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정신병원 정신과 의사와 전문 인력 더 늘리라”
“경기도립정신병원 정신과 의사와 전문 인력 더 늘리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0.05.2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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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립정신병원 내달 개원...일부서 “정신과 의사 많다” 문제 제기
원래 의사 3명에서 5명으로 증가...공공의 선(善)이 우선돼야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새 도립정신병원)이 오는 6월 개원을 앞두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한 경기 지역 신문사는 “도립병원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전문의 추가 채용을 검토해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이유인즉슨, 새 도립정신병원이 병상 50개와 정신과 의사 5명, 가정의학과 의사 1명 등으로 운영되는데 애초 3명으로 계획했던 정신과 의사를 2명 더 늘리는 것에 대해 “인력 과다가 방만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애초 새 도립정신병원은 지난해 5월 경기도의료원이 수탁운영하면서 160개 병상에 정신과 의사 3명, 내과 의사 1명 등 모두 4명의 전문의를 두는 것으로 계획한 바 있다.

그런데 병상을 50개로 축소하고 정신과 의사 2명을 더 늘리기로 했다.

공적 병원을 자본의 논리로 접근하면 안 돼

자본의 논리로 보자면 당연히 의사의 ‘과다 채용’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특히 자주 입에 올리는 ‘혈세 낭비’가 제기되면 공적인 의무 대신 자본의 효용성만이 부각되면서 자칫 정신병동 환자들의 보편적 존중은 폐기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 당 정신과 의사 수는 0.07명이다. 이는 스위스 0.1명, 독일 0.27명과 비교할 때 많게는 7분의 1 정도의 수준이다. 1인당 정신건강 지출도 44.91달러(5만3600원)으로 미국의 16%, 영국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또 지역 정신보건의 거점 역할을 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들 역시 불안한 고용관계에서 해고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센터 평균 인력은 9명, 정규직 2.4명, 비정규직 2.8배인 6.84명이었다.

평균 근속 연수는 3.44년이다. 1인당 사례관리 평균은 40.6명이었다. 이는 평균치를 잡은 것이고 다수의 센터에서는 정신건강전문요원 한 명이 당사자 100명을 전담하고 있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문제는 하나다. 국가가 정신보건에 예산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 역시 정신장애 업무는 늘 뒷전으로 넘긴다. 2019년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43)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불을 피해 대피하던 입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언론은 정신건강서비스전달체계의 문제를 되짚었다. 그런데 놓치고 있었던 건 경남 지역이 정신질환 보건 예산이 전국에서 꼴찌라는 점이었다. 광주가 가장 높고 경남과 인천은 최하위다.

만약 경남도가 정신건강 예산을 비중 있게 다뤄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을 늘리고 적극적인 예방 조치를 해 왔다면 어쩌면 안인득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안인득을 입원시키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다 했지만 경찰도 병원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이 ‘사달’이 났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만약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이 풍부해 안인득을 ‘주의 인물’로 사례 관리했다면, 그래서 일주일에 두세 차례 그를 방문하고 그의 욕구를 들어주고 약물 복용 여부를 꼼꼼히 챙겼다면 적어도 그의 심리는 좀 더 안정적이지 않았을까. 누군가가 자신을 지지해 주고 자신이 힘들 때 들어주고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정신장애인은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된다.

정신건강전문요원, 정신과 의사 오히려 늘려야

그런데 그런 지역 내 열악한 정신보건 시스템은 건드리지 않고 경찰을 불렀는데 응급입원도 안 됐다, 행정입원도 안 됐다는 문제의 본질을 바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새 도립정신병원도 이 같은 논리로 접근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 한 명이 10명을 돌보는 것과 100명을 돌보는 것은 정신장애인의 치유에 엄청난 차이를 나타낸다. 조금 더 살갑고,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당사자의 형편과 욕구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정신과 의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정신과 의사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극단적 자본주의 이윤 원리에 따라 의사 1명이 100명을 책임지게 하는 원리로서는 환자인 당사자의 치유에 아무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마치 정신건강전문요원 1명이 100명의 사례관리자를 책임지는 현실에서 당사자들의 요구사항과 형편이 제대로 구성될 수 있는지의 질문과 같은 것이다.

앞서 경기 지역 한 언론은 정신과 의사가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려 한다는 병원 측 입장에 대해 “방만 운영”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또 도의회 보건복지위 소속 A 의원은 "도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사업에 맞지 않는 인건비 디자인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도립정신병원은 응급실을 비롯해 24시간 운영되도록 했다. 정신장애인이 급성기에 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 위험한 순간을 늘리고, 풍부한 정신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좀 더 관심을 받는다면 이는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에 부합하는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새 도립정신병원은 정신장애인 인권 옹호해야

돈의 논리로만 접근했을 때 가지는 천박한 자본의 관점이 힘을 발휘하면 정신장애인은 역으로 더 깊이 차별받게 된다.

따라서 새 도립정신병원에 요구한다. 언론이 외치는 자본의 논리를 넘어 공동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신과 의사를 더 늘리라. 간호사도 더 늘리고 정신건강전문요원도 늘리라. 이 병원이 도립이라는 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상 공공의 이익과 공공의 선이 무엇인지, 그 우선순위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엉뚱한 땅 파고, 보도블록 갈아엎는 ‘삽자루’ 행정 대신 혈세가 공적 이익과 공동체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약자의 치료에 더 우선적으로 쓰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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