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당사자 모여 '새로운 대안' 목소리 높인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모여 '새로운 대안' 목소리 높인다
  • 송승연 기자
  • 승인 2020.08.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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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안' 제1회 전국 정신장애인 당사자 컨퍼런스

우리는 일반적으로 ‘목소리’에 대해선 자연스레 주어진 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 이성과 비이성, 합리성과 비합리성 등의 이분법 속에서 정신장애인의 목소리는 배제될 위험이 농후하다. 지금까지 사실 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때로는 침묵을 강요받기도 하고, 목소리를 외쳐도 외면당하는 것이 빈번했다.

이를 위해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산 침묵의 소리, 수원마음사랑, 한국정신장애인협회,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당사자언론(마인드포스트), 연대단체(브솔시냇가, 사회적협동조합 우리다움, 한국당사자연구네트워크,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한울정신장애인권익옹호사업단)가 모여서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2박3일에 걸쳐 제1회 전국 정신장애인 당사자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특히 이 컨퍼런스는 당사자 대표가 의장단을 꾸려 구성을 주도했고, 당사자 스스로 새로운 대안에 목소리를 낸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공동주최단체들은 컨퍼런스 추진배경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복지시스템은 당사자의 경험과 욕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역량을 결집하여 큰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국 정신장애인이 함께 모여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며, 통합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거대한 장을 마련하는 것에 컨퍼런스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컨퍼런스의 가장 큰 특징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응하여 전면 온라인(유튜브 라이브)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당사자 컨퍼런스에 관심이 있는 그 누구라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실시간 채팅으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제자와 시청자가 활발한 소통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컨퍼런스의 세부 일정을 보면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첫째 날(8월 19일)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의 국제적 현황」이라는 주제로 국제연사를 초빙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컨퍼런스 의장단 대표로 이정하(파도손), 박종언(마인드포스트)의 기조강연 “새로운 대안”이 있을 계획이다.

첫 번째 국제연사로는 미국의 정신과의사이자 당사자이며, 전미임파워먼트센터의 공동설립자인 다니엘 피셔(Daniel Fisher) 박사다. 그는 “미국의 동료운동 역사와 방향성”에 대해서 발제를 진행한다. 참고로 피셔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저서 ‘희망의 심장박동’(Heartbeats of Hope)을 통해 회복(recovery)과 관련되어 기존의 의료적 관점과 다른 대안적 실천을 지속적으로 모색했다. 이 책은 조만간 국내에서 번역본이 출판될 예정이다.

두 번째 국제연사로는 호주의 당사자활동가인 닐 투턴 레인(Neil Turton-Lane)으로 “호주의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의 역사와 비전”이라는 주제로 발제가 계획돼 있다. 마지막 세 번째 국제연사는 영국의 임상심리학자인 루시 존스톤(Lucy Johnstone)으로 “PTM 프레임워크와 당사자운동에의 적용”이라는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다. PTMF(Power Threat Meaning Framework)은 현재의 정신적 어려움을 질환으로 진단하는 도구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2018년 1월 영국 심리학회에서 발표된 바 있다. 루시 존스톤에 의하면 PTMF는 자신의 삶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직면했거나,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비난받을만한 존재, 취약한 존재, 결핍된 존재, 혹은 ‘정신적으로 병든’ 존재로 보는 대신, 더 희망적인 내러티브 혹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PTMF는 빈곤, 차별, 불평등과 같은 더 광범위한 사회적 요인들과 학대, 폭력과 같은 트라우마, 그리고 그로 인한 정서적 고통이나 문제로 보이는 행동(혼란, 두려움, 절망 등)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명확하게 한다고 언급한다.

PTMF 소개(영문)(클릭)

국제연사의 각 발제 이후 당사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진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둘째 날(8월 20일)은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는 국내의 당사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12개의 세션으로 컨퍼런스가 구성됐다. 먼저 오전 기획세션1은 한울정신장애인권익옹호사업단이 ‘정신장애와 공공후견’이라는 주제로, 공공후견의 실천 경험과 정신요양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을 유지하고 있는 당사자의 이야기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세션2는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 ‘인생 리모델링, 당사자 자조모임’이라는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며, 기획세션3에서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역 이해 기반 지지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활동경험을 공유해줄 예정이다. 특별세션1은 청주정신건강센터에서 구성했고, 코로나19 사태 대처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신재활시설의 당사자가 발표할 계획에 있다.

오후 첫 번째 타임에는 분과세션1에서 마인드포스트의 당사자 기자들이 ‘정신장애인 권익옹호와 장애정체감’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발제를 마련했다. 분과세션2는 부산 침묵의 소리가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부산의 당사자운동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줄 예정이다. 기획세션4는 ‘참여자들의 이야기로 풀어보는 절차보조사업 Ⅰ'이라는 주제로 절차보조사업의 의의와 실천 경험에 대해 발제한다. 특별세션2는 ’정신장애인의 경험과 당사자연구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청주정신건강센터가 발제한다. 

오후 두 번째 타임을 살펴보면, 분과세션3에서 클럽하우스 브솔시냇가가 ‘자가활동약(PM)과 자기옹호진술문(PS)의 적용’이라는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다. PM과 PS는 미국의 당사자이자 심리학자인 패트리샤 디건(Patricia Deegan)이 만든 것으로 국내에서 적용한 실천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분과세션4는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가 ‘노동과 사람: 정신장애인 노동권과 일자리’라는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며, 기획세션5는 사회적 협동조합 우리다움 프렌즈가 ‘참여자들의 이야기로 풀어보는 “절차보조사업 Ⅱ” 주제로 진행할 계획이다. 절차보조사업의 실제 경험과 관련자 등의 토론으로 구성돼 있다. 특별세션3은 ’당사자연구의 실제와 참여경험‘이라는 주제로 현재 당사자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정신재활시설 3곳에서 직접 시연을 하고 토론을 주도할 예정이다.

8월 20일은 총 4개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될 계획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관심 있는 세션에 참여할 수 있다.

마지막 셋째 날(8월 21일)은 “탈시설 및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위한 대안적 정신장애정책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제철웅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발제 이후 당사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진을 중심으로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제1회 당사자 컨퍼런스는 ‘소통’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경청’이 없다면 정신장애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곧,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목소리’를 외치는 것만 강조하는 건 또 다른 공허한 메아리를 형성할 뿐이다. 2박3일이라는 시간과 다양한 단체의 참여. 대규모로 꾸려진 역사적인 컨퍼런스에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소통과 이해가 시작되기를, 그리고 그 틈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기를 꿈꾸어본다.

※ 아래는 제1회 전국 정신장애인 당사자 컨퍼런스 유튜브 라이브 채널들이다. 미리 구독을 해놓으면 행사 당일 온라인 참여가 용이하다. 1분만 시간 내어 구독 클릭을 적극 권한다.

YouTube Live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채널) https://url.kr/vJX45F

YouTube Live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채널)  https://url.kr/4gdhfj 

YouTube Live (사회적 협동조합 우리다움 채널)  우리다움 채널(클릭)

YouTube Live (청주정신건강센터 채널) https://url.kr/23bH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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