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물리적 방역에서 심리적 방역으로 이행 중…일상적 방역 강조될 것
코로나19, 물리적 방역에서 심리적 방역으로 이행 중…일상적 방역 강조될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4.29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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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블루 심리상태...성인의 절반이 우울과 무기력증 느껴
개학 늦은 청소년들도 가족간 갈등으로 심리적 우울감 커져
죽음이 내 경험에 들어오는 트라우마...자책 말고 관망하는 태도 가져야

#1. 전북 전주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관내 주민들의 우울감과 상실감을 치유하기 위한 ‘위기 극복 비상대책본부’를 꾸렸다. 감염병의 장기화로 누적된 스트레스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예술치료와 원예치유 등을 프로그램을 실행에 들어갔다.

#2. 서울에 사는 30대 주부 이은숙(가명) 씨는 요즘의 코로나19 대유행에 우울이 올까 두렵다. 다 겪는 감염병이지만 그래도 혼자 살았으면 그리 큰 걱정은 않겠지만 아직 어린 아이 둘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이씨는 “제가 싱글이거나 아이가 없었다면 코로나 사태는 그냥 매일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정도의 불편함이었을 것”이라며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으니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제가 밖에 나가서 누굴 만나서 운 없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아이들 두 명은 자동으로 확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위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코로나 우울 극복을 위해 요리나 옷 만들기 등 소일거리를 일부러 찾아서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코로나19와 우울을 의미하는 블루(blue)를 조합해 만든 용어다.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코로나19 심리방역에 돌입했고 일선 소방서와 관공서에서도 심리방역과 관련한 상담과 심리치유 안내서 등을 배포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한국심리학회도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무료로 국민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우울과 무기력의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성인 남녀 39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절반 이상이 우울감과 무기력증 등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심리적 어려움은 성인뿐만 아니라 개학이 연기돼 집에만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부정적 심리가 높았다.

성인의 경우 ‘코로나 블루 경험’ 유무를 묻는 질문에 54.7%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응답자가 58.4%로 가장 높았고 이어 20대(54.7%), 40대(51.5%), 50대(44.8%) 순이었다. 우울감을 느끼는 주요 이유로는 ‘고립, 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과 지루함’을 꼽았고 ‘야외 활동 부족으로 인한 우울감 경험’이 그 뒤를 차지했다.

특히 구직자와 대학생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채용 중단, 연기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한 비율이 21.7%로 다른 응답에 비해 훨씬 높았다.

청소년들 역시 가족관계의 갈등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재단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담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족 갈등’이 늘었다는 응답률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 10% 증가했다. 반면 ‘대인관계’의 고민은 40% 감소했다. 학교 내에서 빚는 갈등관계가 코로나19로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분석이다.

생명보험재단은 “코로나19 여파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두가 예민해진 영향도 있지만 부모가 자녀의 태도와 생활습관 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청소년이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일상적 불안과 다른 트라우마의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9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라우마라는 게 죽음의 각인”이라며 “죽음이 내 안으로 훅 들어오는 이떤 치명적인 경험을 했을 때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정 전문의는 “내 일상과 죽음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이 돼서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이상적인 우울이나 불안감은 조금 차원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불안감과 우울을 다스리기 위해 “자책하지 않아야 하고 이것의 원인을 자꾸 나한테서 찾는 것을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금 관망하는 게 내 에너지를 잘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코로나19 대처의 물리적 방역이 성과를 내게 되면 생활방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은 29일 “생활방역 전환 이후 정신건강 지원 방안들을 꼼꼼이 살펴볼 예정”이라며 “코로나19의 안정세 이후 확진자가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전 국민 대상 정신건강 지원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의한 스트레스 관리 및 심리방역 지침도 제공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3월 국민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을 배포했다.

지침에는 ▲불안한 마음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 ▲정확한 정보 알기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아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 유지 ▲규칙적인 생활 등이 담겨 있다. 또 아동청소년 정신건강과 관련해 ▲자녀와 공감하는 대화 나누기 ▲자녀에게 건강한 모델 되기 ▲자녀들이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 자제 등을 생활 수칙으로 내놓았다.

무엇보다 현재의 불안한 상황을 정신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규칙적인 생활과 가치 있는 이들을 찾아 활동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19의 물리적 대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이후 심리 방역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개인은 심리적 치유를 위한 국가 지침을 준수하고 국가는 시민의 심리 방역에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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