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시] 꿈속에서
[당사자의 시] 꿈속에서
  • 곽한나
  • 승인 2020.05.22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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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북북 찢어대는 종이조각

온갖 낙서로 뒤엉켜있는

그중 눈에 들어오는 한 문장

"너를 빨리 만나고 싶다"

종이조각을 더 찢기 전에

"그래서 기도해야겠다"는

그 다음 문장으로

약속, 맹세, 기약하며

오늘은 몇년도 몇월 며칠 무슨 요일

까맣게 잊을까 달력을 뒤적이니

두 달 전에 너를 만난 게 끝이었구나

이젠 못참아 더는 못 기다려

눈시울을 적시며

제대로 챙기지 못한 신발도 잊고

막상 너의 집 앞에 다다르니

이게 아니로구나

불꺼놓은 너의 방에

나만 애닳았나

너의 집 앞에서 핸드폰 두드리니

너의 차분한 목소리

나도 너를 만나러 나가던 참이야

아, 이런 걸 우연이라고 하나

아니 이건 사랑의 결실이라 하지

둘이서 외등켜진 집 앞 벤치에 앉아

그간 쌓였던 이야기로 밤새는 줄 몰랐는데

이 모든 게

시계 알람 소리에 잠이 깬

간밤의 꿈일 줄이야

 

 

*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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