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 강제입원 줄었다지만...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 강제입원 줄었다지만...
  • 임형빈
  • 승인 2018.07.01 21: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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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 2016년 61.6%에서 2018년 37.1%로 줄어
복지부, 정신장애인 인권·자기결정권 강화된 계기
의료계, “쓸데없이 복잡한 입원절차, 눈속임에 불과”
또하나의 강제입원인 동의입원으로 갈아타고 입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폐지하고 사법심사 기관 만들어야
정신인권단체, “그 많은 시간 지역인프라 왜 안 만들었나

정신의료기관에의 강제입원(비자의입원)이 줄어들고 있다. 2017년 5월 30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강제입원 비율은 2016년 61.6%에서 2018년 37.1%로 감소했다.

내용상으로 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관행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셈이다.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 의식도 그만큼 성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강제입원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지역사회로 이들이 대규모로 나올 경우 지역사회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상당수가 노숙자가 되거나 정신병원으로 재입원하는 악영향이 나올 것이라 우려했던 의료 권력의 우려도 일정정도 상쇄된 셈이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강제입원 수가 여전히 상당하며 강제입원 비율이 줄어든 현상도 하나의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은 모두 8만462명이다. 이 중 강제입원 환자는 5만9천168명으로 전체 입원자 수의 73.5%에 이른다. 독일 17%, 영국 13.5%, 이탈리아 12% 등 선진국의 강제입원률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보건복지부와 정신장애 인권단체 등이 구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해 강제입원 심사를 엄격하게 하도록 하는 계기 중에 이 같은 선진국과의 높은 강제입원율 차이를 낮추어야 한다는 현실적 계산도 있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1년 간 강제입원 비율은 줄어들었다. 우려했던 퇴원 대란도 일어나지 않았다. 2017년 4월 30일 기준 6만6천958명에 이르던 입원환자수는 2018년 4월 23일 현재 6만6천523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중 강제입원 비율은 2017년 4월 대비 37.1% 줄었다. 2016년 강제입원 비율 61.6%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신설된 ‘동의입원’ 때문에 환자가 부모의 설득으로 입원하도록 시스템이 왜곡돼 있다는 이유다. 동의입원은 보호자 1인의 동의에 의해 입원하는 제도다.

입원환자수 변화없고 대신 동의입원 환자 늘어…“눈속임 불과”

그러나 동의입원이 법률적 해석으로는 자의입원의 형식을 가지지만 부모의 설득과 권고 등에 따른 심리적 영향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이 사실상 강제입원의 한 유형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의료계는 동의입원인 신설되면서 해당 유형 입원자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통계상의 자의입원률은 자의입원과 동의입원을 포함한 수치인데 동의입원이 아닌 순수 자의입원은 개정 전후 4%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대신 동의입원은 7.7%에서 2018년 4월 23일 기준 17.5%까지 늘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말이 ‘동의입원’이지 가족이 강제입원해야 할 환자를 억지로 설득해서 동의를 강요해서 자의입원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강제입원인 셈이다.

이 지적이 맞다면 강제입원으로부터 환자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겠다는 개정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대신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강제입원이 줄었으며 치료 주체인 환자의 인권이 보호받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동의입원도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따른 입원의 유형이므로 자의입원이 증가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누구 말이 옳을까?

지난 5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입원적합성심사제도’도 강제입원 비율은 낮추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원심사위원회는 정신과전문의, 법조인, 환자 가족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심사위가 새롭게 강제입원한 환자에 대해 입원 1개월 이내에 입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제도다. 강제입원 당한 환자의 신청이나 위원장 직원으로 심사에 착수할 수 있다. 연간 4만여 건의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이에 대한 대비로 권역별 5개 국립정신병원에 총 49명의 운영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심사 요청이 이뤄지면 국립정신병원 소속 조사원이 현장으로 가 환자와 대면 조사를 벌이게 된다. 개정법 이전의 심사는 보통 서류로 진행돼 그 적합성에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복지부는 이 위원회의 시행으로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사기구에 의해 실질적인 심사, 대면조사를 통한 환자 진술 기회 등이 보장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원적합성심사위 없애고 사법판단기구 만들어야

그러나 의료계는 이 심사위에 대해서도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낸다. 국공립병원 소속 조사원들이 현장에 나간다고 해도 이미 정신과전문의 2명이 판단한 내용을 번복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또 취지와 달리 여전히 서류심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상희 의원도 “현행법에 따른 입원적합성심사는 원칙적으로 피입원자를 대면해 의견을 청취하기보다 서류심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공적기관에서 제공하는 절차보조인의 관여도 허영되고 있지 않는 등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제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최근 강제입원에 대해 법원이 사법심사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사실상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개정법안이다. 김 의원은 심사위원회의 설치·운영 조항을 삭제하고 이를 대신해 법원이 입원심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보조인 선임, 신뢰관계인 동석 등 절차보조인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의료계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강제입원 조항이 “쓸데없이 까다롭고 복잡한”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입원치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개정법은 입원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소속기관의 정신과전문의 2인의 일치된 소견이 나와야 3개월간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정된 국공립병원 전문의들이 모든 정신병원을 돌아다니며 2차 진단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만 같은 병원 정신과전문의 2명이 2차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법원이 환자의 비자의입원의 적절성을 심사하는 방법과 서로 다른 직역이 모인 독립위원회를 통해 환자의 입원 적정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주된 강제입원 절차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2차 진단까지 요구하는 것은 '땜질식 법 개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강제입원의 요소인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은 전적으로 의사의 판단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입원 이후에 법적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판단을 위한 매뉴얼이 있지만 법과는 어긋나는 부분이 많아서 현장의 의사는 매뉴얼에 따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 핵심은 지역인프라 외면해왔다는 점

장신장애 인권단체 등은 강제입원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이 잘못돼 있다고 지적한다.

구 정신보건법 시행 이후 20년의 기간 동안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이 국가적 의료비 혜택을 받기 위해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강제입원시키는 동안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왜 외면했냐는 게 이유다.

실제 복지부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지역사회 주거 서비스, 취업 지원 등의 영역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인구 10만 명당 거주 서비스 시설 정원을 보면 우리나라는 4.7명으로 호주 10.0명, 일본 15.3명, 미국 15.2명, 이탈리아 33.4명, 오스트리아 54.9명 등에 비해 많게는 10분의 1까지 부족한 상태다.

지역사회 재활기관 및 정신건강증진시설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중 명확한 주거지가 없는 등의 불안정 거주율은 지난 2016년 12월말 기준 10.2%에 불과하다. 정신장애인 10명 중 1명은 불안정한 거주상태에 있다.

또 정신장애인의 자가주택 소유율은 44.0%로 전체 장애인 58.5%의 4분의 3 수준으로 열악하다.

등록장애인 취업률은 2016년 12월 말 기준 8.3%로 전체 장애인구의 취업률인 36.6%이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등록 정신장애인 임금은 월 평균 56만 원으로 장애인 평균 임금인 153만 원의 3분이 1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신질환자의 절차적 권리 보호뿐 아니라 복지서비스를 통해 실질적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회로 복귀하는 정신질환자를 지원하는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퇴원한 정신장애인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인프라에 대해 복지부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퇴원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전에 머무는 ‘중간집’ 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 인력도 2022년까지 1천455명 늘린다는 계획이다.

복지부와 의료계 싸움보다 중요한 건 정신장애인 인권옹호

반면 의료계는 “환자의 치료 거부를 본인의 진정한 의사로 볼 수 있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자타해의 위험이 눈에 띄는 환자를 바로 입원시킬 수 없는 법적 상황에서 이들이 ‘사고’를 쳐야 입원이 가능한 부분은 사회 안전을 위해서도 환자 본인을 위해서도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에 던져야 할 질문은 있다. 개정법이 시행되기 며칠 전인 2017년 5월 4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 시행으로 최대 1만5천 명의 정신질환자가 퇴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어떤 근거였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지금 퇴원 대란은 없었다.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나아가 "복잡한 2인 진단 제도로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한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보호할 방법도 없는 상태에서 방치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렇다면 의료계는 ‘2인 진단체계’의 불합리성과 강제입원 절차의 잘못만 문제 삼으면서 정신장애인이 퇴원 후 거주해야 할 지역사회 안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질문해야 한다는 게 정신인권 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복지부의 전망이 옳았을까.

복지부 역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법적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는 데 대해 공이 있지만 여전히 지역 사회 복지인프라에 소극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8만여 명의 정신장애인이 여전히 ‘변형된’ 강제입원 속에서 의료체제의 희생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질문을 던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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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화 2018-07-02 14:53:53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기사가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