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치료, 약물 패러다임 넘어 주사제로 가나?
조현병 치료, 약물 패러다임 넘어 주사제로 가나?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07.0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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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범우 건대의대 교수, 장기지속형주사제 소개
1회 주사로 한 달 이상 효과 지속
약값 높지만 재발입원비용 등 고려하면 더 효율

약물을 통해 조현병을 관리하던 패러다임을 넘어 주사제의 효과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건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화 남범우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6월호)를 통해 조현병 치료의 새로운 전략으로 ‘장기 지속형 주사제(Long-Action Injection, LAI)’를 소개했다.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질환은 재발 경향이 높다. 2015년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중단했을 경우 10개월 안에 53% 이상의 환자가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 이상 항정신약물로 안정된 조현병 환자가 약물치료 중단 시 78%가 1년 이내에, 96%가 2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했다.

남 교수는 이처럼 많은 조현병 환자가 잦은 재발을 겪게 되면 이러한 재발은 현저한 기능 저하와 연관이 깊다고 분석했다. 조현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발을 막아 기능 저하를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높여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남 교수는 설명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재발에는 낮은 복약 충실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조현병의 복약 비충실도(약을 먹지 않음)는 60%로 만성질환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당뇨병 31.2%와 큰 격차를 보인다. 조현병 환자의 복약 충실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약물 남용, 잊어버림, 부작용에 대한 불안, 병식의 부족, 병에 대한 편견, 사회경제적 어려움, 복잡한 복용법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추정된다.

복약 충실도가 중요한 것은 1년에 10일 이하의 아주 단기간의 약물 중단이 있더라도 꾸준히 복용한 환자와 비교해 재발률이 뚜렷하게 높아진다는 데 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1회의 주사로 1달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도안 약효가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 매일 약복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복약 충실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일 성분의 약물이라도 장기 지속형 주사제 사용 환자가 경구제 사용 환자보다 재입원율, 치료 실패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치료 결과를 통해 환자의 기능 회복 및 사회로의 복귀가 가능해져 높은 삶의 질을 제공하게 되며 최종적인 치료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경제적인 효과 또한 기대된다. 경구제보다 단순 약값은 높지만 재발로 인한 입원비용까지 고려한 비용 연구에서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사용군에서 오히려 직간접적인 의료비용이 절감됐다. 의미 있는 것은 이러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재발을 많이 한 경우에 더욱 분명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 사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남 교수는 “의사와 환자 모두 주사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유지 치료가 필수적인 조현병 치료에서 약물 충실도를 높여 앞으로 조현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꿔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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