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감정?'...미래한국당 백승주 의원, 부끄러운 줄 아세요
'정신 감정?'...미래한국당 백승주 의원, 부끄러운 줄 아세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5.12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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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원내대표 향해 “정신건강 감정 받으라” 요구
정신장애는 치안, 희화화, 모욕으로 표상돼
‘정신 감정’ 발언은 상대를 모욕하는 정치적 의도…사과해야
미래한국당 백승주 의원(왼쪽에서 두번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c)MBC뉴스.
미래한국당 백승주 의원(왼쪽에서 두번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c)MBC뉴스.

미래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12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정신건강 감정을 받으라”고 말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교섭단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이 같이 말한 것이다.

백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 자격이 있는지 물어보고 정신건강에 대해 병원을 방문해 감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신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위험성으로 표상되는 존재다. 그리고 또 하나는 ‘희화화’의 대상이기도 하다. 치안적 시각으로 접근할 때 이성이 결여된 정신장애인은 언제든 흉기를 들 수 있는 존재다. 위험한 존재가 위험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거세하는 공간이 정신병원이고 사회는 이 격리에 대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동의하게 된다.

지난 2018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퇴원을 하면서 갑작스럽게 정신장애인 범죄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언론은 가둬놓아야 할 존재들이 사회로 나와 공동체의 질서를 위협한다는 공포를 조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잠잠해졌다.

늘 이런 식이다. 정신장애인이 사고를 일으키면 공동체의 안전이 무너져내린 듯이 거품을 물다가 이슈가 바뀌고 정신장애인이 더 이상 기사로서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정신장애인을 침묵의 자리로 돌려보낸다. 이 과정은 지난 시간,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그리고 위험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희화화가 남는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10년 전만 해도 정신장애인을 코미디 소재로 활용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엉뚱한 말을 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약 먹을 시간이야, 약 먹자”라고 말하고 엉뚱한 말을 꺼낸 사람은 웃으면서 거기에 동의하는 풍경이 그렇다.

아프리카 어느 빈국을 개그의 소재로 삼아 엉터리로 아프리카어를 사용하면서 웃음을 억지로 유도하던 프로그램도 있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세계적으로 최빈국의 모순에 대해 사람들은 ‘어이없는’ 웃음으로 소비하고는 했다.

희화화의 다음 장소는 모욕이다. 이는 “정신병원이나 찾아가 봐”라거나 “정신병자”라는 발화로 비정신장애인을 조롱할 때 쓰인다. 왜 그런 걸까. 어쩌면 정신병원이라거나 정신과 상담은 인간의 실존적 모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어떤 여성 작가는 정신과 방문을 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고통의 시간을 이해받으려고 하기도 했다. 즉 정신과 상담은 떨어지고 떨어져서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을 때 방문하는 ‘존재의 모욕의 자리’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내가 정신과 상담을 받을 만큼 괴로우니 나의 고통을 당신이 알아달라는 내적 요청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와 관련된 사회적 표상과 심리적 기제는 치안과 희화화, 모욕으로 수렴될 수 있다고 하겠다.

백승주 미래한국당 의원 (c)뉴스1.
백승주 미래한국당 의원 (c)뉴스1

백 의원이 “정신건강 감정을 받으라”고 요청한 것은 그가 김태년 원내대표의 건강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정신병원에 가거나,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이 병든”이라는 메타포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과는 정신이 아파서 가는 곳인데 자신의 정치적 의도와 다르다는 이유로 한 정당의 원내대표에게 “정신건강 검진을 받으라”고 하는 건 희화화이면서 중대한 모욕이 된다. 그 모욕의 상처는 고스란히 정신장애인에게 되돌아오게 된다.

이런 발언을 한 백 의원에게 기자는 “정신병원에 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가 이 말을 들으면 ‘좋은 발언’이라고 할까. 아니, 그는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정신장애의 사회적 발화는 이렇게 실제 정신장애인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다.

텍스트가 있고 해석이 있다면 우리는 해석을 통해 존재를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그 텍스트를 자기 식으로 왜곡해서 해석한다면 이 텍스트는 세계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백 의원이 정신장애라는 텍스트를 왜곡한 것은 타자에 모욕을 주려는 그의 정치적 의도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왜곡된 해석에 의해 한 번 더 상처 입는 존재는 바로 정신장애인인다.

백 의원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우리 정신장애인은 너무 오래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었다. 공동체의 통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인이 정신장애인의 존재를 희화화하고 모욕을 준 것은 그의 정치적 사유가 얼마나 천박한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그리고 그가 정신장애인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사과하라. 약자를 모욕한 것, 스스로 부끄러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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