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근 정신질환자 범죄는 커뮤니티케어 부재가 빚은 참극이다
[칼럼] 최근 정신질환자 범죄는 커뮤니티케어 부재가 빚은 참극이다
  • 이용표 교수
  • 승인 2018.07.17 23: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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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범죄율 증가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상황을 반영할 뿐
편파적인 언론보도의 논리는 학교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어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무차별 강제입원제도 폐해 극복, 자의입원 등 선진적 입법의 출발지점
정신질환자의 지속적 감금을 원하는 이들은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
현재 언론의 정신질환 보도태도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열한 폭력
오늘날 정신질환자 범죄의 근본원인은 커뮤니티케어의 부재에서 찾아야

지난 며칠간 언론들은 정신질환자 범죄기사를 내보내기 바빴다. 기사들 가운데 일부는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전부 개정된 법으로 이전 정신보건법에 비해 변화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런데 기사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특정한 이해관계에 편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정신건강복지법이 강제입원의 절차를 강화하고 치료받은 사람들의 자의에 따라 퇴원하기 용이하게 만든 제도가 정신질환자의 범죄나 사건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른다면, 이전의 정신보건법 시대에 자타해의 위험이 없는 사람도 강제로 입원시키는 한편, 한 번 입원한 사람이 본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어렵게 만든 제도 아래에서도 왜 사건과 범죄가 발생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일반인과 비교할 때 더 낮거나 유사한 수준이다. 최근 정신질환자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나 일반인의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범죄율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매체들의 논리를 확대한다면 범죄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을 감금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를 없애고, 병원감염을 막기 위해서 병원문을 닫아야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이전의 무차별적 강제입원제도의 폐해를 극복하고 자타해가 위험이 있는 사람도 가능하면 자의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하며 불가피한 경우 선별해서 강제입원을 인정하려는 선진적 입법의 출발지점이다. 오히려 입원 및 퇴원절차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는 것을 돕는 것과 같은 지원제도의 시급한 확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서명한 UN장애인권리협약의 기준과 비교할 때 현실의 정신질환자 인권은 부끄러운 수준임을 자각해야 한다.

정신질환자 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이슈를 다루는 방향성은 조금 더 성찰적이어야 한다. 물론 자타해 위험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강제입원을 방지하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원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신건강복지법이 범죄의 원인이라고 보고 싶어 하는 시각이 있다. 지속적 감금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지속적 감금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다. 150여 년 전 미국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농장에 감금된 노예노동을 통해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다. 이들도 노예를 해방시키면 떠돌아다니는 전체 노예들 때문에 사회가 흉흉해지고 범죄가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노예제도의 유지를 위해 전쟁까지 벌이지 않았던가?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150년 미국 사회의 상황과 겹치면서 인권친화적 입퇴원제도의 파괴를 향해가는 것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언론매체의 선별적 보도경향에 있다. 매체는 정신질환자 범죄를 일반인의 범죄에 비하여 훨씬 높은 비율로 보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임을 은연중에 인식시키는 보도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많은 경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처벌을 피하거나 약한 형벌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범죄 당시 정신질환과 유사한 상태에 있었음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알리면 그대로 받아 적는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 정신질환의 경력만을 선별적으로 강조하는 언론의 태도는 정당한가? 신체질환의 경력에 대해서는 왜 보도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추측컨대 일반적으로 긴장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폭력적 행위의 가능성이 높고 긴장상태는 혈압의 수준과 관련될 것이다. 그렇다며 범죄행위를 한 사람이 고혈압의 상태에 있었는지는 왜 보도하지 않는가? 현재 언론의 정신질환에 대한 태도는 대다수 빈곤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폭력,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열한 폭력일 수 있다.

오히려 현재의 정신질환자 범죄는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어온 정신질환자에 대한 커뮤니티케어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성숙된 태도일 것이고, 공동체의 성숙을 이끌어낼 수 있다. 언론이 앞장서서 근거도 없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고 반항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자 집단에 대한 배제의 논리를 생산하고 퍼다 나르는 모습은 필자를 힘겹게 한다. 그러한 언론들은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과 (일반) 장애인은 공동생활가정에서 평생 살 수 있는 반면 정신질환자는 3년이라는 기간 제한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정부의 커뮤니티케어 정책에서도 중간집 시범사업의 아주 작은 예산만이 계획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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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결 2018-07-20 23:32:15
맞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비자의입원이 줄었으며 동의입원이 늘었다고 발표하지만 정작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동의입원이 어떤 이유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동의입원이 병원 또는 시설이 좋아서인가?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공간이 없어서인가? 동의 또는 비자의 입원이 차이를 알고 있는가? 등 규명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중간집 역시 적은 예산으로 정신장애 당사자를 위한 주거대책인냥 떠드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삶에 밀착하여 정책이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