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예술하기’는 사회적 저항이자 정치적 지향점"
"장애인의 ‘예술하기’는 사회적 저항이자 정치적 지향점"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4.18 17: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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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문화예술은 시혜가 아닌 ‘인권’(人權)
장차법 제정 당시 ‘관광의 권리’ 빠져 있어
장애인 관광에 물리적 접근 어렵고 편의 시설 없어
장애인 편의제공 시행령 유예 기간은 2030년…12년 더 기다려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주년 ‘장애인 인권 현안 공동토론회’가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은 장애인의 문화와 관광에 대한 주제로 진행됐다.

발표에 나선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24조에 문화예술 활동에서 차별 금지 내용이 있고 국가와 지자체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하지만 너무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의 문화 예술 활동에 대해 복지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려는 시각이 크다”며 “장애인의 문화 예술 활동을 치료활동 중심으로 바라봤을 때 문화예술이 권리라고 주장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문화예술할 권리를 말할 때 조금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삶의 질과 인권의 위치, 생산자 주체로서의 권리와 밀접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이 치료적 관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프레임 안에 갇히면 권리로서 주장할 수 있는 범위도 협소해진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공연이 끝나면 고생했어요, 안쓰러워서 눈물이 났어요, 꼭 이렇게 힘든 걸 해야 돼요'라고 하는데 장애인 예술 활동에 대한 편견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표현입니다. 몸의 차이로 인해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차별을 공연의 주제로 가시화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입니다.”

이 사무국장은 장애인 문화예술의 권리를 말하기 전에 장애인 문화예술의 정치적 의미, 몸의 차이나 인권적 위치로 인한 예술적 독창성과 권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론적으로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예술하기, 예술가 되기는 고정화된 예술작품을 상상하는 사람들의 인식에 저항하는 활동”이라며 “사회가 장애인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를 거부하면서 장애와 권리를 말하는 것은 사회적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예술활동을 통해) 옛날하고 달라진 자기 모습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되고 당사자 예술활동이 시간이 많아서 하거나 갈 곳이 없어서 한다는 인식을 비장애인들이 하겠지만, 이 예술활동은 과거의 삶과 결별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선언입니다.”

이 사무국장은 “사회의 기획된 구조 안에서 선택지가 없거나 강요된 선택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삶을 다 살아보는 리허설과 작업실은 세상을 바꿔나가는 투쟁의 연속성 안에 있다”며 “이는 장애인문화예술이 가야할 정치적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주윤성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새 정부 예술정책 안에는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이 들어가 있으며 5월에 발표될 문화예술 관련 8대 의제 중 ‘소수자가 예술로 어울려 사는 세상’이라는 의제가 들어가 있다.

주 연구원은 “(그러나) 장차법의 문화예술과 관련된 인권위 진정 부분은 수적으로 가장 적었다”며 “권리라는 인식 자체가 부재해서 발생하는 문제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문화시설이 있지만 기본적인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물질적 접근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측면도 갖춰지지 않은 측면이 많습니다. 수적으로 진정이 적다는 것은 (권리에 대한 주장이) 전혀 없기 때문인지 인권위가 고민해야 합니다.”

주 연구원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시설들 설립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관료들과 만나면서 부처별 장벽이 강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보건복지부와 인권위의 법이기 때문에 우리는(문화체육관광부)는 안 한다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장차법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데 장차법에 기반해 문화예술 영역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연구원에 따르면 영국은 장애인 인권운동이 1960~70년대에 활성화됐다. 이 인권 운동의 결과로써 영국은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고 영국 정부의 지원을 통해 높은 수준의 장애인 예술활동이 만들어졌다.

그는 인권운동을 하는 이들도 빵과 장미라는 이분법 사유를 하기 보다는 문화예술도 중요한 삶의 영역이라는 적극적 주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예술 정책에서 장애인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것은 복지적 관점이나 시혜적 관점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인권, 기회의 확대, 권리로서의 인식, 그리고 참여를 통해 사회적인 포용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로 (새 정부는) 문화예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 연구원은 “새 정부 문화정책에서도 다양성이 한 축이 되는데 다양성에는 다양한 주체의 표현을 증가시킨다는 개념”이라며 “(장애인들에 대한) 기회의 확대라는 인권적 차원, 사회적 포용성, 그것을 토대로 장애인들의 차이가 다양성을 만드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 새 정부 예술정책의 핵심적 사유”라고 말했다.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관광과 인권 문제가 단순히 장애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문제와 노인 문제가 유사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장차법 제정 당시 문화 분야, 체육 분야에 대한 이야기들만 있었고 관광 분야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었다”며 “장차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 관광 활동이 법적 권리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접근 가능한 관광을 실현하려면 물리적 접근을 해결해야 하는데 관광시설의 경우 출입구 접근성, 주차 구역, 화장실 등은 법적 의무로 돼 있지만 소변기와 세면대, 안내시설 등은 법이 권장사항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장애인용 숙박시설을 보면 그냥 점자 표지판 붙이고 침대 두고 내부 공간을 둔다 해도 잠을 자러 가거나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없고 강제할 수 없는 사항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장차법에서 관광에 대한 권리와 차별 구제를 이야기해도 편의증진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물리적 장애물들은 해결이 안 된다.”

그는 이어 “서울시 관광지를 다 조사했는데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 서비스를 하는 곳은 중앙박물관 한 곳밖에 없었다”며 “다른 곳들은 수화통역센터와 연계해서 수화통역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문화 관광 해설서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관광 시설들에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나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효균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정책팀장은 장차법 시행령의 유예기간이 각각 2025년과 2030년으로 규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시행되려면 향후 최대 1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애초 보건복지부 안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중 관광활동차별금지 시행령 개정안에는 장애인의 관광활동을 위한 관광시설 이용 및 관광지 접근 등에 대한 정보 및 안내 서비스 제공, 그리고 시행령 15조 2호에 관광활동 보조 인력 지원 또는 연계였다”며 “이 안에 대해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더 후퇴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장차법에 장애인의 관광활동 차별금지가 새롭게 규정돼 시행됨으로써 장애인의 관광 활동이 보장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는 편의 제공 유예 기간이 2025년 및 2030년으로 돼 있어 장애인의 관광 활동 관련 편의 제공이 현실화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17년 현재 전국의 여행 관광 숙박 이용시설은 3만3천 개의 업체가 운영 중이다.

정 팀장은 “관광객 이용 시설의 경우 시행령에 따르면 자동차 야영장이나 관광 유람선은 2030년까지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할 사항이 아니라 단지 정보 안내, 장애인에 대한 활동 보조 인력 안내에 불과하다”며 “그것에 그친다면 이 법은 관광 활동에 있어 장애인의 접근성을 하나도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당한 편의의 구체적 내용에서도 시설물 접근성을 보장하는 내용은 누락되어 있다”며 “인권위는 이 문제점 개선을 위해 ‘장차법 시행령’상의 관광 활동의 차별 금지와 관련된 규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정책 권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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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근 2018-04-21 21:03:36
박종언 기자님 글이 넘 좋구요 앞으로 활약 기대 합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가다보면 밝은 하늘이 보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