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집단은 가족...가족지원활동가 정책적으로 양성해야”
“당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집단은 가족...가족지원활동가 정책적으로 양성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5.19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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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가족지원활동가 세미나 국립정신건강센터서 열려
정신건강복지센터·국립병원서 가족지원활동가 상주해야
가족은 당사자에게 할 수 없는 부분을 명확히 설명해줘야
가족지원활동가 양성에 국가지원 확대돼야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국립병원 등에 가족지원활동가가 상주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가족지원활동가 양성을 위한 매뉴얼 역시 통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 중곡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제1차 가족지원활동가 세미나(회복을 지원하는 가족지원활동가의 역할)에서 주제발표한 당사자 가족 최점옥 씨는 “처음 가족지원활동가가 정신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에게 다가가면 마음을 열지 않는다”며 “먼저 다가가고 가족이라는 편안함을 보여주고 들어주고 지지해주면 이분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가족지원활동가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둔 가족이 일정 교육을 통해 병원 등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와 가족을 돕는 활동가를 의미한다.

최씨는 “약도 좋고 치료진도 좋지만 하루 종일 계속 함께 사는 가족은 병원과 센터에서 할 수 없는 시간 동안 모든 걸 하다가 지쳐 병이 생긴다”며 “가족이 교육에 대해 모르고서는 회복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두 딸이 정신적 질환으로 아픔을 겪으면서 이를 돌보던 어머니마저 우울증 등의 병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세 명이 함께 병원에 가 약을 타서 먹는 모습에 대해 최씨는 “누군가 한 명이 아팠을 때 가족교육을 알고 대처했다면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상담사 역할, 장애인 역할, 회복지원 역할 등을 해야 한다”며 “가족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자녀의 회복도 빨라지고 좋아진다”고 조언했다.

또 지역 거점병원에서 가족지원활동가가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족지원활동가는 그 시스템 안에서 돈을 받는다기보다는 자리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해 일단 자원봉사로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최씨는 “활동지원체계가 매뉴얼로 만들어져 가족지원활동가 자격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초발환자 가족이 병원에 오면 정부가 바우처를 만들어 가족지원활동가를 연결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가족지원활동가인 장계숙 씨는 “발병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회복인줄 알았는데 패밀리링크 가족교육을 받은 후 정신질환을 이해하게 됐다”며 “아들에게 진심을 다해 이해해주지 못한 가족들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사고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용서와 화해의 과정이 개입되면서 장씨의 아들은 부정, 우울, 분노에서 벗어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발병 10년 뒤였다.

장씨는 “당사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회복단계를 공부하면서 마음에 확 무언가가 와닿았다”며 “(아들의 아픔에 대해서도) 네가 옳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초발 당사자 가족으로서 힘들었던 부분이 의사들의 무성의한 태도, 약물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재발로 이어진 점, 치료를 줄일 수 있는 산정특례제도 역시 발병 7년 뒤에야 알게 된 점, 장애등급 받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가족지원활동가가 사생활이 보호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병원에서 치료와 복지, 법률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한다”며 “당사자의 다양한 정서 반응에 경청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초발 정신장애인을 둔 가족이 정확한 정보를 얻고 돌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병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 낮병원, 그룹홈, 패밀리링크 등 연계기관을 가족지원활동가가 상주하면서 연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동현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당사자는 자기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서 가족과 부모형제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공감을 못한다”며 “가족도 당사자 자녀가 내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보다 충분히 내가 어렵다는 걸 자녀에게 얘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이) 나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내가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며 “일상생활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것과 장기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를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부모형제는 당사자 자녀에게 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다 하지 못하겠다는 표현보다는 너의 역할도 있고 부모의 어려움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명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족지원활동가 오승애 씨는 “가족교육을 통해 약물의 필요성, 당사자와 가족의 관계성 회복, 질병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됐다”며 “(당사자 자녀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길 역시 가족교육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의 발병과 회복 과정을 경험한 가족지원활동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가족지원활동가 양성 교육, 활동지원 체계를 정책적으로 제도화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장명찬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장은 “가족지원활동가 양성 교육과 활동지원 체계가 매뉴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가족지원활동가의 이력 관리, 자격과 처우,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족지원활동가 관련 서비스 및 정책 개발에서 가족지원활동가의 욕구가 반영되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조직의 지속적 존속을 위해 가족지원활동가의 재생산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문가가 무엇을 해도 실제 가족만큼 당사자를 알기 어렵다”며 “국가가 교육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양성하고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당사자와 가족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며 “좀 더 체계적으로 가족과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순 한국정신장애인 가족지원활동가 협회장은 "가족이 주체적으로 움직여서 국가를 찾아가 이 교육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세미나를 통해 가족의 역량을 되새기고 수동적이 아닌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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