팠으나 공직 생활을 무사히 끝냈으니
  • 홍순필
  • 승인 2020.04.28 18: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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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부터 우울과 간염 병고로 고생
우정본부 공무원 된 후 우울증 이겨내며 직장생활
은퇴 후 정신질환 해소...지난 시절과 인연에 감사

이 글은 젊은 시절 시작된 우울과 정신질환을 안고 살아야 했던 우정사업본부 공무원 출신의 홍순필 님의 자기 고백이다. 그는 자신의 청춘은 비애로웠으나 은퇴 이후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된 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전문을 싣는다.

시인과 우체부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일포스티노' 스틸컷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절친의 죽음과 집안의 대몰락으로, 절망의 심연에서 벗어나고자 몸무림쳤던 고교 시절.

​우울증 발병에서, 이어진 집안의 파산(破産)에 남동생은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던 가난과 병고의 젊은 세월. ​절망과 우울에 망가진 정신과 몸으로 죽지 못해 살았던 교교 시절, 대학 시절. 그리고 격증간염과 장티푸스.

​게다가 대학 졸업 시절 몸에 찾아든 만성활동성 간염까지, 나의 젊음은 마음과 몸의 병고로 감당해 나갈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젠 죽어야겠다고 마음먹기를 수없이 해 오며, 모진 목숨을 부둥켜안고 젊음을 소진하며 살아왔다. ​나에게는 도저히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은 건강·직장·결혼. 그 중 가장 먼저 날 찾아준 행운은 결혼이었다.

​우울과 불안에 따른 심한 두통을 일상으로 하면서도 살아 남아야 하겠다는 결심으로 서른 살이 다 되어 7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을 하던 중 우연(필연?)히 알게 된 지금의 아내와 연애하다가, 무직 상태에서 우여곡절 끝에 서른두 살에 결혼을 먼저 하게 됐다.

​단칸방에서 지내며 아내는 출판사에 다니고, 나는 도서관을 다니며 재수하여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격심한 우울성 두통에, 화장실 가는 것을 제외하곤 하루 17시간씩 공부에 매진한 결실이었고 아내 또한 나를 적극 격려해 준 ​결과였다.

​행복한 결혼 생활도 잠깐,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우체국 계장으로 초임 발령 받았으나 ​우울증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 탓에 업무를 제대로 못 보는 것은 물론, 상하 계급사회에 도저히 ​적응을 하지 못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억지로 하루하루 버텨가는 악전고투의 나날이었다.

​공무원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강제 퇴직 될 상황이 계속 이어져 갔다. 운이 좋았던지 모 중앙부처 기획관리실 직원으로도 일했으나, 우울증 때문에 살아 있는 시체처럼 고통과 절망의 나날을 보냈다.

먹고 살기 위해, 나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우울과 절망의 긴 공무원 생활을 감내하고 버티어 오던 중 나는 사무관 승진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인내를 거듭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승진 시험 기회가 오자, 단 한 번에 패스해 사무관이 되는 기쁨을 거머쥐었다.

우체통

사무관이 된 직후 화천우체국장을 역임하며 많은 우체국과 인력을 통솔해 보는 기관장의 경험도 쌓았다.

우울증 등은 호전되어 갔으나 오랜 정신질환은 결코 물러나지 않았고, 나를 오랫동안 고통에 빠뜨렸다.

정신과를 다니며 거의 평생에 가까운 근 50년 째 정신과 약을 지금도 먹고 있다. 예전 같은 심한 두통이나 우울은 사무관 승진 이후 호전되었으나 정신질환은 공직 생활을 정리한 이후인 환갑이 되서야, 거의 다 해소됐다.

스트레스와 대인관계에 워낙 민감해하던 성격이라, 이러한 문제들이 은퇴한 이후에야 거의 다 해소된 연유인 것 같다.

지금은 공무원연금을 받으며 아내와 평화롭고 행복하게 아픈 데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젊은 시절 성령 불세례 체험을 통해서 부족한 인생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여 주시고 지켜 주신 하느님과 사랑하는 아내에게 무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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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필 2020-04-29 16:58:57
고맙습니다. 모두 힘 내세요!

권혜경 2020-04-29 15:00:16
홍순필 선생님 감사합니다
많은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홍순필 2020-04-29 12:30:09
병고중에 극복하고자 애쓰는 환우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작은 힘이나마 삶의 경험을 통해 나누고 싶습니다!
제 메일은 sp001100@naver.com입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