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박정자의 편지] 사랑하는 딸에게
[당사자 박정자의 편지] 사랑하는 딸에게
  • 박정자
  • 승인 2020.05.29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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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내가 어린 너의 가슴에 상처를 주었던 씻지 못할 정신 발작을 부렸던 것들을 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늘 시장을 봐오고 이것저것 준비한 삼겹살 파티와 여름 옷가지를 다림질하는 등 챙겨주는 것으로써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소망이야.

부디 응어리진 감정이 쉽게 풀리진 않았겠지만 앞으론 엄마와의 싸움이 부싯돌이 되지 말았으면 해.

언젠가 술에 취해 하염없이 소리죽여 흐느끼며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이는 너를

엄마는 달래주는 말 대신 왠지 면구스러워 웃음으로 대신했지

왜 우냐고, 바보같이 술에 취했냐고 술을 핑계 삼아 넋두리 하였었지

사실은 안아주고 싶었는데

포근히 껴안고 무슨 말이든 아니 아무 말이 안 떠올라도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주고 싶었는데

그 날의 나의 병적 망동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 다른 여러 쓰잘데없는 말만 늘어놓았는데

딸 얼마나 엄마를 원망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가슴 시렸을까,

그리고 딸 보호해 줄 그 누군가 얼마나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했을까

난 왜 나만 생각했을까

어린 딸이 상처받을 서글픔, 쓸쓸함, 슬픔, 고독함, 두려움, 허전함 그 말로 다 할 수 없는 괴로움을 이해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위해 해달라고 호소해야만 했을까.

여자는 눈물로 울고, 어머니는 가슴으로 운다는 말이 생각나네.

엄마가.

2020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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